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앞에서 싸이춤 추고 내복 선물하고 서울성곽길 함께 걷는 사장님들

행복한 기업 분위기 조성엔 분명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가장이 어떤 성격의 소유자냐에 따라 가풍(家風)이 달라지듯 회사나 조직분위기도 마찬가지다. 행복한 직원이 행복한 고객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행복한 직원은 누가 만들까. 바로 그들을 이끄는 조직의 수장, 리더들이다.

 

 

우리 기업들 중엔 어떤 해피 리더십이 구현되고 있을까. 국내 기업인들 중 해피 리더십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인물로는 한미파슨스의 김종훈 회장이 대표적이다.

김 회장은 창립 초기부터 ‘꿈의 직장’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매진해왔다. 그는 어떻게 하면 직장을 천국으로 만들고 구성원 중심의 회사로 만들까를 고민하던 중 2000년 일하기 좋은 기업, 즐겁고 행복한 일터 만들기 운동인 GWP(Great Work Place) 개념을 알게 됐다. 그는 그 뒤부터는 최우선적으로 혼신을 다하여 ‘꿈의 직장 구현’ ‘직장인의 천국’을 만드는 것에 몰두했다. 그 결과 2003년부터 2009년까지 대한민국 훌륭한 일터상을 7년 연속 수상하는 한편, 2009년에는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한미파슨스는 공개적으로 내놓고 구성원이 최우선임을 천명하고 무엇보다도 새 구성원을 뽑을 때도 ‘직장인의 천국을 구현하는 한미파슨스’라는 카피를 쓴다. 기업의 최종 목표다.

CEO 특명1-회사를 즐거움과 감동이 넘치게 하라

김 회장이 꿈꾸는 직장인의 천국이란 무엇일까? 내부 고객인 구성원들이 만족을 통해 최고의 가치를 냄으로써 고객가치를 창출하고 이에 따라 주주가치는 자동적으로 창출되는 선순환의 지속 가능한 경영 매커니즘을 만드는 것이다.

한미파슨스는 아기를 낳으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은 물론 기업 전 구성원이 주식을 갖는 종업원지주제를 실현했다. 또한 ‘애플 배케이션’이라고 불리는 2개월간의 파격적인 유급 휴가도 운영 중이다. 애플 배케이션이란 뉴턴이 어슬렁거리며 산책하다가 사과나무 아래에서 만유인력을 법칙을 발견한 데서 따온 이름이다.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 자연의 비밀을 알아볼 만큼의 여유도 생기고 창의력과 통찰력도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착안한 제도다.

그밖에도 구성원 중 한 명이 암 같은 병에 걸리거나 엄청난 불행을 당했을 때 전사적으로 달라붙어 모금운동을 통해 도움을 주고 회복되고 나면 언제든지 다시 복귀할 수 있다. 한때 암에 결렸던 직원이 재택근무를 하면서 치료 끝에 병을 나아서 되돌아온 일화는 유명하다. 인위적인 해고는 없고 구성원들의 가족의 행복까지 챙긴다.

이런 김종훈 회장의 해피리더십은 다른 기업 리더들에게도 귀감을 사고 있다.지금은 LG화학으로 자리를 옮긴 권영수 전 LG디스플레이 사장도 해피리더십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 리더다. 권 전 사장은 지난해 한미파슨스 김종훈 회장의 저서인 <우리는 천국으로 출근한다>를 읽고 임직원들에게 추천해 화제가 된 적도 있다. 당시 권 전 사장은 “남들이 넘볼 수 없는 확실한 1등을 위해서는 좋은 리더십이 필요한데, 김 회장의 저서를 읽으며 우리가 추구하는 리더십과 유사한 점이 많아 흥미로웠다”고 서평했다. 그리고 ‘출근하고 싶어 안달 나는 회사’ ‘구성원이 행복해야 회사가 잘 된다’ ‘구성원을 최우선 배려하라’ ‘봉사할 수 있음에 감사하라’ 등 김 회장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들은 LG디스플레이의 ‘인간존중 경영’의 리더십과 개념이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의 해피리더십은 꾸준하다. 올해 대표이사로 취임한 한상범 대표는 수험생을 둔 임직원 가정에 직접 카드와 합격기원 떡을 보내며 직원들과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한 대표는 카드와 함께 영양떡과 찹쌀떡 등 정성을 담은 ‘합격기원 떡’과 수능시험장 반입이 가능한 ‘수능만점 손목시계’을 함께 넣어 각 가정에 전달했던 것.

