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부터 경기회복…유동성 과잉 선제조치 필요

현오석 KDI 원장이 지난 19일 여의도 증권거래소에서 아시아경제신문 초청 강연을 하고 있다.


‘안정화 정책에 있어 시기를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경제정책의 운용방향을 보면 일반적으로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은데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특히 인플레이션 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유동성 과잉에 따른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에서 개최된 아시아경제신문 초청 강연에서 ‘우리 경제의 현황과 위기극복 방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현 원장은 “인플레이션은 통상 주택 등 자산가격 상승 이후 시차를 두고 나타나기 때문에 단기적인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유동성 관리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에서는 경기 안정화를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이 불가피하나 향후 세계경제와 국내 경기 회복에 대비, 정책 정상화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현 원장은 강조했다.

이어 “유동성 과잉 자체를 문제로 보고 접근할 게 아니라 그 흐름을 어떻게 조절하고 또 경기회복 이후엔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다”면서 “자금이 기업투자 등 생산적인 측면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정부가 계속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

앞으로 경제회복 추이를 주시하면서 거시 정책기조 전반에 대한 점검도 병행해 나가야 한다”고 덧 붙였다.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경기정책과 별개로 추진하되 노사관계 문제나 정보 불균형, 기업 스스로의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민간 주도의 구조조정에 제약이 있을 경우에 정부가 상당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기 회복돼도 고용까진 상당 시간 필요
경기 회복 과정에서 ‘고용’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지난 1997년 11월 외환위기 때 당시 보면 실업률은 1999년 3월에 최고조에 달했다. 위기 발발 1년 반 이후 고용시장의 최악을 경험한 것이다.

“고용의 문제는 경기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데 있다”며 “현재 어느 정도 회복 기미가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은 여전히 문제다”라고 우려했다.

한편 지난 3월까지 통계를 보면 반도체·자동차·휴대폰 등 품목은 미국, 중국 등 특정국가에서 오히려 시장점유율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가 수출이 안되면 다른나라 브랜드들도 수출이 안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 경제 전망은 세계 경제 영향을 배제할수 없다. 유수 석학들은 세계 경제위기가 상당히 오래갈 것으로 전망 한다. 올 연말에도 해결이 아닌 봉합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현 원장은 올해 경제 전망에 대해 IMF 때보다는 희망적으로 평가했다. 올해는 -2.3%로 하락하지만 내년에는 3.7%로 전망했다.

한편 현 원장은 “지난 학기 카이스트에서 경제학자 맨큐의 책을 교과서로 거시경제 강의를 했는데 ‘경제 불황이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이유’의 섹션이 있었다”며 “이 섹션을 보면서 ‘고쳐 써야 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처럼 경제가 이렇게 되리라 예상한 경제학자는 없었다. 사이클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앞으로 위기극복 전개 과정에서도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경제가 ‘글로벌화’되면서 나라별 규제는 점차 그 의미가 없어지고 있고,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각 나라가 서로 공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만큼 주요 20개국의 논의가 중요하다고 현 원장은 강의를 통해 강조했다.

또한 전 세계가 동의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질서를 만들고 각국이 서로 체질을 강화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녹색성장이 새로운 성장패턴 될 것
현 원장은 이어 정부가 추진 중인 ‘녹색성장’ 전략에 대해 “경제협력개발기구 등 많은 나라들이 녹색성장에 관심을 갖는 건 앞으로 새로운 성장패턴이 될 뿐 아니라 각국의 과잉 유동성을 흡수하는 통로가 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라며 “녹색성장은 기본적으로 기업 행태의 변화를 요구한다. 앞으로 관련 분야를 ‘시장화’해 나갈지 아니면 ‘규제화’할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 원장은 ‘경제학자들이 붕괴 예방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붕괴 예고 시스템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이번 경제위기 이후 자본주위 자체에 대해 정부 규제를 통해 방만이 도가 지나치지 않게끔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과, 규제가 오히려 망칠 수 있다는 의견으로 갈렸다”며 “심하게 말하면 ‘자본주의가 잘되려면 망할 회사는 망해야 한다.

대마불사라는 말이 있는데 자기가 책임지고 자기만 망하면 과잉생산 문제도 해결이 된다. 그러나 이게 현실적으로 안되니까 나라에서 살리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 원장은 “그러나 글로벌 기업인만큼 국가 차원에서 어찌할수 없을 정도로 기업이 성장했다. 이제 각국이 공조하는 수밖에 없다”며 “위기를 막으려면 글로벌 경제를 만든지 말던지 아니면 글로벌화된 규제를 마련해야 하는 문제다.

그러나 전자로 갈 수는 없다. 글로벌 현상은 피할 수 없는데 어쩌겠는가. 최소한 위기를 만들지 말도록 노력하는 것이 방지책”이라고 덧붙였다.

3분기 마이너스 성장이 우려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전망은 여러 가지로 할 수 있다”면서도 “신뢰도에 있어서도 더 나빠질 가능성이 적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하방 리스크는 언제든지 있다.

경기 전망은 회복 쪽으로 가깝게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임 100일을 넘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해서는 “일관적인 시그널을 줄 필요가 있다”며 “우리 경제의 경쟁력 문제다. 일관된 시그널을 주는 게 좋겠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고 언급했다.

유은정 기자 appl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