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최근 증강현실(AR)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구글 및 애플에 이어 삼성전자가 AR 글래스 개발에 나서는 것으로 확인됐다. 메타버스(Metaverse)로 통칭되는 가상의 세계가 부상하는 가운데 가상현실(VR)보다 AR의 존재감이 커지는 중이다. 그 연장선에서 다양한 기업들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삼성의 AR 글래스로 추정되는 이미지. 출처=갈무리
삼성의 AR 글래스로 추정되는 이미지. 출처=갈무리

그들의 행보
AR 시장이 커지며 각 기업들은 강력한 투자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인수합병까지 추진하고 있다. 당장 애플은 지난해 5월 미국 넥스트VR을 인수했으며 페이스북은 지난해 6월 스웨덴의 지도업체인 Mapilary를 품었다. 지난해 2월에는 컴퓨터비전 스타트업인 스케이프 테크놀로지를 인수하기도 했다. 구글은 지난해 6월 캐나다의 AR 글래스 업체인 노스를 1억8000만달러에 인수했으며 지멘스는 지난해 6월 스웨덴의 비젠도를 품었다.

삼성전자도 한 칼이 있다. 기어VR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사실상 VR 시장에서 철수한 가운데, 최근 AR 글래스를 개발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눈길을 끈다.

나인투파이브구글은 21일(현지시간) 전문 트위터리안 '워킹캣(WalkingCat)'의 콘텐츠를 인용해 삼성전자가 AR 글래스를 개발하고 있다 보도했다.

구체적인 스펙이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AR 글래스를 착용할 경우 눈 앞에 대형 디스플레이가 펼쳐진 것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으며 문서 작업 및 화상 통화를 할 수 있는 장면도 연출됐다. 가상 키보드를 이용해 홀로그램을 이용하고 AR 시뮬레이션을 통해 입체작업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스마트워치인 갤럭시워치와 호환되는 덱스 소프트웨어 작업도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미국 실리콘밸리의 AR 기업인 디지렌즈에 추가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그 연장선에서 새로운 AR 글래스를 개발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세컨드라이프. 출처=갈무리
세컨드라이프. 출처=갈무리

메타버스, 그리고 AR
메타버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

메타버스는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Universe(유니버스)와 가공 및 추상을 의미하는 Meta(메타)의 합성어며 닐 스티븐슨의 1992년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 처음 등장했다. VR과는 다르게 초월적 하이브리드 세상을 의미하며 3차원 가상공간에서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장면을 연출한다. 쉽게 말해 3D 공간에서 아바타를 통해 자아를 복제한 후 이를 통해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개념이다.

물론 아직 메타버스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내려지지 않았다. 3D 공간에서 활동하는 자아를 가진 유저의 아바타가 서로 상호교류를 하는 것을 메타버스로 부르거나, 혹은 기기를 착용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3D 공간으로 넘어가는 것을 메타버스로 보는 시각도 있다. 혹은 가상의 공간과 현실의 공간을 연결하는 점에 집중하는 개념도 존재하며 자아를 가진 아바타가 가상의 공간에서 생산적인 활동에 집중하는 것을 메타버스의 본질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다만 기술의 발전으로 메타버스의 존재감은 더욱 강해지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사례가 린든랩이 만든 게임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다. 유저는 게임을 통해 새로운 아바타를 만들어 말 그대로 가상의 세계에서 '세컨드 라이프'를 즐겼으며, 생산활동을 해 돈을 벌거나 서로 감정적인 교류를 느끼기도 했다. 한국에서 도토리를 통해 싸이월드 아바타를 꾸미던 시기와 비슷하다.

세컨드 라이프의 시대가 끝난 후에도 메타버스의 명맥은 계속 이어졌다. 영화 <아바타>는 같은 기원을 가진 메타버스의 개념을 더듬으며 재미있는 상상력을 자랑했고, <레디플레이어원>도 VR에 기반을 둔 메타버스 세계를 그렸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홀로렌즈도 큰 역할을 한다. 보는 시각에 따라 기기를 착용하는 순간 메타버스의 입장권을 박탈당한다는 주장이 존재하기에 명확한 메타버스로 인정받지 못하는 구석도 있지만, 홀로렌즈는 물론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통한 MS의 메타버스 도전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이 외에도 닌텐도의 '모여봐요 동물의숲'이나 네이버제트의 '제페토'도 메타버스의 연장선에 있다 볼 수 있다.

그 연장선에서 각 기업들의 AR 글래스 및 관련 인프라 구축의 최종 목적지는 메타버스일 가능성이 높다. 현실세계와 닮은 가상의 세계에서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메타버스를 구현하려면 AR 기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VR과 AR을 비롯해 혼합현실(MR) 등 다양한 기술을 비롯해 5G 및 클라우드, 미디어 콘텐츠 등 다양한 기술이 구비되어야 메타버스가 가동된다. 다만 시각적 측면에서 AR 기술이 가장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으며 기술적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특히 메타버스와 AR의 궁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가장 중요한 기술 인프라 중 하나가 소프트웨어, 즉 콘텐츠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강력한 기술력만으로 메타버스를 완전히 채우는 것은 불가능하며 인문학적 개념을 탑재한 콘텐츠 인프라가 메타버스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메타버스에 뛰어들어 직접적인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AR 글래스 도전이 의미심장한 이유다. 비록 하드웨어 접근이지만, 삼성전자도 인문학의 경계에 있는 메타버스 시대에서 무언가 의미있는 존재감을 확보해 소프트웨어적 전략에 한층 가까워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