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민석 riomanjun@hanmail.net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선임연구원으로 활동중인 안민석 연구원은 신도시 투자에 대한 진솔한 애기를 들려준다. 네이버부동산 상담자문위원, 한국경제신문 전국상권대해부 및 자영업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동판교 상권, 활성화에 있어 합격점

로또신도시로 불리며 부동산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판교신도시 상가시장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우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판교신도시의 상권은 크게 세 곳으로 구분할 수 있다. 알파돔시티와 접해 있는 판교역(중심상업)상권과 서판교, 동판교 상권이다.

동판교의 경우 봇들마을 1~4단지에 둘러싸여 있는 사거리를 중심으로 5개의 근린상가가 소규모의 상권을 이루고 있다. 2008년 분양 당시 이 상가들의 1층 분양가는 3.3제곱미터당 4,500~5,100만원에 달했다. 판교에 최초로 공급된 상가들이었기 때문에 기대 심리에 의한 반짝 분양률을 보였지만 배후 세대수에 비해 상가 비율이 높지 않고 동선과 접근성이 좋아 뛰어난 입지를 자랑하는 대신 높은 분양가로 인해 상권 형성이 늦어졌고 결국 점포당 10억 안팎의 많은 자금을 투자한 분양주들은 기대 이하의 수익율로 쓴맛을 봐야 했다.

10억원 규모의 점포에서 연 6%의 실질수익률을 거두려면 월 500만원의 임대료를 받아야 한다. 입주시기와도 시간적 편차가 있고 상권도 형성되지 않은 곳에서 그 정도의 월세를 감당할 수 있는 업종은 많지 않다.

따라서 초기에 공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수익률 하락을 감수하고 그보다 낮은 조건으로 임대계약을 맺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속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일단 동판교 상권은 서판교나 판교역 주변과 비교해 빠른 활성화와 낮은 공실률을 보이며 나름대로 선방했다고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이곳은 향후 알파돔시티가 들어서더라도 별개의 독자적인 입지를 구축할 수 있고 상권영역 확보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숙기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불꺼진 서판교, 분양과 활성화 모두 참패

타운하우스와 아파트, 단독주택 모두 인기를 끌며 신흥부촌으로 떠오른 서판교지만 상가는 아직도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판교에는 서판교역 예정지로 불리던 운중동 상권과 판교도서관 상권이 자리잡고 있다.

운중동의 경우 입주 후 2년이 지난 2012년 5월 조사에 의하면 전체 상가의 공실률이 70%에 달했다. 에프알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서판교의 공실율은 50.3% 초기에 비해 다소 낮아졌지만 상층부는 여전히 비어있는 상태다.

원인은 분양가격이 3.3㎡당 4000~5000만원대로 높게 책정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판교 중심상권의 1층상가(40㎡ 기준)의 평균 임대료 수준은 270~400만원 가량이다. 분양 당시 이 점포들의 분양가가 7억~8억원 (3.3㎡당 4000만~5000만원)에 달했다는 것을 감안할 때 투자자들이 가져가는 평균 연수익률은 5%를 밑도는 수준이다.

아울러 배후 세대수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점포가 공급된 것도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버스정류장을 중심으로 은행 등이 들어서고 운중천 일대에 카페거리가 형성되면서 사정은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공실과 낮은 투자수익률로 고전하고 있다.

판교도서관 주변도 마찬가지다. 대로변에 6개의 근린상가와 오피스텔상가가 있고 이면에 상가주택 단지가 형성돼 있지만 이곳 역시 높은 분양가로 인해 잦은 임차인 교체와 공실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대로변 40㎡ 규모의 1층 점포 임대료는 330~400만원 수준으로 분당 서현역이나 야탑역에 맞먹는다. 이면 상가주택의 99㎡ 기준 1층매장의 임대료는 450~600만원 수준으로 전문가들도 놀랄 정도다.

이는 당초 상업용지와 이주자택지 공급가격이 높아 분양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주택가격 상승에 따라 상가 역시 잘 될 것이라는 기대에 시행사나 건축주들이 개발이익 비율을 높여 분양가를 책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국 판교도서관 상권에 초기에 들어선 점포 중 꾸준히 영업이 유지되는 곳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심지어 뚜레쥬르, 베스킨라빈스와 같은 1군 프랜차이즈 매장마저 문을 닫는 등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알파돔시티만 바라보고 있는 판교역 주변

판교역 주변 상권 역시 썰렁하다. 우선 판교역을 이용하는 승객수 자체가 적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봇들마을 일부 단지를 제외하면 판교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판교주민은 거의 없다. 판교역 북쪽에 위치한 중심상업용지 내 상가들은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현재까지의 모습은 참담하다.

상가 공실률은 50%가 넘고 업종 역시 극히 제한적으로 입점되고 있다. 이곳 역시 근본적인 문제는 높은 분양가에 있다. 실제 판교 중심상업용지 21곳의 3.3㎡당 평균 토지낙찰금액은 6885만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균 낙찰율은 198%에 달했다.

높은 땅값은 고스란히 분양가로 전달돼 1층의 3.3㎡당 분양가는 8500~1억에 형성됐다. 유동인구가 없는 지역에서 점포당 임대료가 1000만원이 넘는데 장사를 하러 들어가는 임차인이 있다면 이상한 일이다. 설상가상으로 인근에 위치한 판교테크노벨리마저 입주업체의 이주가 늦어지거나 무산되면서 상주인구가 예상보다 줄어든 것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희망이 있다면 알파돔시티가 조성된다는 것이다. 공모형 PF사업의 대표주자격인 이곳은 아파트에 이어 상업시설의 본격적인 분양에 들어가면 판교역 주변의 상권지도를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백화점과 호텔, 복합몰 등이 들어서면서 활기를 띠게 될 것으로 예측되며, 중심상업용지에 위치한 상가들에 비해 분양가가 저렴할 가능성도 있어 눈여겨볼 가치가 있다. 다만, 온전한 형성과 활성화까지 길게는 5~6년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어 투자전략을 수립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