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겠다고? 왜? 싱글 라이프는 그야말로 매력 넘치는 ‘한 번 살아볼 만한 이유’ 그 자체라고 주장하는 이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로 편안하고 안락한 나홀로의 삶을 영위하려는 싱글족이 그들이다.
싱글족은 살림을 할 줄 아는 생활인이고, 경제 불황에 적응할 줄 아는 경제인이기도 하다. 자신만을 위한 소비와 투자로, 혼자 사는 데 전혀 불편함을 겪지 않고 편리하며 안락한 삶을 영위해 나간다.

이제는 싱글 예찬 시대. 결혼은 인생에서 꼭 치러야 할 통과의례가 아니라 선택 사항이다. 아직 결혼할 운명적 인연을 만나지 못했거나, 한 사람과 백년해로를 약속하는 결혼제도가 못마땅해 자유연애를 즐기거나 아니면 연애와 결혼이 전부 귀찮게만 느껴지거나 경제적인 이유도 있을 테고…

이유야 어떻든 언제 종료될지 모르는 싱글 라이프를 지리멸렬하게 보낼 필요는 없지 않은가. 자신만을 위한 소비와 투자,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자유로움과 적절한 구속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삶은 싱글만의 특권이다.

그 특권을 제대로 누리기 위해 싱글들은 지갑을 여는 것도 관대하다. 진화하는 그들의 취향과 입맛을 맞추기 위해 싱글용 제품들 또한 복합기능을 갖춘 프리미엄 제품으로 갈수록 다채롭고 고급스러워진다. 윤기 흐르는 싱글 라이프를 가꿔나가는 가상의 인물 E군(37·직장인)과 R양(29·패션MD)의 24시간을 통해 머지않은 미래, 싱글남녀들이 사는 법을 미리 엿봤다. 혼자서도 완벽해질 수 있는 싱글의 행복이 여기 있다.

자기만의 보금자리 즐기며 사는 싱글남 E군
겨울바람이 슬슬 불어오니 소개팅 제의가 여기저기서 들어온다. 올 연말도 혼자 ‘춥게’ 썰렁하게 보내서야 되겠냐는 주변의 측은지심이 발동하는 듯하다. 하지만 싱글 경력 10년차 E군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예전에 TV 프로그램 ‘짝’이 한창 인기일 때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봐도 커플 탄생엔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왜냐고? 절대 포기하기 싫을 만큼 ‘독립’이 주는 선물은 정말 달콤하니까. 그리고 혼자 살기에도 전혀 불편함이 없으니까. 싱글남의 보금자리에는 퀴퀴한 총각 냄새 따위는 없었다.

AM 7:00
오전 7시. 기상을 알리는 스마트폰의 알람 소리가 E군의 단잠을 깨운다. 눈 뜨자마자 가스레인지 옆에 놓인 캡슐커피머신 쪽으로 다가간다. 커피머신에 캡슐 1개를 넣고 버튼을 눌러 커피를 뽑는다. 10초면 ‘뚝딱’이다. 마시기 딱 좋게 1잔 분량이 추출된다. 원두 갈기, 찌꺼기 빼내기, 필터 청소를 할 필요가 없어 캡슐커피머신은 커피마니아인 그의 애정 어린 보물 1호다. 별다방, 콩다방 부럽지 않은 맛과 향으로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한다.

남자 혼자 산다고 지저분할 거라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청소는 매일 아침 로봇청소기가 다 알아서 해준다. 구석구석 미세먼지까지 강력하게 흡입해 줌으로 365일 손에 먼지 묻힐 일이 없다. 그를 가장 만족시켜 주는 존재가 로봇청소기다. 사실 청소할 것도 별로 없다. TV, 미니냉장고, 세탁기, 컴퓨터는 기본이고 가구는 이사 비용을 늘리는 주범이란 생각에 침대, 조립식 책상, 인터넷으로 구입한 행어 정도가 전부. 가끔 물건들 위에 쌓인 먼지를 물티슈로 닦아주면 끝.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세수를 한 뒤 서둘러 아침식사를 한다. 바쁜 아침, 밥을 차려 먹을 여유는 없고 블루베리, 바나나, 토마토 등 과일을 직접 갈아 만든 주스나 한 끼 분량으로 포장된 곡물 시리얼로 아침밥을 대신한다. 늦게 일어나 지각할 것 같은 날에는 출근길이나 회사 도착해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마시는 형태의 죽 제품을 들고 나온다. 오전 8시, 출근길에 오른다.

PM 6:30
주로 저녁에 식사 약속을 잡지만 일정이 없을 땐 퇴근 후 집 근처 마트나 편의점에서 저녁거리 장을 본다. 김치찌개, 부대찌개, 육개장, 갈비탕, 죽 등 쉽게 데워 먹을 수 있는 가정 간편식을 애용하는 편이다. 물가가 올라 일일이 식재료를 사는 것보다 간편식 하나를 사면 돈을 절약할 수 있고, 조리시간도 아낄 수 있어서다. 음식 남을 걱정 없는 소포장 샐러드, 서너 등분해 개별 포장한 두부, 여러 개로 자른 과일 등을 산다. 음료수도 미니 사이즈로 구매한다.

너무 피곤해 손 하나 까딱하기 싫은 날엔 편의점 도시락으로 한 끼를 든든하게 채우거나 컴퓨터 앞에 앉아 5분을 투자, 반조리 가정 간편식을 구입하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 장보기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생활용품 구입도 경제적으로! 기존 용량보다 5분의 1가량 줄여 판매하거나 소량으로 묶은 1인용 알뜰형 제품을 고른다.

PM 8:00
즉석밥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밥은 꼭 지어 먹으려 한다. 다른 건 몰라도 갓 지은 집밥의 맛은 왜 그리도 그리운지…. 그동안에는 밥을 한꺼번에 많이 지은 후, 한 번 먹을 양만큼 포장해 냉동실에 넣었다가 식사 때마다 꺼내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은 적이 많다. 지금은 1인분 취사가 가능한 미니 밥솥으로 그때그때 밥을 따끈하게 지어 먹고 있다. 값싸고 괜찮은 밥집을 발견해 주말에는 고민 없이 그곳에서 밥을 해결한다.

빨래도 자주 해 속옷이 떨어지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속옷, 수건, 가벼운 티셔츠는 세탁기에 돌리고 셔츠나 아끼는 옷은 집 근처 단골 빨래방에 맡긴다.

PM 10:00
저녁뉴스 시청 후부터 그는 자신만의 자유 시간을 즐긴다. 우선 상쾌하게 샤워와 세수를 하고 냉장고에 보관해두는 스킨, 옵티마이저 등 기초 화장품이나 시트팩으로 피부 관리를 한다. 그리고 유기농 차 혹은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마시며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본다. 내 방을 영화관처럼 만들고 싶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큰 맘 먹고 구입한 홈시어터가 빛을 발하는 시간이다.

밤 12시 반이 넘어 여자친구와 전화로 굿나잇 인사를 나누고 잠자리에 든다. 이튿날 오전 7시. 기상을 알리는 알람이 울리고 E군의 하루는 또다시 시작된다. 힘차게 구호를 외친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파이팅!’

전희진 기자 hsm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