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전통의 서비스산업에서 벗어나 항공기 전문부품을 제조하는 항공우주사업체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아니 사업은 이미 오래됐다. 벌써 40년이 지났다. 고 조중훈 회장이 지난 70년대에 자주국방 실현과 선진 항공산업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정부정책에 발맞춰 국내 최초로 항공기 제조 산업에 진출시킨 노력 덕에 글로벌 항공기 부품 전문기업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꼬리부분이 잘린 블랙호크(HH60), 페인트가 벗겨진 시누크, 레이더가 고장난 F15. 흡사 전쟁터에서 부상당한 부상병을 연상케 한다. 부상병격인 전투기들이 대한항공의 부산테크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섬세한 기술자들의 손놀림을 통해 새롭고 더 강해진 전투기로 거듭나고 있었다. 우리나라 항공기 제조 산업의 산실인 부산광역시 강서구 대저동에 위치한 대한항공의 부산테크센터의 항공기조립공장의 풍경이다.

우리나라 공군의 주력기를 비롯해 육군의 주력 헬기, 미군의 주력헬기와 공중급유기 등이 대한항공의 기술력에 힘입어 더 강력해진 전투기로 변신하고 있다. 글로벌 최고의 페인팅과 래핑기술을 통해 디자인이 가미된 이들 전투기가 우리의 영공을 수호하고 있다. 전투기들은 일정 기간 동안 정비시설에 입고해 완전 분해 수리와 방부처리, 성능점검하고, 비행 시험에 이르는 전 과정을 거치는 창정비를 실시하고 있다. 1978년 한국 공군 UH-1 헬기 창정비를 최초로 군용기 정비 사업으로 사업분야를 확대했다. 다양한 항공기의 창급정비와 개조작업, 성능개량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항공기 부분품과 구조물도 제작 전투기들이 한창 변신하고 있는 사이 조립공장 옆에 위치한 민항기 국제공동개발센터에서는 대한항공이 보잉과 에어버스에 납품하는 항공기 주요부분품이 제작되고 있었다. 탄소섬유 적용을 통해 연비를 대폭 개선시킨 항공기의 부품들이 국적항공사 대한항공의 노력으로 제작되고 있다. 서비스산업으로만 인식돼 온 대한항공의 변신이다.

여객과 화물의 운송이 주사업이었던 대한항공이 40여년간 축적된 항공산업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개척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제작에만 중점을 두었던 항공부분품 수출 사업을 점차 설계분야로 넓혀가면서 1989년 우리나라 항공산업 최초로 항공기 부분품을 설계까지 수행한 MD-11의 여객기 날개에 조립되는 스포일러를, 1994년에 고난이도의 설계, 제작 기술이 요구되는 MD-95 항공기의 곡면형상인 기수동체부분 제작까지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각종 민간 항공기 국제공동개발사업에 활발히 참여해 날개, 동체 등 항공기 주요 구조물을 성공적으로 개발, 제작함으로써 고도의 설계개발, 제작, 조립기술 및 각종 시험능력을 자체적으로 확보하게 됐다.

500MD, 제공호 등 항공사업 메카

대한항공이 아시아 최고의 항공우주사업체로 도약한다. 국내 항공우주산업 역사를 이끌어 온 대한항공이 테크센터의 규모 확장하며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나섰다. 일반인들에게 대한항공은 항공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주로 알려져 제조사업은 아직 낯설다. 대한항공은 지난 70년대 자주국방 실현과 선진 항공산업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정부정책에 발맞춰 국내 최초로 항공기 제조 산업에도 진출한 바 있는 글로벌 항공기 부품 전문기업이기도 하다.

1976년 대한항공은 국내 최초로 500MD 헬기를 생산함으로써 우리나라 항공 산업의 새로운 기원을 열었다. 500MD(군용).500D(민수용)는 대한항공은 국내 최초의 국내 생산 헬기를 1977년 4월 출고한 이래 1988년까지 300여대를 생산했다. 우리나라 항공기 제작사업은 대한항공이 국산 전투기인 F-5 E/F 제공호를 생산하게 됨으로써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이 사업을 통해 대한항공은 기술 능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초석을 다지게 됐다. 뿐만 아니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불리는 무인기 부문의 생산과 연구개발과 기체 정비 수리 등 전 영역에서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주역으로 거듭나고 있다.

부산, 대전 등 R&D센터 운영

국내 항공우주산업의 미래를 열어갈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는 더 넓은 하늘과 우주를 꿈꾸며 항공기 제조•무인기•위성사업 등 항공우주사업 전 영역에서의 사업들을 활발히 전개해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 항공기 제조 산업의 요람인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는 크게 부산의 테크센터와 대전 대덕 연구단지의 항공기술연구원 두 곳으로 이루어져 있다.

항공기 제작, 정비, 설계, 연구개발 등 총 보유 인력 또한 2500여명에 이른다. 대한항공 ‘테크센터’는 70만7866㎡, 연면적 26만6180㎡ 규모에 6900여종의 장비와 1만9000종 이상의 치공구를 비롯해 항공기 생산에 필요한 각종 시설과 장비를 완비하고 있다. 나로호와 같은 한국형 발사체 총 조립을 비롯해 다양한 위성 관련 사업을 전개해나가고 있는 15만㎡ 규모로 이뤄진 대전 대덕 연구단지의 항공기술연구원도 대한항공의 항공우주사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40여년간 축적한 경험과 시설,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 등 뛰어난 사업수행 능력을 토대로 향후 항공기 제작의 핵심 분야인 설계와 복합소재 첨단 구조물 제작 분야에 더욱 활발히 참여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2020년에는 항공우주사업 분야의 매출을 3조원 규모로 키우고 아시아 최강의 항공우주업체로 거듭나 대한민국의 항공우주사업의 위상을 높여갈 계획이다.

나로호.아리랑 등 위성 개발에도 적극

국내 최고 전문기업 입지 강화해 경쟁력 확보

대한항공은 아리랑 1, 2호 개발 및 무궁화 1, 2, 3호 제작 사업으로 위성체 구조물 개발분야에서 100% 국산화를 달성했다. 국내에서 인공위성 본체 설계 제작 능력을 인정받아 천리안위성과 아리랑위성3, 5호의 본체, 안테나와 태양전지판 구조체 개발을 수행했다. 발사체 부문에서는 나로호(KSLV-1) 총조립 기업으로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공동으로 발사체 개발 프로세스, 총조립 공정을 개발해 왔다.

7년여 동안 축적한 나로호 총조립 수행경험을 바탕으로 한국형 발사체 기체 총조립과 구조체 설계 제작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향후에는 국내 유일의 발사서비스 제공업체로 성장해 나갈 예정이다. 위성개발 부문에서도 그간 축적한 역량을 바탕으로 정지궤도위성과 후속 다목적 위성 구조계 개발과 더불어 고부가가치 영역인 위성 광학탑재체 개발 등 사업다각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국내 최고의 인공위성 기계, 구조부분 전문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나아가 해외 선진 위성개발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기술력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