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호무역주의로 아시아업체에 타격

2008년 당선때는 GM·크라이슬러 육성책

오바마가 아시아의 자동차업체를 짓밟으며 재선에 성공했다. 미국 자동차산업의 본산인 오하이오에서 오바마는 공화당의 존매케인과 미트 롬니를 차례로 고배를 마시게 했다. 오바마는 영리했다. 표를 얻기 위해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자동차산업의 육성책을 내놓았다. 자국 산업 육성책은 좀 더 세련된 형태의 보호무역주의라 할 수 있다.

오바마, 격전지서 지원책 내놔 

북아메리카 중앙평지에 위치한 오하이오는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해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대선에서 오하이오주에서 지고 대선에 당선된 사람은 존 F. 케네디가 유일했기 때문에 ‘오하이오 징크스’라는 말까지 생길 정도다.

오하이오는 민주당 또는 공화당에 대한 지지가 분명하지 않은 주로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등과 더불어 경합주(Swing State)에 해당된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플로리다는 미트 롬니 후보 쪽으로, 펜실베이니아는 버락 오마바 대통령 쪽으로 기운 상황으로 오하이오가 가장 중요한 격전지였다.

지난 2008년 오하이오는 오바마에게 몰표를 줬다. 당시 오바마는 52% 대 47%로 공화당을 크게 이겼다. 당선 이후 오바마는 위기에 처한 GM과 크라이슬러를 구제하며 오하이오의 많은 일자리를 지켜주기도 했다.

오바마는 이번 선거에서도 자동차산업의 지원을 화두로 내세워 승리를 이끌어 냈다. 그는 “(자동차 공장이 있는) 디트로이트건, 톨레도건, 로즈타운이건 자신은 파산하게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강조하면서 롬니와의 차별성을 부각시켜 근로자들로부터 표를 획득했다. 결국 자동차산업의 육성책이 오바다를 재선케 하는 결과를 낳았다.

아시아, 미국 보호무역에 위기직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행보는 일본, 중국에 이어 한국에까지 이어져 아시아 자동차업계 전반으로 그 영향력이 확산되고 있다. 아시아 자동차업계가 미국시장에 겪은 보호무역주의는 소위 잘나가는 기업들은 모두 고초를 겪었다. 2009년 일본 도요타 자동차는 미국시장에서 GM을 물리치고 판매량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자동차의 제왕으로 등극한 도요타는 8개월 만에 위기를 맞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일가족 4명을 태우고 가던 렉서스 ES350 바닥 매트가 가속 페달에 눌러 붙으면서 급발진 추정 사고를 일으켜 전원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 것. 이어 9월 미국에서 380만대라는 사상 최대 규모 리콜을 실시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기 시작했다.

리콜규모는 불과 두 달 만인 11월 420만대로 늘어났으며 해를 넘겨 2010년1월에는 결국 리콜 대상 8개 모델의 미국 판매와 생산을 중단하기에 이른다. 또 공격적인 인센티브 제도로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는 듯싶었던 도요타는 2010년4월 미국 소비자전문지인 컨슈머리포트가 렉서스 GX460 차량에 전복사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사지 말아야 할 차량' 등급을 부여하면서 다시 한 번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결국 도요타는 GX460 모델의 전 세계 판매 일시 중지는 물론 리콜을 실시하기로 했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리콜에 들어간 도요타 차량은 800만대를 훌쩍 넘어섰다. 미국 정부와 소비자의 공세에 브랜드 실추는 씻을 수 없는 치명타가 됐다. 중국도 자국 자동차 부품업계에게 2009년부터 지급한 최소 10억달러의 불법 보조금 문제로 미국과 통상관계에서 일전을 벌이기 직전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자동차 부품에 대한 보조금 지급 관행을 이유로 중국 정부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도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중국 때리기’ 경쟁에 나선 모습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보조금 지급이 미국 자동차 부품업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미국 기업과 노동자가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일본 혼다의 준중형차인 시빅 하이브리드도 미국서 연비 과장광고 혐의와 관련 1억7000만달러 배상 조정 결정을 받았다. 혼다는 시빅 하이브리드 구매자들이 광고보다 낮은 연비와 관련해 제기한 집단소송에서 구매자 1인당 100~200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조정안을 승인했다. 혼다는 미국에서 한번 주유로 650마일을 주행할 수 있다는 광고를 냈다. 미국 공인 연비가 리터당 21.3km에 달한다는 것인데, 구매자들이 측정한 실 연비는 리터당 12~13km로 리터당 8km이상 큰 차이를 보였다.

연비 저하 문제는 하이브리드 배터리 방전 문제에서 발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빅 하이브리드가 최초 제시한 연비 리터당 21.3km가 나오려면 배터리 용량을 풀사용 해야 하는데, 이 경우 방전 문제가 발생하자 혼다가 판매된 차량에 대해 리프로그래밍을 실시해 문제를 해결하면서 연비가 저하됐다는 것. 혼다가 다시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낮아진 연비로 인증을 받자, 시빅 하이브리드 구매자들이 차에 결함이 있는 것 아니냐며 집단 소송에 나서 이번 조정 승인까지 이어졌다.

일련의 사건들을 살펴보면 리콜사태와 연비과장 문제는 기술적 결함을 지적하는데서 벗어나 좀 더 세련된 형태의 미국식 보호무역을 가능케 하고 있다. 리콜 사태가 분명 기술적인 결함으로 시작했지만 파문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점점 미국 자동차 업계에 대한 간접적인 지원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80년 대 이후 시장을 점진적으로 잠식해온 해외 자동차 업계에 대한 견제이자 GM과 같은 자국 자동차 업계에 대한 간접적인 지원을 의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