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아는 A기업의 경우 사장이 골프를 일종의 사치로 보아 금기시했다.
그런데 임원들이 해외 연수를 다녀오면서 저마다 하나씩 골프클럽을 메고 왔고 이 사실이 사장의 부인에게 알려지자 부인은 남편에게 잔소리를 해댔다.

“아니, 당신은 골프도 안 치면서 1년 365일 회사 일에만 매달려 있는데 임원들은 연수 중에 골프클럽을 메고 희희낙락하다니 도대체 부하들이 사장인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부인으로부터 본의 아닌 잔소리를 들어보니 부하 임원들이 괘씸하기도 했다. 꼭 배신당하는 기분이었다.

사장은 즉시 해당 임원들에게 사표를 받아 수리해 버렸다.
당사자인 임원들로서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개중에는 골프도 못 치면서 남의 부탁으로 클럽을 사가지고 온 사람도 있었다.

이 임원은 너무나 억울하고 분통이 터져 복수할 날만 기다렸다.
결국 회사의 기밀자료를 국세청에 발고하여 그 회사는 큰 고통을 겪었고 지금은 법정관리로 넘어갔다. 오너였던 사장은 모든 것을 잃었다.

만일 그 사장이 그때 그 일을 그냥 덮었다면 지금쯤 A기업은 더욱 튼튼한 회사로 성장했을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투신서거를 불러온 검찰수사도 전형적인 ‘견문발검’의 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과거 대통령을 지낸 이들의 수천 억원 비자금 소동에 비하면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는 그 규모 면에서 비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원래 검찰의 목적이 ‘모기’가 아니라 ‘사람’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검찰의 수사는 모기를 잡으려다 전직 대통령을 잡아버린 셈이 됐고, 결국 우리나라의 정국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모기를 잡으려면 파리채나 모기향을 피우거나 살충제를 뿌려야지 무턱대고 큰 칼을 빼어 들어서는 안 된다. 기업 경영에 있어 정의를 실현한다고 해서 회사 손실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사소한 일을 바로잡으려 한다면 오히려 그 부작용이 더 심해질 것이다.

그러나 사소한 것이라도 회사에 손신을 초래하는 것이라면 반드시 잘못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김우일 우송대 경영학과 교수·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 (wikimokgu@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