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박지현 기자

강남을 시작으로 서울전 지역 전세값이 크게 상승하는 중이다. 강남의 경우는 실제 수치보다 높아 더 높은 1억~2억원 이상 상승한 곳도 있는 곳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물량이 없어 전세값 상승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1. 서울 광진구 광장동에서 거주하는 김수혁(45)씨는 전세값 때문에 요즘 잠도 제대로 못자고 있다. 2년 전세 계약은 이미 한달여 지났지만 여전히 집을 구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당초 계약 연장을 하려 했지만 집 주인 아들내외가 들어온다며 계약 연장을 거부했다. 김씨는 주위에 집을 알아보려고 했지만 물량 자체가 없어 애를 먹고 있다. 부동산중개업소에 2

000만원 가량 높게 불러도 다른 사람들이 3000만원 가량 높게 불러 계약을 해버렸던 경우도 있었다. 또 현재 거주하고 있는 전세 세입자들이 재계약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전세 찾기는 하늘이 별따기 수준이다. 김씨는 “아이들 공부와 직장 출퇴근 관계 때문에 이 지역을 벗어날 생각이 없었는데 이제는 다른 지역 이주를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2.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진대성(43)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가 재건축에 들어가면서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진씨는 아이들이 공부하는 대치동으로 이주할 예정이었지만 전세가격이 워낙 크게 올라 고민하고 있다. 진씨가 생각하고 있는 지역의 아파트는 한달 사이에 무려 5000만원~1억원 이상 올랐다. 더 큰 문제는 나온 물량 조차 없어 이마저도 힘들다. 현재 금액으로 집을 구하려면 더 작은 평수로 옮겨야 하지만 부인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진씨는 “여러 부동산중개업소를 돌아 다녀도 전세가 없었다”며 “그나마 남아 있는 아파트는 융자가 많거나 평수가 작은 것들뿐이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전세 계속 상승중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서울 전세가 변동률은 지난주에 비교해 0.02% 상승했다. 서초구(0.10%)가 가장 많이 올랐고, 강남구(0.10%), 성북구(0.04%), 강서구(0.03%), 중구(0.02%) 등이 상승했다.

강남구의 경우 현재 아파트는 물론 원룸, 투룸까지 전세 물량이 없는 상태다. 강남 탑 부동산 나은경 실장은 “전세물량이 모자라는데 재개발 이주수요까지 겹치면서 물량 부족해지면서 전세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강남 거주자들은 다른지역으로 이전하기 꺼려하는 경향이 많아 강남 몇몇 지역은 1억~2억원 가량 상승한 곳도 있다”고 말했다.

상황은 강북 지역도 마찬가지다. 성북구는 1000만~2000만원, 광진구는 최근 2000만~3000만원 가량 상승했다.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 물량이 없는 상태다.

우리들 부동산 김미숙 대표는 “이 지역은 현재 전세값이 계속 상승하는 중이며 학군지역이라 앞으로도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전세 만기 계약자들이 대부분 연장계약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물량부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현재 전세 10개 중에 8~9개가 재계약을 하고 있다”며 “비교적 학군이 좋아 앞으로 더욱 물량 부족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물량이 부족하기는 강서구도 마찬가지다. 119공인중개사 홍승근 대표는 “강서구의 경우도 대략 1000만~2000만원 수준으로 10% 가량 상승했다”며 “현재 전세 물량은 부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서울 전세 상승은 강남이 주도… 강북과 큰 차이

서울 지역은 매달 전세가격이 크게 상승하고 있지만 강남과 강북의 차이가 크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강남구는 매달 상승폭이 크지만 강남을 제외한 지역의 전세가격은 강남3구 절반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서울 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서울 아파트 평당 전세가격과 증가율’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지역은 지난 9월 기준으로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을 조사한 결과 50.2%로 조사됐다. 2년 전인 2010년 9월(39.9%)과 비교하면 무려 10.3%나 올랐다.

3.3㎡당 전셋값이 가장 높은 자치구는 강남구로 1283만원이었으며 서초구(1226만원), 송파구(1022만원) 등 강남 3구가 상위 1~3위를 차지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9월 기준 3.3㎡당 전세가격이 1000만원을 웃돈 곳도 이들 3곳뿐이었다. 전세가격이 가장 낮은 자치구는 금천구(574만원), 도봉구(580만원), 강북구(594만원) 순이었으며, 이들 자치구의 평균 전셋값은 강남3구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처럼 강남을 제외한 지역과 큰 편차를 보이면서 서울 전세값 상승이 강남에서 주도하고 있지 않느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전세값 상승이 왜곡됐다는 것이다.

A부동산 업체 김모 대표는 “그동안 아파트 가격에 거품이 많이 있다는 주장이 많았는데 전세가격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며 “특히 강남의 경우 전세가격을 크게 상승시켜 다른 지역으로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최근 송파구와 강남구의 몇몇 아파트에서 전세값을 1억원 이상 올려 중개업소에 통보하는 경우도 있다”며 “강남에서 전세가격이 상승하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올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값 상승 집사는 것이 기회?

전세값이 매매가격에 근접하면서 아파트 거래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 시장 반응은 냉담하다. 그동안 패턴을 살펴보면 일정 시차로 전세가격이 오르면서 실제 매매로 이어진 사례가 많았다. 2006년과 2007년 경우도 전세가율이 크게 뛰면서 거래율이 덩달아 크게 상승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과거와 달리 아파트 낙폭이 심해져 매매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 김모 사장은 “아파트는 가치로 보는데 서울은 물론 신도시에서도 아파트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매수자의 기대심리가 바닥이라서 매수 심리는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강남의 경우 전세가 대비 매매가가 10%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곳도 있지만 거래율은 제로다. 김 사장은 “이 아파트 거주자는 최근 전세 재계약을 했는데 1억원 이상 전세가격을 올려줬지만 구매 의사는 단 한번 밝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세가격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는 중이자만 물량부족 거래량이 없어 앞으로 서울권 전세파동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