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코로나19 정복을 위한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27일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는 개발 중이던 코로나19 항체치료제의 임상시험을 종료하기로 결정했고, 또 다른 제약사 노바백스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3상 임상시험 개시를 한 달가량 연기했다. 반면 화이자가 진행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3상 임상시험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연내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렘데시비르 넘지 못하는 치료제 개발 

사상 유례없는 팬데믹에 맞서기 위해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의약품 임상시험은 치료제 1336건, 백신 97건으로 총 1433건이 진행되고 있다.

이중 길러어드사의 항바이러스제 '베클루리'(렘데시비르)가 유일하게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로 정식 승인을 받았다. 앞서 FDA는 지난 5월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렘데시비르의 긴급사용을 승인한 바 있다. 여전히 렘데시비르의 효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치료 대안이 없고 회복기간 단축에 임상적 이점을 가진다는 점에서 첫 코로나19 치료제로 인정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렘데시비르에 이어 항체치료제가 새로운 코로나19 치료제로 기대를 모은다. 최근 일라이릴리와 리제네론은 임상3상을 마치고 미 FDA에 항체치료제 긴급사용 승인을 요청했다.

일라이릴리 코로나19 항체치료제 개발 현황. 출처=메리츠증권
일라이릴리 코로나19 항체치료제 개발 현황. 출처=메리츠증권

하지만 전날 일라이릴리가 개발 중이던 코로나19 항체치료제 임상시험을 종료하면서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이 회사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후원하는 ‘액티브’ 프로그램을 통해 코로나19 항체치료제를 개발했으나 유의미한 유효성을 찾지 못하면서 중단 결정을 내렸다. 다만 안전성 측면에서 문제가 나타나지 않아 나머지 임상시험들은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 바이오제약사 리제네론은 코로나19 항체치료제인 ‘REGN-COV2’를 개발하고 있다. REGN-COV2는 단일클론항체 2개(REGN10933, REGN10987)를 섞어 만든 약물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됐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 약물을 투여받고 극찬해 유명세를 치렀다. 리제네론은 이달 초 FDA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 11월 내 결과 도출  

아직 FDA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은 코로나19 백신은 없지만 개발 속도가 매우 빠르다. 코로나19 백신의 임상시험 수행 기간이 약 10개월에서 18개월 수준으로 추정된다. 통상 15년 이상 걸리는 다른 백신들의 개발 기간과 비교했을 때 매우 짧다.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과거 사스와 메르스 등의 감염병을 겪으면서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임상 단계를 단기간에 통과하고 빠르게 임상시험에 진입할 수 있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임상시험 최종단계인 3상에 진입한 백신 후보물질은 7종이다. 미국에서는 화이자와 모더나, 존슨앤존스(J&J) 등이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가장 빠르게 허가관문을 통과할 백신 후보물질은 모더나의 'mRNA-1273'과 화이자/바이오엔텍의 'BNT162'이다. 두 후보물질 모두 mRNA 백신으로 11월 중 임상 3상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임상 피험자 모집을 끝낸 모더나는 11월 말쯤 긴급사용승인을 받기 위한 결과 도출에 이를 것으로 기대했다. 화이자는 늦어도 11월 초까지 피험자 모집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화이자는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가 27일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백신 개발이 마지막 단계에 있다"며 "우리는 후보물질의 효능을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코로나19 백신 파이프라인 개발 현황. 출처=메리츠증권
주요 코로나19 백신 파이프라인 개발 현황. 출처=메리츠증권

부작용 우려로 임상시험을 잠정 중단했던 제약사들도 임상 재개를 알리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J&J는 이달 초 안전성 문제로 임상 3상을 중단했다. 그러나 지난 23일 임상 3상을 재개하면서 제 궤도에 올라섰다. 이 회사는 연내 FDA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하고 내년 1월까지 상용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9월 영국 내 임상 참가자에게서 척추염증 장애로 추정되는 질환을 발견해 임상시험을 중단했다. 현재 영국과 브라질, 인도 등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임상을 재개했다. 미국에서도 조만간 임상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의 높은 전파력과 치료제 개발 지연, 결정적으로 유행이 장기화돼 자연 소멸 가능성이 희박해진 점 등은 백신 개발의 중요성을 더욱 높였다"며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 모두 11월 내 결과 확인이 이뤄지고 연내 긴급사용승인 신청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