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 정국을 거치며 온라인 명품 플랫폼 시장도 커지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 전반이 탄력을 받은 가운데 각 세부 카테고리 시장도 몸집을 키우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셈이다.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명품 플랫폼 시장에서 치열한 고소고발전이 벌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부정 상품정보 취득과 과장 광고, 정보통신망 침해와 관련된 날 선 비판이 쇄도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단순히 시장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장통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누군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출처=캐치패션
출처=캐치패션

무슨 일 벌어지고 있나
캐치패션의 운영사인 스마일벤처스는 지난 3일 부정 상품정보 취득과 과장 광고, 정보통신망 침해에 대해 발란, 트렌비, 머스트잇을 대상으로 고발조치했다. 실제로 스마일벤처스의 법무 대리인 세움은 3개사의 저작권법위반죄와 정보통신망침해죄,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죄 적용 내용이 담긴 고발장을 서울 강남경찰서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국내 명품 유통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상당히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나 크게 부티끄(편집샵의 개념)와 온라인 플랫폼으로부터 명품을 수급받아 국내에 판매하는 패턴이 일반적이다.

캐치패션은 마이테레사(MYTHERESA), 매치스패션(MATCHESFASION), 파페치(FARFETCH), 네타포르테(NET-A_PORTER), 육스(YOOX) 등 해외 명품 온라인 판매 채널과 공식적으로 계약을 맺은 파트너사로 활동하고 있다.

검증된 해외 온라인 판매 채널과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가품 논란에서 자유롭다는 것이 강점이다.

반면 3개사는 병행수입 및 구매대행의 구조를 포함한 플랫폼이다. 검증된 해외 명품 온라인 채널과 계약을 맺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통의 구조상 당연히 가품 논란이 불거지는 일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캐치패션의 주장이다.

여기서 본격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해외 명품 온라인 판매 채널과 정식으로 제휴를 맺고있는 캐치패션과 달리 나머지 3개사가 무단으로 마이테레사 등과 같은 곳(캐치패션과 협력하는 공식 파트너)의 정보를 크롤링(데이터베이스를 강제로 긁어오는 행위)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캐치패션이 3일 고발조치한 배경이다.

정호석 세움 대표 변호사는 "데이터베이스 제작자의 권리 목적이 되는 데이터베이스를 복제, 배포, 방송, 전송의 방법으로 침해해서는 안된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란, 트렌비, 머스트잇은 매치스패션과 마이테레사, 파페치, 네타포르테, 육스 등 해외 유명 명품 플랫폼의 상품의 이름과 설명 및 이미지 등 정보의 상당 부분을 크롤링한 뒤 이를 상품 판매에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캐치패션으로부터 고발당한 3개사는 반발하고 있다.

머스트잇은 9일 고발 사실을 두고 "머스트잇이 운영하는 부티크 서비스가 정식 계약 관계를 맺지 않은 해외 온라인 명품 플랫폼의 상품 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판매자 및 판매 경로 등의 판매 정보를 허위로 표시하고 있다는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며 "머스트잇의 부티크 서비스는 유럽 현지 부티크와의 정식 계약 관계를 통해 확보한 상품만을 판매하며, 상품 및 판매 정보 역시 적법한 절차를 거쳐 공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머스트잇은 캐치패션의 문제제기를 두고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보도된 강남경찰서에 직접 정보 공개를 청구했지만 현재까지 실제로 접수된 어떤 고발장도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엄중하게 법적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품 가능성?

이번 논란은 명품의 가품 가능성, 그리고 크롤링 이슈로 분리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가품 가능성이다. 2019년 창업된 캐치패션은 상대적으로 후발주자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업 초창기부터 해외 온라인 플랫폼들과 적극적으로 제휴를 맺었다. 당연히 가품 논란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마이테레사, 매치스패션 등 플랫폼들과 공식 파트너십을 맺고 공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한 이유다.

나머지 3개사는 상황이 다르다. 검증된 해외 온라인 플랫폼과 파트너십을 맺지 않고 현지 부띠크 등과 협력해 병행수입 및 구매대행 등으로 명품을 조달하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가품 사고 위험'이 있다는 것이 캐치패션의 주장이다. 여기에서 캐치패션은 이들 3개사가 구매 결정 요인 중 중요한 부분인 ‘정품 보장’ ‘다양한 상품’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정식 계약 관계가 있는 것처럼 표시 허위과장 광고하거나, 상품 정보를 그대로 가져가 사용할 권한을 받지 않고 무단 사용하고 있다고 본다. 

