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암호화폐 사업자 신고 기한인 지난달 24일을 기점으로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등 빅3 체제로 굳어질 전망이다. 코빗도 특금법 막차를 탔지만 경쟁력 및 시장 점유율 등에서 다소 밀린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사실상 빅3 체제가 시작됐다는 분위기다.

트래블룰, 고객 확인절차, 과세
빅3 거래소가 공통적으로 당면한 이슈는 크게 트래블룰, 고객 확인절차, 과세다.

트래블룰은 암호화폐를 보내거나 받을 때 이와 관련된 정보를 사업자들이 서로 확인하는 절차를 의미한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자산 전송 시 송수신자 정보를 모두 수집해야 하는 의무를 가상자산사업자(VASP)에 부과한 규제다.

현재 금융당국은 사업자들이 내년 3월까지 트래블룰 시스템을 완료해야 한다고 못박은 상태다. 사업자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예민한 문제며, 빗썸과 코인원의 경우 농협과 실명계좌 계약을 추진할 당시 이 문제로 협상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기도 했다.

다만 시장 1위 업비트는 여유롭다. 당초 빗썸 및 코인원, 코빗과 함께 공동대응하려고 했으나 단독 대응으로 선회한 후 자체적인 기초체력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전략도 나왔다. 실제로 업비트 모회사인 두나무에 소속된 블록체인 플랫폼 루니버스 운영사 람다256은 지난달 28일 국내향 트레블룰 솔루션인  ‘베리파이바스프(VerifyVASP)’ 웹사이트를 공개하고, 얼라이언스 참여사 모집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베리파이바스프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권고안을 통해 발표한 트레블룰에 따라 사업자간 송.수신자 관련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솔루션이다. 베리파이바스프 사용 사업자는 가입을 통해 간단히 트레블룰 솔루션을 도입할 수 있으며 자산 AML 기능 또한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다. 이후에도 화이트리스트 체인 등과 같은 다양한 레그테크 (Reg-Tech)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며, 금융당국의 요구사항을 반영하여 서비스를 고도화 시켜갈 예정이다.

나머지 3개 거래소는 공동 대응이다. 트래블룰 시스템 구축을 위한 합작법인 ‘CODE(COnnect Digital Exchanges)’를 공식 출시했기 때문이다. 업비트가 단독 전략으로 나선 가운데 빗썸과 코인원, 코빗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3사 공동 출자로 설립한 합작법인으로 출자금은 총 9억 원이며, 참여사는 각각 1/3씩 동등한 지분과 의결권을 소유한다.

코드 참여사. 출처=각 사
코드 참여사. 출처=각 사

합작법인의 대표는 3사에서 지명한 대표이사들이 2년마다 번갈아 가며 대표직을 수행하기로 했다. 초기 대표는 차명훈 코인원 대표가 맡을 예정이며 향후 트래블 룰 서비스 오픈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각 거래소들이 트래블룰에 대응하기 이한 선제적인 조치에 나섰지만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라 본다. 무엇보다 국제적인 시스템 확립이 이뤄지지 않아 각자도생의 뉘앙스가 강한 점이 문제다. 거래소들의 솔루션이 달라 통합 과정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고객 확인절차도 골치다. 특금법 5조의2 제1항에 따르면 100만원 이상의 거래의 경우 거래소가 고객 신원 확인을 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시장 1위 업비트가 6일부터 관련 정책을 추진할 예정인 가운데 시장의 혼란이 상당하다는 말이 나온다. 무엇보다 이번 정책은 각 거래소들이 시스템 인프라를 조기에 구축했음에도 금융당국이 정책 시행을 차일피일 미루다 촉박한 시일에 맞춰 전격적인 규제 가동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고객들의 불만이 큰 가운데 거래소 입장에서는 난감한 일이다.

한편 장기적 관점에서 내년부터 시작될 과세 이슈도 넘어야 할 산이다. 최근 열린 고위당정청협의회에서 당정이 내년 1월부터 예정대로 코인 과세를 적용하기로 정했기 때문이다. 양도차익의 20% 소득세가 부과되는 가운데 시장이 다소 경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출처=갈무리
출처=갈무리

업비트 "견제 이겨내야"
빅3 거래소 선두이자 시장 1위 업비트는 특금법 이슈를 선제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가장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최근 플랫폼 독과점 이슈가 심해지는 등 불확실성도 다소 높아지는 중이다.

특금법 정국으로 거래소 쏠림 현상이 벌어지며 1위 업비트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이 많아지는 가운데 강력한 견제가 벌어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부실코인을 대거 상장시켜 수수료 폭리를 취했다는 최근의 주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업비트가 상장폐지되는 코인들을 2년 넘게 거래하도록 방치한 후 3,143억원에 달하는 수수료 이익을 얻었다고 5일 주장했다. 2017년 10월부터 298개 상장 코인의 48%에 이르는 145개 코인이 상장폐지되어 투자자들이 피해를 봤으나 업비트는 이 과정에서 수수료만 챙겼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러한 주장은 코인 시장의 특성에 무지한 논리라는 것이 중론이다. 시장 자체가 불확실성이 높고 상장을 위한 명확한 가이드 라인이 없는 상태에서 업비트에게 부실 코인의 책임만 묻는 격이기 때문이다. 무더기 상장폐지는 최근에는 특금법 이슈, 그 전에는 업비트가 불확실한 시장 상황을 주시하며 오히려 선제적 대응에 나섰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러한 노력을 마치 수수료 폭리를 위해 업비트가 고의로 일으켰다고 모는 시각은 아직 체계가 잡히지 않은 시장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비판에 불과하다. 특금법 등을 통해 시장이 체계를 잡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선택과 집중의 틀에서 논의해야지, 단순히 시장 1위 업비트를 비판하기 위한 비판이 나오는 것은 업계 전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론 코인의 상장에 더 엄격한 가이드 라인을 마련하지 못한 업비트의 책임도 있지만 민 의원실의 비판은 그 자체로 증폭된 경향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태클 역시 업비트가 넘어야 할 산으로 보인다.

한편 빗썸은 2위 사업자의 지위를 지키며 시장의 신뢰를 다시 얻을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평가다. 최근 점유율이 다소 올라오며 업비트의 대항마로 활동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내부 경영권 이슈 등을 완전히 털어낼 필요가 있다.

코인원은 옐로금융그룹에서 시작해 데일리금융그룹으로 활동했던 지금의 고위드와 결별하고 차명훈 대표 경영 체제를 강화하는 한편 2대 주주 게임빌과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다. 

옐로모바일이 주주로 들어오며 코인원에서 돈을 빌려가고 이를 갚지 않는 등 논란이 컸으나 코인원은 이를 과감하게 손실처리한 후 고위드와도 완전히 이별했다. 화이트 해커 출신 차명훈 대표 운신의 폭이 넓어진 상태에서 특유의 깐깐한 플랫폼 경영과 함께 NFT 등에 관심이 많은 게임빌과의 합작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