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포즈를 취한 화가 이정연. 사진=권동철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포즈를 취한 화가 이정연. 사진=권동철

[이코노믹리뷰=권동철 미술칼럼니스트 ] 동양인 최초, 이탈리아 나폴리시립미술관 ‘팔라초 델레 아르띠 나폴리(PAN, Palazzo delle Arti Napoli-Italy)’에서 300호 대형작품포함 총72점 선보이고 있는 이정연 작가(Jeong-Yoen Rhee)의 ‘RINASCITA’초대개인전이 현지 미술애호가들의 찬사를 받으며 성황리 전시 중이다.

‘RINASCITA’는 이정연 작가의 ‘신창세기(Re-Genesis)’시리즈의 이태리어다. 지난 10월14일 전시오픈, 2021년 1월10일까지 개최한다. 자개, 옻, 대나무 등 한국성의 재료운용으로 독창적인 한국현대미술을 국제미술계에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해 온 이정연 화백을 서울 잠원동에서 만났다.

 

Re-Genesis, 40×70×5㎝, Natural materials on wood with lacquer finish, 2020
Re-Genesis, 40×70×5㎝, Natural materials on wood with lacquer finish, 2020

-옻과 자개 등 한국성의 소재를 반영하고 있다.

미국유학 10여년 만에 1993년 귀국했다. 한국에 돌아와 결혼 후 원주미협에서 만난 공예가 분에게 추천받은 옻칠에 매료되어 한지 위에 칠화(漆畫)를 시작했다. 그러나 옻칠작업에 별다른 매력을 못 느끼고 있을 당시 그분 작업실을 방문했었다. 우연히 바닥에 뒹구는 나무접시들 위에 삼베로 싸인 그릇 위 옻과 흙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불현듯 어릴 때 한옥대청마루와 벽이 떠오르며 평안함을 느끼게 되었고 “아 내가 찾던 한국의 미를 표현할 수 있겠구나!”하는 느낌이 강하게 밀려왔다. 그것이 건칠기법(乾漆技法)이라며 바다 속에서도 몇 백년가량 끄떡없이 변질되지 않고 보전된다고 설명해 주실 때 그동안 찾아 헤매던 영구성이 있는 재료임을 깨닫고 뛸 듯이 기뻤다.

당시 새로 작업하던 ‘신창세기(Re-Genesis)’라는 작품에 저 재료들을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후 삶과 죽음의 경계선은 깊게 느껴왔다. 옻나무에서 진액을 추출한 후에는 나무가 생명을 다하게 된다. 옻은 그리스도의 보혈로 비유될 수 있고 오랫동안 보전된다는 사실이 흙으로 창조된 인간이 예수님의 보혈을 믿을 때 영생을 얻게 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삼베는 우리나라에서는 장사지낼 때 자손들이 입는 옷의 재료가 아니던가.

 

Re-Genesis, 91×73×3.8㎝, Natural materials on wood with lacquer finish, 2011
Re-Genesis, 91×73×3.8㎝, Natural materials on wood with lacquer finish, 2011

-그림에서 주요 상징성으로 대나무형상이 나타나는데….

유일하게 속이 비어있고 오랜 세월 땅속에서 뿌리를 뻗다가 올라오는데 겸손과 어두움 속에서 참아내는 인내 그리고 자신을 비움으로 하나님과 우주, 자연, 인간, 동물 등 삼라만상과 소통할 수 있는 식물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거짓되고 욕심으로 가득 찬 자아를 내려놓고 겸손하고 빈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나무를 그리다 전체 화면이 너무 어둡고 무겁다는 문제에 부딪치면서 작품을 밝게 할 수 있는 천연재료를 찾다가 동, 구리 등을 산화시켜 접목시켜보았지만 만족할만한 뚜렷한 효과를 얻지 못했다. 그러던 중 진주와 만났다.

 

Re-Genesis, 50.5×50.5×8㎝, Natural materials on wood with lacquer finish, 2020
Re-Genesis, 50.5×50.5×8㎝, Natural materials on wood with lacquer finish, 2020

-진주(眞珠)를 우리고유의 나전칠기와 연결한 발상이 매우 흥미롭다.

성경 요한계시록 21장21절에 “그 열두 문은 열두 진주니 각 문마다 한 개의 진주로 되어있고 성의 길은 맑은 유리 같은 정금이더라.”라는 말씀이 있다. 진주(pearl)는 영적인 진리를 뜻하는 것이고 거룩한 새 하늘, 새 땅에 입성하려면 ‘아름다운 진주 문’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설교말씀이 떠올랐다. 그 문을 통하여 하나님나라에 들어갈 수 있으며 열두 문은 천국의 문으로 복음을 상징한다고 했다.

야고보서 1장17절에는 “온갖 좋은 은사와 온전한 선물이 다 위로부터 빛들의 아버지께로부터 내려오나니 그는 변함도 없으시고 회전하는 그림자도 없으시니라.”고 하였다. 천국의 열두 보석은 하나님나라의 상징이요, 왕국의 상징이다.

출애굽기 28장21절 “이 보석들은 이스라엘 아들들의 이름대로 열둘이라 보석마다 열두지파의 한 이름씩 도장을 새기는 법으로 새기고”와 39절14장에서도 열두 보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진주는 인내의 상징이다. 오직 주님을 닮기 위해 자신을 비우고 오직 인내하는 자만이 열두 진주 빛 사랑의 빛으로 나아 갈 수 있다.

나는(A South Korea Artist Rhee Jeong Yoen) 이 기이한 빛을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고민하다 열두 진주문과 열두 보석을 떠올렸고 진주는 표현하려니 ‘진주층(mother-of-pearl)’을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며 우리고유의 나전칠기를 떠올렸다.

나전칠기는 나전무늬 특유의 영롱하면서도 오색찬란한 빛깔이 검은 옻칠 표면을 화려하게 수놓으며 배치된 공간의 분위기를 화사하게 만든다. 우리 인간은 서로 다른 성품과 모습을 가지고 있다. 빛과 생명에 대해 떠올릴 때 자개는 아름다운 빛을 여러 각도에서 비추이며 다양한 빛을 선사한다.

 

Re-Genesis, 50.5×50.5×8㎝, Natural materials on wood with lacquer finish, 2020
Re-Genesis, 50.5×50.5×8㎝, Natural materials on wood with lacquer finish, 2020

-이번 이태리전시에서 선보이고 있는 신작의 자개운용 특징은 무엇인가.

이전 그림에서 점점 단순화시켜보고 빛에 대해 강조함을 나타내고자 했다. 자개를 주재료로 사용하는데 우리의 전통적이고 한국적인 것을 표현하는데도 적합해보였다. 특히 각 패(牌)마다 다양하고 각기 다른 빛을 뿜어내는 것을 이용하여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자개를 이용해 화면을 보다 영롱하고 정교하며 밝은 느낌들로 표현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