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블루 웨이브'가 일으키는 그린 에너지 바람이 심상치 않다.

지난 27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미국 뉴욕 증시에서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관련 주식들이 급등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조 바이든 미 민주당 후보의 승리 가능성에 주목한 까닭이다.

실제로 태양광 업체들에 투자하는 인베스코 솔라 상장 지수 펀드(ETF)는 바이든 후보의 출마가 공식화된 지난 6월에 비해 100%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으며, 미국의 대표적인 태양광 패널 업체인 퍼스트솔라의 주가는 올해 9월 24일 61달러에서 10월 23일 85달러로 한 달 사이 40% 가까이 껑충 뛰기도 했다.

바이든은 미 역사상 가장 공격적인 친환경 공약을 내세운 대선 후보로 꼽힌다. 그는 기후 변화를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가 당면한 가장 긴급한 위기로 꼽으며, 4년 동안 2조달러(약 2300조원)를 친환경 정책에 투자해 오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제로(0)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구체적으로는 현 미국 발전원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석탄과 천연 가스를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하고, 50만개의 전기 자동차 충전소를 짓는 계획 등도 제시됐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정책 방향에서 바이든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친환경"이라며 "(바이든 후보가 미국 대통령이 된다면) 장기 친환경 목표가 제시될 뿐만 아니라, 단기 성과를 위한 인프라 투자 또한  그린 에너지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 분석했다.

하지만 바이든 후보의 승리는 아직까지 가능성에 지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대선 기간에도 석유 산업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모습이다. 바이든이 이기면 미국에 그린 에너지의 새 시대가 찾아오고, 트럼프가 이기면  화석 연료의 패권이 지속되는 것일까. 이미 미국은 에너지 세대 교체에 준비됐다는 말이 나온다.

트럼프가 승리해도 그린 에너지 시대는 온다

미국 투자 은행(IB) JP모건은 미 대선 결과와 상관 없이 신·재생 에너지 관련 주식이 추가적인 상승세을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이달 26일 미국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BI)에 따르면, JP모건은 "친환경 에너지 주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거나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거래 배수는 지난 9월 이전 수준으로 줄어들 수도 있으나, 그럼에도 상승 여력은 충분해 장기 투자에 적합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JP모건은 분산형 에너지 발전 산업을 최고의 투자 테마로 꼽으며, 솔라엣지테크놀로지·선런·서노바 등 업체들의 주식을 매수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해당 업체들의 주가는 올해 각각 198%·308%·144% 상승했다.

또한 미국 사회 분위기가 기후 위기에 상당한 관심을 갖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당장 정책 수립이나 시행 등 구체적인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자본가 집단이나 금융가들이 석유 산업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리는 쪽으로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투자 결정을 좌우하는 중대 요소는 수익률이므로, 향후 유가 상승 시 금융 업계나 투자자들의 선호는 다시 돌아설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미국의 신·재생 에너지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 딜로이트는 "미국 내 태양열·풍력 발전이 올해 1분기에만 20% 급증했으며, 코로나19가 탄소 배출 감축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류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이동이 제한된 이후 대기 질이 급격히 개선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앞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논리다. 

미국 하버드대학교는 최근 장기간 미세 먼지에 노출된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사망률이 현저히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코로나 시대에서 대기 오염 등 환경 문제의 심각성이 더 두드러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미국의 경우 사상 최악의 산불로 탄소 배출 감축 노력이 불가피해졌다는 평가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황주영 미국 디트로이트 무역관은 "미국은 중국 다음으로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로, 지난 7월 말부터 시작돼 아직 진화 중인 역대 최대 규모의 산불로 1억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추가적으로 배출하고 있다"며 "따라서 가까운 미래에 신·재생 에너지 도입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美 그린 에너지의 양대 축, 태양과 풍력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지난 9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신·재생 에너지 산업 가운데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태양 에너지와 풍력으로, 해당 에너지원의 비중은 지난 2009년 6%에서 2019년 27%로 급증했다.