다만 검증된 해외 온라인 플랫폼과 파트너십을 맺지 않았다고 이들 3개사를 짝퉁의 온상이라 낙인을 찍는 것은 무리가 있다. 검증된 해외 온라인 플랫폼과 계약을 맺지 않았으나 현지 부띠크들과 협력해 정상적인 명품 물량을 수급하기 때문이다.

머스트잇 관계자는 "캐치패션이 협력하고 있는 마이테레사 등과 파트너십을 맺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현지 부띠크로부터 정식 명품 물량을 수급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논란의 핵심은 불법 크롤링

캐치패션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명품 수급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현지 부띠크들과 협력하는 다른 3개사가 가품만 들여오고 있다 말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비약이다. 복잡한 글로벌 명품 유통 구조에 따라 다양한 유통 루트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불법 크롤링에 대한 측면은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캐치패션의 고발장 내용 등에 담긴 불법 크롤링 이슈는 발란, 트렌비 및 머스트잇이 마이테레사 등 캐치패션이 공식 파트너십을 맺은 검증된 해외 명품 플랫폼의 데이터베이스를 무단으로 긁어왔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현지 부띠크로부터 명품 물량을 받을 뿐, 마이테레사 등 해외 온라인 명품 플랫폼과 협력하지 않는 3개사가 자사 홈페이지에 마이테레사 등의 명품 이미지와 데이터를 동일하게 게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명품 이미지를 촬영한 각도와, 넘버 등 모든 것이 동일하다.

명품의 가품, 진품 논란을 떠나 만약 3개사가 명품 온라인 플랫폼 공식 협력 파트너인 캐치패션을 '패싱'하고 불법으로 데이터를 크롤링했다면 엄연히 불법이다. 심지어 이와 관련된 언론 보도가 시작되자 3개사 중 일부는 불법 크롤링한 것으로 의심되는 콘텐츠의 명칭만 삭제, 혹은 변경한 정황까지 발견된다.

머스트잇 관계자는 "현지 부띠크로부터 명품을 수급받는 방식은 문제가 없다"면서도 "불법 크롤링과 관련된 사안은 소장을 받아보고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 말했다. 

머스트잇과 해외 명품 플랫폼의 이미지 비교. 동일하다. 출처=갈무리
머스트잇과 해외 명품 플랫폼의 이미지 비교. 동일하다. 출처=갈무리

어떻게 될까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 불법 크롤링 문제는 언제나 잡음을 일으킨 바 있다. 당장 2016년 여기어때가 야놀자의 플랫폼을 불법으로 크롤링해 피소(형사, 민사)를 당한 일이 벌어졌으며 법정 다툼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 법원은 여기어때를 대상으로 야놀자에게 1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고, 여기어때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는 등 치열한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 뜨거운 화두로 부상한 크롤링 이슈는 사실 선명한 경계가 없다. 공개되어 있는 데이터를 긁어가는 행위는 간혹 무혐의로 끝나기 때문이다. 

다만 캐치패션이 3개사에 제기한 크롤링 이슈는 결이 다르다. 3개사가 무단으로 크롤링한 것으로 추정되는 해외 명품 플랫폼의 경우 자체적으로 크롤링을 금지하고 있고, 심지어 보안회사와 협력해 적극적으로 크롤링을 막고있기 때문이다. 이를 뚫고 크롤링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당연히 불법이다.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3개사의 플랫폼 관리 실패라는 말도 나온다. 입점형식의 플랫폼 운영에 따라 몇몇 업체가 플랫폼에 입주하며 해외 명품 플랫폼의 데이터를 크롤링했고, 3개사가 이를 걸러내지 못했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럴 경우 3개사는 불법 크롤링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으나 역시 플랫폼 관리 능력에 한계를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된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으로 명품 시장의 전체 이미지가 흐려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캐치패션을 비롯해 다른 3개사가 명품 판매 시장을 적극적으로 키워가며 성과를 내는 가운데, 크롤링 이슈로 많은 소비자들이 '명품 플랫폼=짝퉁'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크롤링 이슈는 가품 논란과 관련이 없고, 각 플랫폼들이 진품을 유통하면서 혹시 모를 가품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상황을 경계해 불법 크롤링을 시도했다는 '의혹'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업계에서는 이번 크롤링 이슈를 두고 한 번 정도는 공론화가 필요했으며, 이번 논란을 통해 더욱 적극적인 가능성 타진이 벌어져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