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글로벌 이커머스 산업의 가시적 성장은 이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상품의 가격 경쟁력, 상품의 구성, 고객편의 서비스 등은 지난 몇 년 간 눈부시게 성장했고 현재 각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서비스는 상향평준화가 이뤄졌다.

각 플랫폼들은 어떤 변화로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브랜드를 인식시키는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D2C는 플랫폼들의 변화가 잠시 멈춰있는 사이, 플랫폼의 영향력을 벗어난 거래를 시도한 사례들이 성공을 거두면서 새로운 대세가 되고 있다. 

문제는 D2C의 현실이다. 과연 D2C가 무조건적인 성공을 보장하는 것일까? 냉정한 접근이 필요하다.

Direct 그리고 Digital
   
D2C의 핵심은 판매자의 상품이 판매자의 자체 유통채널을 통해 구매자들에게 직접 판매되도록 하는 것이다.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어떤 중계자가 존재하지 않는, 현존하는 가장 빠른 상거래의 방식이다. 이를 통해 판매자들은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되고 구매자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과거 이커머스 기업들이 유통 과정 단축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오프라인 유통채널들보다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과 같은 흐름이다. 

여기에 최근의 D2C는 유통 과정을 조금 더 유연하게 만들어 주는 여러 방법론들이 활용되면서 판매자들마다 다른 형태의 D2C가 실현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다. 디지털 전환은 D2C 판매자들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현재의 D2C 판매자들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 우선, 제품과 서비스와 상품이 판매될 자체 플랫폼을 SNS 등을 통해 알릴 수 있으며 제품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을 미리 살펴볼 수도 있고, 판매 데이터 관리도 가능하다. 즉, D2C의 ‘직접(Direct)’을 완성시키고 있는 것은 디지털(Digital)인 것이다.

정체돼 있는 이커머스의 발전 속도와는 대조적으로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시간 단위로 이뤄지고 있다. 그렇기에 미래의 D2C는 현재 시점에서 상상 할 수 없는 발전된 수준 그리고 셀 수없이 다양한 형태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양날의 검  

판매자가 거대 플랫폼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채널을 운영하는 것은 D2C의 기본 요건이다. 이런 가운데 D2C의 수많은 성공 사례들이 나오면서 다수의 판매자들이 D2C 시장으로 진입하는 중이다.

다만 D2C가 모든 판매자들에게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판매자의 준비 상태에 따라 오히려 거대 플랫폼에 속해 있는 것이 더 유리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D2C의 시장이 성장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기존 이커머스의 규모와 비교하면 아직은 ‘빙산의 일각’으로 여겨질 수준인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많은 이들은 나이키, 에르메스, 버켄스탁 그리고 테슬라 등을 D2C의 성공 사례로 이야기 한다. 그러나 이들은 이미 브랜드 가치가 있는 기업들이기 때문에 성공했다고도 볼 수 있다. 아마존이 아니어도 나이키의 제품은 전 세계 어디에 가져다놔도 잘 팔리기 때문이다. 자사의 자본력과 판매 노하우 그리고 디지털 기술과 마케팅을 접목시켜 D2C 성공을 거둔 사례다.

다른 브랜드들도 마찬가지다. 만약 고객 인지도가 현저하게 낮은 브랜드들이 갑작스럽게 탈 아마존을 선언하고 D2C를 시작했다면 일단 그나마 아마존에 속해 있을 때에 받던 관심조차 받지 못할 것이며, 얼마 버티지 못하고 도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플랫폼의 영향력을 벗어난다는 것은 곧 플랫폼이 지원하는 ‘관리’를 받지 않는 것과 같다. 판매 마케팅, 데이터 관리, 고객 반응 확인 및 대응 등은 플랫폼에게 수수료를 주는 대신 맡기면 끝나는 일이었다. 그러나 D2C는 수수료 비용을 절약하는 대신 모든 것을 스스로 관리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다른 한 편으로는 어떻게든 소비자들의 관심을 환기시켜야 하는 SNS의 활용에서 마케팅의 방향을 조금만 잘못 잡으면 비난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위험성도 있다. 

D2C 판매자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들을 선보여야 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 작업에서 조금만 손을 떼도 여지없이 경쟁에서 도태된다. 이 견제 중에는 자본력과 인지도를 확보한 유명 브랜드들의 도전도 있다. 차라리 아마존에 수수료를 꼬박꼬박 내면서 안정적으로 상품을 파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컨설팅 기업 디지털이니셔티브 그룹 김형택 대표는 “개별 상품 판매의 카테고리를 가장 먼저 시작한 퍼스트무버 D2C 판매자들의 마케팅 부담은 조금 덜 할 수 있겠으나 그러한 경우는 철저하게 극소수이며, 대부분의 후발주자들이 시도하는 D2C는 마케팅 비용과 고객의 수가 비례하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라면서 “고객의 입장에서 명확한 차별화가 느껴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케팅 도서 <D2C 레볼루션>에서 허재원 구글 그로스 매니저는 “현재 실현되고 있는 D2C 모델은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하게 대형 유통업체를 배제한 상품의 판매를 의미하지 않는다”라면서 “D2C는 고객들의 힘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해져 있는 현 시대에 맞춰 판매자가 고객과의 접점을 강화하기 위한 수많은 전략들 중 하나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들이 기대하는 모든 것을 잡아낼 수 있는 역량이 있는가의 여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