여전히 원자력의 파이가 압도적이기는 하나, 태양 에너지와 풍력의 증가세로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전통적 신·재생 에너지인 수력도 다른 에너지들의 등장으로 1997년 34%에서 2019년 18%로 감소했다. 바이오매스 등은 아직 미미한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태양 에너지 산업은 크게 태양광 발전(PV)과 태양열 발전(CSP)으로 구분된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IBIS월드가 올해 8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태양 에너지 시장의 95.4%는 PV로 구성돼 있다. 햇빛을 발전 동력으로 이용하는 PV는 가정용과 상업용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CSP는 PV와 달리 태양의 열 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미국 태양 에너지 시장의 4.5%를 차지한다. CSP의 파이는 PV에 비해 매우 작지만, 현지 CSP 시장 규모는 당국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연 평균 16.1%씩 증가해 현재 82억달러(약 9조3000억원) 수준에서 오는 2025년 174억달러(약 19조7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경우, 태양 에너지 발전은 ▲가정용 47.2% ▲상업용 36.4% ▲산업용 16.4% 등 순으로 활용되며, 넥스트에라에너지와 콘에디슨이 현지 태양 에너지 발전 시장의 양대 산맥으로 꼽힌다.

풍력 발전 산업도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 IBIS월드는 미국 풍력 발전 시장이 매년 4.5%씩 성장해 2025년에는 192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미국 경우 육상 풍력 발전의 대안으로 떠오른 해상 풍력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의 해상 풍력 발전소들은 동부에 집중돼 있는데, 서부보다 해상 수심이 낮아 상대적으로 저렴한 고정식 구조물에 터빈을 설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IBS월드에 따르면 미 동부 6개 주의 해상 풍력 발전은 2035년까지 총 25.4기가와트(GW)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외 뉴욕주 정부에서도 해상 풍력 발전 시설과 관련해 부지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 해양 환경 파괴 우려와 고가의 설치 비용은 여전히 부담 요소로 꼽힌다.

미국에서 풍력 발전 활용 비율은 ▲가정용 43.5% ▲상업용 35.3% ▲산업용 20.4% 등 순으로 집계됐으며, 넥스트에라에너지의 자회사인 넥스트에라에너지리소스와 아방그리드리뉴어블즈가 대표적인 풍력 발전 업체다.

넥스트에라에너지 경우 지난 2일 장 중 한때 시가 총액이 엑손모빌을 넘어서면서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잠시나마 미국 에너지 분야 1위 업체로 올라선 것이다. 엑손모빌은 미국 석유 메이저 중 하나로, 한때 세계 최대 상장 기업으로서 군림하기도 했던 업체다. 넥스트에라에너지의 추월은 엑손모빌이 코로나19발 경영 악화와 저유가로 약세를 띄고 있는 상황이라 가능했던 것으로 풀이되나, 미국 내 에너지 세대 교체가 진행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미 다수 주(州)가 '에너지 전환' 선언

앞서 미국 스탠퍼드대·UC버클리 공동 연구팀은 지난해 미국의 모든 주(州)가 화석 연료를 그린 에너지로 전환하도록 하는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 신·재생 에너지 비율을 오는 2030년까지 80%, 2050년까지 100%로 늘리는 것이 주요 내용이며, 실제로 다수 주들이 이를 채택했다. 

특히 캘리포니아주가 가장 공격적으로 에너지 전환을 타진하는 모습이다. 캘리포니아주는 2045년까지 신·재생 에너지 체제로 100%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내연 기관 자동차의 탄소 배출이 문제로 떠오르자 2035년부터 신규 내연 기관 차 판매를 전면 중단하는 계획까지 내놨다.

미시간주는 신·재생 에너지 관련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초 미시간주는 2030년까지 탄소 중립에 도달하겠다는 목표의 10억달러(1조1000억원) 규모 계획을 발표했는데,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해 ▲전력망 공급 ▲자동차 전기화 ▲건물 에너지 효율 향상 ▲폐기물 처리·재사용 방법 전환 등을 꾀하는 것이 골자다.

미시간주는 2018년 대학 도시인 앤아버를 미국에서 지속 가능성이 가장 높은 친환경 도시로 만들기 위한 기관인 OSI를 설립하기도 했다.

워싱턴주는 현행 전력 생산의 70% 이상을 수력 발전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아이오와주와 사우스다코타주의 경우 이미 풍력 발전이 전력 생산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외 미네소타·오레곤·텍사스·콜로라도 등 주들도 신·재생 에너지의 효율을 확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애플 등 미국 대기업들이 잇따라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그린 에너지 관련 투자를 확대하는 행보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MS는 탄소 배출량 마이너스(-)에 도전하겠다며 2025년까지 모든 사업장을 신·재생 에너지로 가동할 것을 선언했고,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은 탄소 배출 등으로 환경을 저해하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을 것을 올해 1월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