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에 사는 주부 김미경(36) 씨는 얼마 전 주거래계좌를 증권사 통장으로 변경했다. 증권사에서도 지급결제가 가능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평소 펀드와 주식거래 등 증권 업무를 주로 이용했던 김 씨는 급여이체 통장을 증권사로 옮긴 것이다.

그동안 1%의 금리도 아쉬워 CMA계좌로 여유자금을 옮겨놨지만 입출금을 하려면 은행가상계좌를 통해야 했기 때문에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CMA상품을 이용해 금리도 받을 수 있고 입출금도 직접 증권사계좌에서 가능해졌기 때문에 김 씨의 생활은 이전보다 더 편리해졌다.

김 씨는 증권사 창구에서 CMA신용카드도 발급받고 급여이체계좌를 결제계좌로 지정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카드가 있었지만 증권사 카드를 사용하면 금리를 더 얹어주기 때문이다.

또한 보험료, 아파트관리비, 공과금 납부 등도 모두 증권사 통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 지정했다. 인터넷으로 물건을 구매하고 실시간으로 증권사계좌를 통해 결제도 했다. 이른바 은행의 편리성과 증권사의 수익성을 모두 잡을 수 있는 만능통장이 등장한 것이다.

금융의 벽이 허물어지는 컨버전스 시대, 증권사가 은행을 담았다. 오는 7월이면 증권사에서 개설한 한 개의 통장을 통해 은행에서 누렸던 지급결제 기능의 편리성은 물론 CMA금리도 받을 수 있고 펀드, 주식투자도 가능하게 된다.

이에 앞서 최근 증권사들은 앞다퉈 CMA신용카드 등 CMA상품을 출시해 고객들을 끌어오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CMA상품이 향후 금융업계의 판도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CMA계좌는 은행 저축예금 대비 1~3%p 이상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고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가 편리하게 이뤄질 수 있다”면서 “펀드 등 일부 상품에 가입할 경우 각종 지급결제 관련 비용도 은행보다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향후 지급결제 기능이 은행과 대등한 수준으로 구현될 경우 CMA상품은 은행예금보다 높은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또 CMA계좌 잔고 증가는 교차판매로 이어져 증권사의 장기투자 상품에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높은 수익을 위해 증권사를 선택했던 소비자들이 다시 CMA금리에 만족하지 못하고 펀드, ELS 등의 고수익 상품으로 눈길을 돌릴 거라는 것. 이러한 머니무브를 주도할 중요한 촉매제는 바로 ‘CMA신용카드’라고 봤다.

6월부터 선보이는 증권사 ‘CMA신용카드’는 증권카드와 신용카드가 결합한 ‘ONE’카드라고 볼 수 있다. 증권사들은 기존 카드와는 차별화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일반 신용카드 기능은 물론 대출과 후불 교통카드 기능까지 합쳐지고, 주식거래 수수료를 적립된 캐시백으로 지불할 수 있는 등 CMA신용카드 한 장으로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박은준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은행은 결제계좌를 기본으로 예금, 펀드, 보험, 대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리테일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 왔다”면서 “증권사들 또한 CMA상품을 통한 고객 기반 확대가 다양한 금융상품 판매로 이어지는 교차판매의 기회가 넓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동양종금증권의 경우 CMA 신규 계좌의 30~50%가 적립식 펀드를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용구 금융투자협회 증권지원부 부장은 “지급결제는 은행의 고객을 뺏어오는 개념이 아니라 증권사를 이용했던 고객들이 꼭 은행계좌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불편을 없애자는 취지로 투자자들이 더 편하게 증권 업무를 볼 수 있게 된 것으로 보면 된다”면서 “당장 지급결제가 시행됐다고 해서 고객들이 한꺼번에 증권사로 오지는 않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경쟁이 치열한 증권사들로 인해 향후 더 향상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장은 또 “증권사들의 지급결제 허용은 기존의 은행 중심이었던 금융 산업이 점차 재편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희나 기자 hno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