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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이 일제히 위기경영체제로 돌입했다. 조직을 합병하고 임원을 축소 시켰다. 이들 건설사들은 내년 부동산 시장 전망이 더욱 어두워지면서 뼈를 깎는 고강도 구조조정도 준비하고 있다.

“조직축소가 문제가 아닙니다. 이대로라면 내년에는 건설사 자체가 없어질지 모를 정도로 위기입니다.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지만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A건설사 B임원)

“이미 조직 축소는 시작됐는데 홍보 부서를 없애려는 움직임이 제일 큽니다. 문제는 부서를 합병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자체를 없애고 명예퇴직을 권고하겠다는 겁니다. 아마 우리 건설사만의 문제가 아닐겁니다.”(중견C건설사 D홍보임원)

“국내 전망이 어두워 해외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녹록치 않습니다. 수주물량은 줄어들고 있고 중국 등 다른 업체에서 덤핑 등도 골칫거리입니다. 또 공사를 진행하더라도 실제 수익은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2013년이 제일 걱정입니다.”(E건설사 F임원)

건설업계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장기적인 부동산 침체와 더불어 대외환경도 갈수록 악화되면서 긴축체재에 돌입했지만 한치 앞도 안보일 정도로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이제 ‘도산’을 걱정할 정도다.

한 건설사 간부는 “사실 올해 초부터 건설사들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며 “회사는 큰 투자를 유보하고 현금 확보를 강조해왔는데 부동산 침체기가 계속되면서 현금 확보가 제대로 안되면서 내년에는 건설사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간부는 “공식 회의시간에서 회사 전기세 이야기까지 나왔다”며 “전기세를 반으로 줄이고 야근을 할때는 집으로 가서 하라는 말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건설사들 승진 줄이고 조직 최소화

대우건설은 최근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고 대규모 조직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임원 인사는 승진규모를 줄이고 조직은 축소하는 것이 골자다. 전체 임원의 수를 91명에서 82명으로 10% 감축했다. 또 해외부문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플랜트부문 내에 해외영업본부를 편입시켜 영업, 시공, 관리기능이 하나로 묶었다. 국내영업본부를 공공영업실로, 개발사업본부를 개발사업실로 축소했다.

GS건설도 마찬가지다. 상무보 임원을 10%가량 감축했다. 정식임원이 되기 전 단계인 상무보에서 부장으로 내려가도록 했다. 임원에서 다시 부장으로 강등시킨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현재 구조조정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SK건설도 상황은 비슷하다. 내년 부동산시장 전망이 어두워 인력구조조정 이야기는 일찌감치 나왔다. 인사를 앞두고 있는 현대건설도 분위기는 좋지 않다. 인사 방향에 따라 조직 축소나 인원 감축도 예상되고 있다.

이미 대대적인 인원감축을 실시한 곳도 적지 않다. 쌍용건설은 임원을 50% 감축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직원의 반발도 만만치 않지만 유동성 위기와 경영난으로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극동건설은 인력 구조조정을 위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받고 있다. 극동건설은 현재 상무보급 이상 임원 19명은 법정관리 직후 일괄사표를 제출한 상태다. 현재 대표시를 포함해 3명을 제외하고 모두 회사를 떠났다. 극동건설은 이후에 차장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2차 구조조정도 준비하고 있는 상태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대부분 건설사들의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고 문제는 구조조정이 얼마나 크게 이뤄질지가 관건이다”며 “내년에는 건설사이 매수운 겨울을 보내는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 정동화 대표는 최근 사내 소통망을 통해 “마른 수건도 다시 짜는 심정으로 주변에 있는 낭비 요소를 철저히 제거하자”며 원가 절감하라고 임직원에게 주문했다. 포스코건설은 환율이나 금리, 경제성장률 등 상황에 따라 대처할 수 있는 위기 시나리오를 가동 중이다.

GS건설 허명수 사장은 “해외건설은 경쟁으로 수주물량이 감소와 수익성이 악화되고 국내 건설시장은 부동산 장기 침체로 전망이 밝지 않다”고 임직원에게 위기 대응능력을 높이라고 지시했다. GS건설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대응전략을 마련해 가동 중이다.

롯데건설 박창규 사장은 “현실이 어렵고 좌절할 필요가 없다”며 “이를 이끌고 나갈 자신감과 신념이 필요하다”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비상경영체제 돌입한 건설사, 금융권 압박할까

건설사들이 일제히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것은 사실 생존전략에 가깝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건설사들이 호황을 맞았지만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는 시점과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면서 건설사들은 사실상 생존전략을 짜고 있다”며 “그동안 벌었던 수익으로 앞으로는 견디는데 쓰야 할 정도로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 건설사들은 내년 아파트 건설 계획을 1~2개 가량이나 아예 백지화 한 곳도 적지 않았다. 대기업은 해외건설이 집중해 위기를 모면한다고 하지만 이마저도 힘든 중소 건설사는 고스란히 위기를 맞아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금융 부채다.

한 중견건설사 임원은 “대다수 건설사는 내년에도 역시 부동산 시장 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 때문에 내년에는 금융계의 압박도 적지 않을 것 같은데 걱정이다”고 말했다. 현재 아파트들이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 미분양 털기에 나선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해 저축은행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 이후 수많은 소규모 건설사들의 부도를 냈지만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은 위기를 피했다. 자산규모가 좋거나 분양에 대부분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에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한 건설업체는 최근 대출연장에 겨우 성공했다 이 회사는 "분양에 실패했다"는 소문이 들리면서 은행에서 대출 연장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 건설사 임원은 은행 관계자를 만나 높은 금리를 제시해 겨우 설득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제는 이후부터다. 내년 분양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금 확보가 어려워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 있는 상황이다. 회사채나 기업어음(CP)발행도 예전같이 않아 내년도 은행 문턱은 더욱 높아지면서 부도를 맞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벌써부터 나돌고 있다.

한 건설사 임원은 "대기업은 그나마 높은 금리라도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중견기업은 자칫하면 사채시장에 손을 벌리는 상황도 맞을 수 있다"며 "내년에는 건설사들이 골프장 회원권은 물론 자회사 건물 매각 등 유동성을 확보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