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최첨단 프롭테크 기업의 기술이 속속 우리 생활 속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고속 성장의 이면에는 기존 부동산업 영역 침해 논란과 각종 규제 논란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프롭테크의 성장 잠재력이 큰 만큼, 기존 업계와의 충돌을 조율할 거시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여의도 업무지구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여의도 업무지구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플랫폼에서 언택트·VR...금융까지 진출 가속화

부동산과 정보 통신 등 첨단 기술의 융합을 뜻하는 ‘프롭테크(Proptech)’ 산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기존 정보 제공 플랫폼에서 벗어나 다양한 영역에 대한 시도도 확대 중이다. 프롭테크 관련 업계 관계자에 의하면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프롭테크 투자 규모는 130억 달러를 넘어선 상황이다.

한국 프롭테크 산업도 마찬가지다. ‘한국 프롭테크 포럼’에 따르면 23일 기준 현재 포럼에 등록된 기업의 수는 214개로, 일반 프롭테크 기업부터 일부 중대형 건설사까지 포럼에 참여하고 있다. 투자금액과 매출도 증가세다. 75개사 기준 프롭테크 스타트업의 누적 투자유치금은 현재 1조3997억원이다. 48개 프롭테크 스타트업 주요 기업의 매출액은 5795억원을 기록 중이다.

현재 국내 프롭테크 시장을 주도하는 분야는 중개 관련 정보나, 임대나 매매 거래 등의 매물을 소개하는 플랫폼 시장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직방·다방·호갱노노 등으로 직방의 경우 2012년 원룸 정보 제공에서 2016년에는 아파트로 플랫폼 제공 영역을 확대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도 상가의신 등의 플랫폼 등이 출현한 상황이다.

중개 플랫폼 외에, 건물 관리 기술이나 증강현실 등에 기반한 다양한 부동산 서비스도 속속 시장에 등장 중이다. 플랫폼을 통해 몸집을 키운 일부 기업은 프롭테크 산업 투자에도 나섰다. 직방은 지난해 말 자회사 ‘브리즈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해 프롭테크 기업에 전문적 투자를 하고 있다. 공유주방인 고스트키친을 비롯해, 국내 아파트 도면을 3D 데이터로 옮긴 플랫폼 서비스 어반베이스 등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비대면에 기반한 프롭테크 산업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비대면에 기반한 산업이 성장하면서, 부동산 시장 분야에서도 실험적인 스타트업이 우후죽순 등장 중이다. 매물 확인에서 사후 관리까지 비대면 서비스를 통한 접근이 가능해진 것이다.

집뷰의 경우 VR을 통한 부동산 중계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노트북, PC, 스마트폰 등을 활용해 비대면으로 중개사무소 등의 VR 화면을 통해 실제와 비슷하게 구현된 매물을 직접 확인 할 수 있다. 수요자 뿐만 아니라 공인 중개사 역시 시간·장소 등에 구애받지 않고 관심 매물에 대한 확인·상담이 가능하다.

쉐어하우스 주거 플랫폼인 컴앤스테이도 온라인기반 비대면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임대인은 ‘컴앤비즈’로 입주문의부터 임대료 청구서 및 세금계산서 발행 등을 빠르고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다. 임차인을 위한 생활관리 어플리케이션은 역시 ‘컴앤비즈’와 연동돼, 언제 어디서든 임대료 입금 내역 및 계약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커뮤니티 기능도 구축돼 입주자 간 공지확인, 투표, 프리마켓 등의 활동도 가능하다.

포털사이트 역시 프롭테크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네이버의 금융자회사인 ‘네이버 파이낸셜’은 주택도시보증공사와 함께 비대면 전세보증 가입 서비스를 출시했다. 네이버 부동산 서비스에서 비대면으로 신청부터 결제까지 모든 과정을 처리할 수 있다. 스마트 기기를 통해 제출 서류 역시 별도 송부할 필요없이 바로 업로드 가능하다.

빅데이터와 AI(인공지능)도 프롭테크에서 더 이상 낯선 영역이 아니다. 우선 경매시장에 AI 기술을 접목한 사례가 있다. 지지옥션은 지난 9월부터 연세대학교 금융공학연구실과 1년간 ‘딥러닝 기반 경매 적정가 예측 시스템’을 개발을 진행 중이다. 지지옥션이 지난 37년간 축적한 400만건의 경·공매 자료 빅데이터가 활용된다. AI에 기반한 건축설계 기업인 스페이스 워크도 인공지능·빅데이터 기술을 통해 부동산 개발 솔루션을 제공 중이다.

“곳곳서 기존 업계와 충돌...법 개정·부처간 유기적 지원 필요”

국토교통부는 연내에 프롭테크 산업 육성을 위한 방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포부와는 달리 현재 많은 프롭테크 스타트업들이 규제와 법령 미비 등으로 기존 부동산 업계와 충돌하고 있다.

실제 지난 5월 감정평가사협회는 프롭테크 스타트업 기업인 빅밸류를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빅밸류가 AI 기술을 적용한 ‘자동산정 서비스’를 통해 부동산에 대한 시세 평가를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감정평가업자가 아닌 경우 감정 평가가 불가능하다.

언택트에 기반해 성장한 프롭테크 기업도 기존 부동산 업계에게는 큰 위험이다. 정부 역시 한국한 뉴딜 정책을 발표하면서, VR 등을 이용한 비대면 거래를 늘려 중개인이 없이도 가능한 서비스를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공인중개사협회는 즉각 반발했다. 지난달 24일에는 해당 협회가 이에 반대하는 회견 등을 열기도 했다.

한 프롭테크 기업 관계자는 국토부와 금융위 등 정부 부처 간 협조를 통해 유기적인 정책과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당 관계자는 “국토부가 지원하는 정책이 금융 쪽에서는 막힐 소지가 있는 경우도 있다. 감정평가업과 임대·관리 등의 겸업도 금지돼 통합 플랫폼 개발도 쉽지 않다. 정부 부처 간의 협조를 통해 기존 부동산 산업과의 갈등을 해소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