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GS칼텍스, 파라자일렌·2차전지 사업에 총력

석유나 석탄과 같은 전통적 화석연료가 100년이내에 고갈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이에 글로벌 기업들은 신재생에너지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신재생사업도 최근에 와서는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제사업으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정유사들은 영역을 확대해 2차전지와 화학사업에도 속속 진출하고 있다.

화석연료시대가 마감하고 있어 정유사들은 변신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기름만 팔아서는 생존에 위기가 올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서 탈 정유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정유사업의 영업이익률은 4% 이하로 갈수록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위기임을 보다 정확히 알려주고 있다. 이에 내수에만 집중하던 우리나라 정유사들은 이미 수출기업으로 변신한지 오래다. 전통적 제조업이자 생산량의 50% 이상을 해외에 팔며 수출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며 적극적으로 미래를 개척하고 있다. 저탄소 경제라는 흐름에 편승하겠다는 전략이 아닌 기업의 사활을 건 투자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매출액은 18조5067억원, 영업이익은 6487억원으로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5% 감소했다. 정유사업에서 큰 매출을 기대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이미 ‘탈 정유’로 경영기조를 바꿨다.

구자영 SK이노베이션 사장은 3개 부문을 통해 ‘2020년 매출 290조, 영업이익 14조원의 기술기반 글로벌 종합에너지 기업’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이를 위해 SK이노베이션은 정유공장으로 경쟁력을 잃은 인천공장을 파라자일렌(PX) 등 화학전문기업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14년 상반기까지 인천공장에 1조6215억원을 투자해 PX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고기능, 친환경 플라스틱 등 기술기반의 프리미엄 제품 개발을 통해 차별화를 추구할 방침이다.

활유 사업을 담당하는 SK루브리컨츠는 윤활유 사업 호조와 중국, 러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세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가동에 들어간 일본 JX에너지와 합작해 울산 내 하루 2만6000배럴의 윤활기유 생산규모를 갖춘 제3윤활유 공장으로 세계 고급 윤활유 시장에서 지배력을 공고히 할 계획이다. 스페인 렙솔사와 합작해 2014년까지 스페인 카타르헤나에 하루 1만2000배럴의 윤활유 생산 공장 건설에 들어가는 등 글로벌 생산기지 확장에도 나서고 있다.

2차전지 행보도 잰걸음이다. 지난달 서산에 준공한 배터리 공장은 배터리 제조에 필수적인 전극·셀·팩까지 일관 양산하는 체계를 완비한 전기차 1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전극 800㎿h, 조립 200㎿h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SK이노베이션은 서산 공장 준공으로 서산-증평-대전의 배터리 삼각 벨트를 구축하며 연구개발에서 배터리 핵심 소재(리튬전지용 분리막) 및 완제품까지 생산하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SK이노베이션은 내년까지 배터리 서산 공장의 생산규모를 현재보다 2배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향후 전기차 15만 대에 공급할 수 있는 3GWh규모의 양산체제를 국내외에 구축해 전기차 배터리 메이저 플레이어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구자영 사장은 “시장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는 전기자동차에 수출 등으로 파생되는 비즈니스 모델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기술 진화로 2015년이면 전기차 배터리 가격은 지금의 절반으로 떨어져 본격적인 전기차 시장이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GS 고부가 사업에 투자와 혁신

GS칼텍스도 전통적 정유사업에서 벗어나 비약적으로 수출을 높이기 위해 고도화 시설 등 고부가가치 사업에 꾸준한 투자와 기술혁신에 힘쏟고 있다. GS칼텍스는 부가가치가 높은 경질유 제품 생산을 위해 지난 2004년부터 이른바 ‘지상유전’으로 불리는 고도화설비에 5조원이란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해 내년에 4번째 중질유분해시설을 완공할 계획이다.

고도화설비(HOU)란 기본 정제시설인 CDU에서 원유를 정제할 때 생성되는 벙커C유, 아스팔트 등과 같은 중질유를 고온에서 촉매, 수소 등을 사용하여 휘발유나 경유 등의 고부가가치 경질유로 분해해주는 설비이다. GS칼텍스는 현재 하루 21만5000배럴을 처리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중질유분해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제4중질유분해시설(5만3000배럴)을 완공하면 하루 26만8000 배럴의 처리능력을 갖춰 국내 최고인 35.3%의 고도화율(하루 정제할 수 있는 원유량 대비 고도화 설비가 처리하는 정제 비중)을 달성하게 된다.

GS칼텍스 기술연구소는 또 2010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는 두 번째로 소프트카본계 음극재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 소프트카본계 음극재는 기존에 쓰던 흑연이나 하드카본 계열보다 출력이 높고, 충전시간이 짧으면서도 안정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휴대용 전지는 물론 전기자동차와 신재생에너지 발전 분야에서 이러한 음극재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그간 자급률이 0%에 가까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해왔다.

GS그룹의 에너지 전문 사업 지주회사인 GS에너지는 2차전지 핵심 소재 중 시장 규모가 가장 큰 양극재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GS에너지는 향후 대량 생산시설 마련 등을 통해 2차전지 관련 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기존 음극재 사업과 시너지도 모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