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투자자들이 미국의 부동산시장에 투자하기 위해 베이징에서 열린 부동산박람회장을 둘러보고 있다.

중국이 해외자산 싹쓸이에 나섰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해외기업 인수에 나서는가 하면 일반 개인들도 해외 부동산 매입에 열중하고 있다.

부유층들은 부동산 매입을 위해 직접 해외로 나가는가 하면 해외 부동산업체들도 중국에서 열리는 박람회에 참석해 부동산 매물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광저우(廣州) 부동산박람회에서는 호주 시드니 별장이 7채나 팔렸다. 1채당 적어도 200만위안, 우리 돈으로 4억원을 호가하는 고가 주택으로 박람회에 출품된 첫 해외매물이었다.

호주 부동산업체인 홈리프(Homeleaf)글로벌의 주잉잉(朱影瑩) 중국사무소 대표는 “행사기간 3일 동안 수백 명의 광저우 고객들을 만나 주택을 소개했다”며 “예상보다 좋은 실적”이라고 말했다.

주 대표는 “이 정도 가격은 광저우 부자들에게는 그리 비싼 편이 아니다”며 “호주 주택이 중국에서 인기”라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덜 탄 이민대국 호주의 지난해 시드니 시내 아파트가격은 전년 대비 1% 정도 떨어지는 데 그쳤다.

광저우 외에도 올해 베이징·상하이·항저우(杭州)·창사(長沙)·청두(成都) 등 대도시에서 잇따라 부동산박람회가 열렸으며 해외 중개업체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올해 중국의 부동산구매단이 미국 등 해외에 나가 매물을 고른다는 소식이 들리자 해외 중개업체들은 기회다 싶어 중국으로 몰려든 것이다. 호주·미국·영국 등에서 날아온 중개업체들은 광저우·베이징·상하이에서 판매계약을 마쳤다.

지난 4월 중순 베이징에서 열렸던 박람회에서는 70여개의 미국 부동산업체들이 총 200억달러어치의 매물을 들고 와 60% 할인한 가격을 들이밀었다. 결과는 3일 동안 가계약 500건이 성사될 정도로 성황리에 끝났다.

해외 중개업체들은 베이징·상하이 등 주요 대도시 고객에만 만족하지 않고 중소도시 고객을 찾아나서고 있다.

만탕훙(滿堂紅) 부동산 연구소의 룽빈(龍斌) 수석연구원은 “그만큼 중국의 소비력이 강하게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은 단연 호주가 꼽힌다.

주택가격이 당장 오르지 않을 미국보다는 안정적인 호주가 더 낫다는 게 매입자들의 판단이다.

주잉잉 대표는 “이민·유학에 관심 있는 부류들이 호주의 주택을 보러 온다”며 “특히 장기간 자녀를 외국에 보내 교육을 시키고 싶은 부모들은 호주에 가서 주택을 많이 구입한다”고 말했다.

홈리프 글로벌의 량천성(梁陳勝) 고문은 “호주는 땅이 넓지만 여전히 거주할 사람이 부족하다”며 “좋은 기후, 아름다운 자연환경, 높은 수준의 복지 제공은 호주가 경쟁력이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호주 정부의 이민장려정책을 잘 활용하면 만족할 결과를 얻을 것”이라며 “주택 구매절차도 간단하고 요구사항도 적다”고 말했다.

주택만 구입하면 이민·투자·국적 문제도 한꺼번에 해결해 준다고 한다. 량 고문은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도 잊지 않았다.

호주의 경우 주택경기가 안정적인 만큼 장기투자 마인드가 필요하며 주택대출 여건이 외국인에게 까다롭다는 점, 환율 변동으로 인한 환차손 등도 유념해야 할 사항으로 꼽았다.

아시아경제신문 김동환 베이징특파원 (donk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