[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반등이 예상된다. 올 하반기 대형 프로젝트 수주 소식은 비교적 뜸했지만, 최근 유가가 정상화되고 중동 시장의 발주가 재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올 한해 해외 수주 실적은 전년 대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시장 환경이 개선돼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청신호가 켜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지난 2008년에 완공한 사우디아라비아 APC PDH·PP 플랜트. 출처=삼성엔지니어링
삼성엔지니어링이 지난 2008년에 완공한 사우디아라비아 APC PDH·PP 플랜트. 출처=삼성엔지니어링

중동 34% '뚝'...아시아·유럽으로 숨통

11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이날 현재까지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액은 181억2,313만 달러다. 전년동기(185억55만달러)대비 2% 감소했다. 지역별로 보면 중동권 수주액은 55억8,463만 달러로, 전년비 34.10%(28억9,011만 달러) 감소했다. 다만 아시아의 경우 78억8,777만 달러로 지난해와 유사한 수주고를 기록했다. 북미태평양과 유럽의 수주액 또한 각각 15억4,326만 달러, 21억9,102만 달러로 전년대비 33.70%, 29.20% 증가했다.

올 하반기까지 중동발 대형 프로젝트 수주는 비교적 뜸한 가운데, 아시아권과 유럽에서는 속속 수주 소식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SK에코플랜트는 '노르웨이 고속국도 사업'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국내 건설사가 북유럽의 PPP(민관협력사업)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약 2조5,000억원 규모의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다. SK에코플랜트의 시공 지분은 30%로, 컨소시엄 형태로 EPC(설계·조달·시공)를 담당하게 된다.

앞서 지난 6월 현대엔지니어링 또한 유럽권에서 2조7,000억원 규모의 수주고를 올렸다. 폴란드의 'PKN 올레힌 확장공사 프로젝트' EPC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다. 입찰은 컨소시엄 형태로 이뤄졌고, 현대에지니어링의 지분은 1조5,000억원 규모다. 삼성물산 또한 3월 대만 타오위안 공항 제3터미널 공사를 수주, 약 1조8,000억원(지분 1조2,400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수주 실적을 넘어서기는 어렵다는 진단이다. 손태흥 건설산업연구원은 "(해외건설시장은) 숫자로만 놓고 보면 작년에는 351억 달러를 수주했는데, 올해는 이보다 다소 적지 않을까 싶다"면서 "작년 수준으로 하려면 남은 기간 170억 달러를 채워야 한다. 남은 3개월 동안 대형 사업 수주를 물론 다수 할 수도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렵다는 판단"이라고 전했다. 

'예열의 시간'···남은 대형 프로젝트는 

다만 올 하반기 대형 프로젝트 입찰이 재개되면서, 내년 상반기 본격적으로 수주 흐름이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승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재 하반기에 기대되는 현장들은 많지 않다. 내년 정도 사우디의 줄라프(ZULUF) 프로젝트나 아랍에미리트(UAE)의 하일앤가샤 프로젝트, 이런 것들이 나올 수는 있을 것 같다"면서도 "큰 흐름으로 봤을 때는 결국 가스와 화학, 이 두 가지 분야로 중동 쪽에서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발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올 하반기 사우디 자프라 프로젝트와 러시아 BGCC 에틸렌 공장 등에서의 수주가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는 각각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입찰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오만 해수담수화 프로젝트와 호주 PPP 등도 건설사 선정을 예비하고 있다. 앞서 UAE의 하일앤가샤 프로젝트는 2월 말 입찰을 완료했고, 사우디 아람코는 지난달까지 70억 달러 규모의 줄라프 업스트림 계획의 메인 오프쇼여 패키지 입찰을 진행했다.

손태홍 연구원 또한 "(하반기 대형 프로젝트들은) 이전에 계획된 사업들이 코로나로 지연됐다가 뒤늦게 발주가 되고 있는 것"이라면서 "환경 자체는 나쁘지 않다. 유가도 상당히 많이 올랐고, 각 중동 산유국들은 그동안 못했던 사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올해보다 내년, 수주가 회복될 거라고 본다"면서 "최근 테이퍼링과 함께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다는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코로나19로 인해 아무것도 못 하던 작년보다는 상황이 훨씬 낫다. 올해는 글로벌 경제가 6%, 내년에는 4% 정도 성장할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