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시작된지 7개월이 넘어가면서 많은 사람들의 생활패턴도 크게 변화됐다.

날마다 자동차로 출퇴근을 하던 대부분의 직장 동료들은 차를 거의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하더라도 슈퍼마켓에 장을 보러갈 때 외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예 사용을 하지 않는 자동차의 보험을 정지시켜놓고, 나머지 1대의 차량으로 모든 가족들이 병원 방문, 슈퍼마켓 쇼핑 등의 꼭 필요한 외출시에만 사용한단다.

한 동료가 몇 달째 자동차 외출을 안하다보니 자신의 운전면허증이 만료됐다는 하소연을 듣고는 내 운전면허증도 갱신을 해야하는데 미루고 있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사실 운전면허증은 이미 지난 여름에 갱신해야했는데 2020년 10월부터 리얼ID가 도입된다고 해서 아예 기다렸다가 리얼ID로 발급받기 위해서 미뤄온터다.

리얼ID는 미국내 테러이후 신분증의 위변조와 도용방지 등을 막기 위해서 복제가 어렵게 만들어졌다.

애초에 자동차를 보유하지 않았던터라 운전면허증은 비행기를 탈 때나 렌터카를 빌릴 때 신분증으로 사용해왔는데 앞으로는 리얼ID가 아닌 운전면허증은 비행기 탑승시 이용이 어렵다.

이 때문에 리얼ID로 바꾸기 위해서 갱신을 미룬 것인데 사실 더 큰 이유는 한국의 도로교통공단에 해당하는 DMV(department of motor vehicles)를 두 번씩이나 방문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운전면허 갱신을 하는 것을 까먹었다고 하소연한 동료도 결국은 DMV에 가야한다는 것이 싫다고 토로했다.

미국 생활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은 누구라도 한국과 비교해서 느리고 비효율적인 미국의 업무처리에 혀를 내두르곤 한다.

한국 사람들이 ‘빨리 빨리’가 몸에 배어서 그런탓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교육수준이 높고 IT의 빠른 적용으로 서비스 절차를 효율화시킨 때문이다.

한국에서라면 은행은 물론 병원에서도 들어서자마자 번호표를 뽑고 앉아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면서 비치된 TV나 잡지를 보거나 개인업무를 할 수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TV나 무료 잡지 등은 고사하고 번호표가 없어서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내내 서 있어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특히 비효율적 서비스의 최고 악명을 자랑하는 곳이 바로 DMV인데 한번 방문하면 업무를 처리하는데 최소 2~3시간은 너끈히 잡아먹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DMV의 악명이 높았던터라 기존 운전면허증 발급시에는 일찍 방문했음에도 땡볕에 건물 밖에서 줄을 1시간이나 서다가 실내로 들어간 경험이 있다.

내부에서는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한 의자나 서비스는 고사하고 여러 줄이 엉키면서 사람들이 혼란해하고 결국 고성까지 오가는 난장판을 겪어야했다.

원래도 시간잡아먹는 곳이던 DMV는 코로나19로 인해서 몇 달간 문을 닫았다가 서비스를 재개하면서 카오스 상태를 만들어냈다.

그동안 자동차 등록을 하지 못했거나 운전면허증 갱신, 신규 발급 등을 하려는 수요가 일시에 몰려들면서 DMV앞은 마치 뱀처럼 긴 줄이 구불구불 늘어섰다.

아침 6시에 DMV를 방문해도 이미 앞에 수십명의 사람이 있는 것을 발견한 사람들은 새벽1시에 텐트를 가지고 와서 아예 진을 치기도 했다.

많은 숫자의 사람들은 방문 당일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고 재방문을 하게되면서 불만이 극도에 달했다.

문제는 DMV가 서비스를 재개한지 3개월이 다되도록 여전히 줄은 길고 일부 방문객은 다음날에서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예 바쁜 사람을 대신해 줄을 서주는 신종 알바까지 등장했는데 수십만원의 사례금을 받고 대신 자리를 서준다.

DMV측은 지속적으로 컴퓨터 시스템을 업데이트하고 예약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여전히 이용자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DMV외에도 사회보장번호를 받는 사회보장국(SSA), 이민국(USCIS) 등이 비효율적인 업무처리로 긴 대기시간으로 악명이 높다.

많은 사람들은 정부의 관료주의가 DMV 등의 비효율적 업무처리의 원인이라고 지적하지만 일부에서는 한국에 비해서 현저히 낮은 임금으로 인해 고급 인력을 확보할 수 없는 대민 서비스의 고질적 문제라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