한 대표는 “내부고객인 직원과 직원 가족들이 갖는 만족감이 회사가 높은 경쟁력을 발휘하는 원천”이라며 “회사를 즐거움과 감동이 넘치고, 직원들의 창의와 열정이 발산되는 최고의 일터로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CEO 특명2-직원들이 마음껏 웃을 수 있는 환경 만들라

직원들을 웃게 만들어 조직 내 해피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리더도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웃음경영’ ‘펀(Fun)경영’의 대가로 통한다. 하나대투증권 사장 시절 그는 사내 장기자랑 행사에 나와 트레이닝복을 입고 ‘마빡이’ 춤을 추고, 하나은행장 시절엔 새해 첫 출근 날 회사 로비에서 반짝이 옷을 입고 개그콘서트의 ‘감사합니다’ 동작을 따라 하며 직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던 일화는 보수적인 금융권에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김 회장은 얼마 전 하나금융지주 월례간담회 자리에서 싸이의 ‘말춤’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이런 김 회장의 유쾌한 행보는 단순히 이벤트성으로 연출된 것이 아니다.

평소 유머 코드가 담긴 소통을 중시하는 그가 ‘즐겁고 신나게 일하자’는 ‘펀(fun) 경영’을 몸소 실천함으로써 어려운 시기에 자칫 경직되기 쉬운 조직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고 직원들이 사기를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 나온 행동으로 보인다.

의미 있는 이벤트로 직원과의 거리를 좁히고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해피리더십도 요즘은 대세다. 신헌 롯데백화점 사장은 최근 ‘패션 경영’으로 기업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직원들의 일할 의욕을 북돋고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정장 중심이던 백화점 임직원들 옷차림이 최근 화사한 옷과 신발 등 개성을 표출할 수 있는 스타일로 바뀌고 있다. 지난 3월 부임한 신 사장이 패션기업으로서 백화점 정체성을 강조하면서 생긴 변화다. 이 같은 변화의 바람으로 롯데백화점에선 초록색 바지에 하얀 구두를 신은 50대 간부, 파마머리에 컬러 안경테와 캐주얼슈즈로 멋을 부린 임원과 수염을 기르거나 나비넥타이를 맨 직원들을 보는 일이 어렵지 않게 됐다.

신 사장 지론이 전파되면서 롯데백화점은 매주 금요일 지정한 코드의 옷차림을 하고 출근하는 ‘드레스코드 F’ 행사를 통해 ‘체크데이’ 이벤트에서 체크무늬를 테마로 한 패션스타일을 하고 나온 직원 중 가장 패션감이 뛰어난 남녀 2명에게 상금을 주기도 했다.

신 사장은 또 최근 전 점장과 전국 영업점 파트리더들에게 작은 선물을 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불황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직원들에게 ‘힘내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 전 점장들에게 ‘다리로 실제 땅을 밟는다’는 의미의 ‘脚踏實地(각답실지)’의 글귀가 써진 카드와 구두를 한 켤레씩 선물하는가 하면 직원들에겐 ‘물방울이 돌을 뚫는다’는 의미의 ‘水滴石穿(수적석천)’이란 문구가 새겨진 펜을 선물했다. 펜은 ‘지워지는 펜(Pilot社, Frixtion ball)’으로 ‘펜은 지워지지 않는다’는 상식을 깬 창의적인 발상으로 탄생하게 된 제품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현장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끊임없는 도전정신으로 불황을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가운데)과 30대 초중반 미혼 직원 10여명이 지난 4월 13일 서울 충무로 신한카드 본사 옆 중식당에서 '블랙데이(4월14일)'를 앞두고 점심식사를 함께 하고 있다.
 

