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한옥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주거 등 한정된 수요로만 이용됐던 한옥이 최근에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는 중이다. 이런 한옥의 변신에는 관광산업의 발달로 인한 한옥 체험 수요, 즉 ‘한옥체험업’의 성장이 밑바탕에 자리하고 있다. 전체 관광편의시설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증가해, 한옥에 대한 상업적 수요도 함께 성장하는 추세다.

외국관광객 대신 내국인 수요 급증  

최근 한옥 수요에서 가장 큰 비중을 담당하고 있는 산업군은 한옥체험업이다. 관광진흥법 시행령 등에 따르면, 한옥체험업은 한옥에 숙박체험에 적합한 시설을 갖추거나 숙박체험에 딸린 식사 체험 등 전통문화 체험에 적합한 시설을 관광객에게 이용하게 하는 업종을 말한다. 한옥을 이용한 게스트하우스, 레지던스나 펜션 등이 대표 사례다.

한옥체험업의 성장세는 폭발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사업체 기초통계조사’ 등에 따르면 2009년 17개에 불과했던 한옥체험업 업체 수는 2014년 927개소, 2021년 1분기에는 1,416개소까지 증가한 상태다. 9년 사이 업체 수 기준으로 83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기존 관광편의시설에서 한옥체험업 종사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증가했다. 해당 통계 등에 따르면 2009년 전체 관광편의시설업에서 한옥체험업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0.7% 수준이었지만, 2017년 한옥체험업체가 관광편의시설업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32%를 넘어섰다. 업체 수 비율로는 근 50배 가까이 성장했다. 국내 관광편의시설 업체 10곳 중 3곳은 한옥 형태의 건물을 갖춘 채 영업 중인 셈이다.

이런 성장세는 서울은 물론 각 지방 등에도 확연하다. 건축공간도시연구소 등에 따르면 경상북도의 경우 2012년부터 2017년까지 경주시 등을 중심으로 180개에서 366개, 전라북도는 전주시 등을 중심으로 60개에서 243개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방의 경우, 내국 관광객을 중심으로 한 수요가 증가한 것이 그 원인이라는 것이 한옥체험업 업체 종사자의 의견이다. 서울의 경우, 2012년 63개에서 2017년 121개, 2019년에는 138개소에서 올해 1분기 기준 154개까지 증가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올해 국외여행업과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 등이 감소한 가운데에서도 한옥체험업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대비 국외여행업체는 319개, 일반 게스트하우스는 110개 가량 감소했지만, 한옥체험업체는 21개로 증가했다.

은평 한옥마을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 중인 한 업자는 "한옥체험업체가 증가하고 있지만 서울의 경우 여전히 150개 남짓이다. 현재 서울 일대 전체의 게스트하우스만 1만여개를 넘어가는 상황이라 여전히 한옥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수요는 희소성에서 꾸준하다"면서 "실제로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 일부 타격을 입었지만 올해부터 내국인 관광객 위주의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성장은 한옥에 대한 관광 수요가 뒷받침하고 있다. 전주시의 경우 최근 관광객 수가 줄고 있지만 2017년 기준, 연간 평균 1,108만여명의 관광객이 한옥마을을 방문했다. 실제 내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한옥 시설 이용이나 관광에 대한 선호가 큰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건축공간도시연구소가 2019년 KQ인증(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 품질인증제)을 획득한 전국 한옥체험업체 196개소를 이용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한옥체험업체에 대한 만족도는 90.5%, 재방문 의향은 89.4%로 일반 관광편의시설보다 한옥체험업소에 대한 선호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

건설·호텔업계도 현대 한옥으로 돌파구 모색

한옥체험에 대한 수요가 확산되면서 현대 한옥 등 다양한 형태의 한옥 공급도 증가하고 있다. 새로 지어지는 한옥 다수는 현대식 한옥이 주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 한옥의 경우, 상가 등 범용성이 높고 전통 한옥보다 건축비용이 절반 정도 저렴하다는 것이 한옥 건축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대 한옥은 수익성도 비교적 높다. 건축공간도시연구소 관계자에 따르면 KQ기준 전국 한옥체험업체 중 전통한옥의 월 평균수입이 약 513만원인데 비해 현대한옥은 1,125만원으로 수익이 2배가량 많다.

이에 따라 서울이나 수도권을 중심으로 현대 한옥을 테마로 하는 거주시설이나 상업시설이 확대되고 있다. 현대식 한옥마을 등에 대한 체험이나 거주 수요도 늘고 있다. 건축도시공간연구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개별 한옥보다 한옥마을 거주에 대한 선호가 2016년 대비 14.7% 가량 증가했다.

서울 은평구 진관동의 은평 한옥마을도 이런 대표 사례 중 하나다. 해당 한옥마을은 지난 2010년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조성을 계획, 2012년부터 개발한 ‘현대식 한옥마을’이다. 현재도 일부 한옥 등이 건설 중이지만 2017~2018년 사이 대다수의 한옥이 준공됐다. 일반 상업시설에서도 한옥을 테마로 한 상가 입점이 증가하고 있다. 파주 운정신도시의 ‘데인티 앨리’에 입점한 상가들의 인테리어 콘셉트는 ‘모던 한옥’이다. 현대식 한옥이 일종의 고급 인테리어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일부 건설사와 호텔업계 역시 한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충청남도 부여시에 백제역사재현단지 등을 건설한 삼부토건은 건설업체 중 대규모 한옥 토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삼부토건은 2015년 한옥호텔인 인천 경원재 앰배서더 준공과 2018년에는 경복궁 흥복전 복원공사에 이어 지난해에는 470억원 규모의 거제시 전통한옥호텔 신축공사를 수주한 바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호텔업계 역시 한옥을 통한 고객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는 중이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전통호텔업으로 분류된 호텔은 8개다. 인천광역시에 2개, 강원도에 1개, 전라북도에 1개, 전라남도에 2개, 경상북도에 1개, 제주특별자치도에 1개가 분포돼 있다. 현재 삼부토건이 시공하는 거제시 한옥호텔 외에 호텔신라도 약 3,000억원을 투입해, 2025년까지 서울 중구 장충동에 전통한옥호텔 건립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옥전문 건설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한옥 건설 수요 중 소형 한옥 건설 수요는 줄었지만 호텔 등 대형 규모 한옥의 건설수요는 상대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해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상엽 금당한옥 대표는 “규모가 있는 펜션이나 중대형 호텔 등 자본이 있는 투자 시장에서는 여전히 한옥 건설에 대한 수요가 살아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한옥 수요 역시 양분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인건비나 단가 상승으로 인한 빈익빈 부익부 현상으로 중소형 규모 한옥의 수요가 살짝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