CEO특명3-가족처럼 직원들을 섬세하게 대하라

허태수 GS shop 사장은 직원들이 먼저 즐거워하고 자신의 일을 신바람이 나서 할 수 있어야 회사도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2007년 취임 직후 첫 업무로 총무팀을 기업문화팀으로 확대 개편한 것은 즐겁고 창의적인 ‘기업문화’ 구축이야 말로 경쟁력의 기초 체력과 같은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허태수 사장은 칭찬에 적극적인 리더다. 부서나 직원 개인의 성취에 관한 소식을 접하면 본인 명의로 격려 메시지와 함께 케이크를 꼭 전달할 정도로 세심하다고. 허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산책 간담회’를 열고 직원들과 스킨십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허 사장은 매년 1,2월 주말마다 북한산 순례길, 남한산성, 양재천, 북악산 서울 성곽 등의 간단한 산책로를 약 20명 내외의 임직원들과 함께 걸으며 대화를 나주고 있다. 이 자리에서 임직원들을 통해 경영에 필요한 회사의 세밀한 부분까지 듣고 살피며 임직원들을 격려한다.

명형섭 대상 사장은 직원들의 건강 도우미로 나섰다. 대상은 지난 2009년부터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한 'GWP(Great Workplace) 캠페인'의 일환으로 전체 그룹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강력한 금연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신설동 대상 본사를 비롯해 전국의 모든 사옥과 공장, 중앙연구소 등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임직원들에게도 금연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시행 초기에는 일부 직원들의 반발이 있었으나 ‘건강한 식품을 만드는 기업의 구성원이 흡연을 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라는 명형섭 사장의 확고한 의지에 따라 4년째 금연정책을 지속해 오고 있다. 대상 조직 내에선 전 임직원에게 금연서약서를 작성해 조직장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이를 자신의 책상에 붙이고 있다. 또 혹시나 있을지 모를 회사 주변 흡연행위에 대해서는 인사팀을 중심으로 한 암행단속도 진행한다. 특히 올해부터는 금연을 부서평가와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등 더욱 강력한 금연정책이 시행 중이다.

김기범 KDB대우증권 사장은 취임 이후 전국 각지의 지점을 방문해 영업점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만나 격의없이 소통하는 자리를 갖는다. 또한 본사의 임직원들과도 틈틈이 식사를 같이 하는 자리를 만들며 소통경영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큰 조직일수록 수직적이고 경직된 조직 문화를 갖기가 쉽고, 강압적일수록 조직의 창의성과 능동성은 떨어진다는 생각에서 실천하는 행동이다.

CEO특명4-고객의 마음을 읽듯 직원 마음 읽어라

신한카드에는 임원회의실 CEO 좌석 옆에 ‘고객의 의자’가 있다. 모든 전자결재 양식에는 ‘최종 결재는 고객이 하십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모든 의사결정의 관점을 고객의 입장에서, 모든 경영활동은 고객가치를 실현하는데 두겠다는 CEO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은 매년 전국의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고객을 맞이하는 최일선의 직원들과의 스킨십 기회를 가지고 있으며, 본사 주변의 남산을 직원들과 걸으면서 편안한 대화의 시간‘Walk & Talk’도 가졌다. 그밖에도 미혼남녀 직원들과 짜장면 점심을 함께하는 ‘블랙데이 짜장면 오찬’ ‘호프데이’ 등 재밌는 소통 프로그램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애경은 올해부터 부문별 단기포상 제도를 마련해, 성과 창출한 직원들에게 금전적 포상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포상자들 가족들을 몰래 불러 사내방송을 통해 가족들이 편지를 읽어주고 감동의 메시지를 전달, 인간미 넘치는 따뜻한 기업 분위기를 만들었다. 고광현 애경산업 대표이사가 직접 포상자와 가족들에게 직접 시상을 하고 노고에 대한 격려와 칭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순우 우리은행장은 ‘직원만족’을 뜻하는 ‘People First’를 강조한다. 이 행장은 얼마 전 전 직원에게 내복을 선물하기도 했는데 전 직원들이 훈훈한 겨울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는 후문이다.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은 무조건 행복해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가진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증권가의 대표적인 소통경영의 선봉자다. 유 사장은 ‘직원들이 출근할 때 마음이 설레고 퇴근할 때 마음이 가벼운 회사가 정말 좋은 회사다’라고 말하며 직원들을 위한 행복경영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