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배달앱 시장 1위 플랫폼인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일본 시장 재도전에 나선다. 국내 배달앱 시장이 격변에 휘말리는 가운데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발판으로 보인다. 나아가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해 글로벌 시장의 민감한 트렌드에 대응하려는 분위기도 연출되고 있다.

푸드네코. 출처=갈무리
푸드네코. 출처=갈무리

5년 만의 재도전
배달의민족이 일본으로 간다. 5년 전 네이버 라인과 협력해 라인와우라는 서비스를 바탕으로 현지 배달앱 시장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사실상 실패한 후 재도전에 나선다는 설명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은 일본 법인을 통해 푸드네코라는 서비스로 웹사이트를 개설,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푸드네코는 '음식'과 '고양이'의 합성어로 현재 라이더 모집도 이뤄지는 것이 확인됐다.

올해 초 일본 개발자를 채용하는 상황에 머물러 있던 현지 시장 공략의 속도가 빨라지는 셈이다.

일본은 배달앱 시장이 활성화된 곳이 아니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지며 상황이 달라졌다. 시장조사업체 NPD 재팬에 따르면 일본의 음식 배달 시장은 2016년부터 해마다 5% 중반대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그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테디스타에 따르면 일본의 온라인 기반 배달음식 시장은 2020년 31억1300만달러에서 2024년 40억1000만달러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소비세가 지난해 말 인상됐으나 음식 배달 및 테이크아웃의 경우 소비세가 동결된 것도 시장의 활성화를 끌어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말이 나온다. 그 연장선에서 배달의민족은 일본 시장에서 충분히 '해 볼만 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현지 반응은 나쁘지 않다. 일본인들이 자주 모이는 커뮤니티에서는 "한국에서 쿠팡이츠와 싸우는 배달의민족이 일본에서 푸드네코를 시작한다"면서 "자주 이용할 것"이라는 콘텐츠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푸드네코라는 서비스명이 귀엽다" "고양이는 무슨 죄냐"와 같은 재미있는 콘텐츠도 보인다. 매우 큰 기대를 보이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대부분 호평이다.

출처=우아한형제들
출처=우아한형제들

일본 배달앱 플레이어와의 인연
배달의민족이 푸드네코라는 서비스로 일본에 진출하자 업계에서는 배달의민족과 현지 라이벌들의 인연에도 주목하고 있다. NTT도코모 D배달, 라쿠텐 딜리버리 등 다양한 플레이어가 활동하는 가운데 이들과는 별 접점이 없으나 데마에칸, 우버이츠, 그리고 조만간 일본 시장을 공략할 푸드판다와는 깊은 관련을 맺고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5년 전 배달의민족과 함께 일본 현지 시장을 진출했던 네이버와의 경쟁이 눈길을 끈다. 

네이버 라인은 5년 전 배달의민족과 함께 현지 시장 개척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상태에서, 최근 데마에칸의 지분 60%를 인수한 상태다. '연결'에만 집중하는 네이버다운 전략이 아닌 직접적인 플레이어 활동에 나섰으나 쓴 맛을 본 기억이다.

이런 상황에서 배달의민족이 일본 시장 진출을 선언하자 5년 전 손을 잡고 일본 시장을 함께 공략했던 두 회사가 이번에는 라이벌로 만나게 됐다.

네이버와 배달의민족만 놓고 보면 두 회사의 복잡한 인연은 더욱 묘해진다. 실제로 네이버는 인터넷기업협회의 주축으로, 배달의민족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주축(1기 의장사)으로 활동하며 정책적 보폭을 맞춘 바 있다. 나아가 네이버는 2017년 배달의민족에 350억원을 투자하며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도 했으며, 약 10년 간 네이버를 이끌었던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가 2017년 4월 배달의민족 사외이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네이버와 배달의민족이 국내 시장에서 조금씩 충돌하는 모양새가 연출되는 중이다. 특히 네이버가 이커머스 전략을 확장시키며 신선식품 배달 등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장면과 배달의민족이 B마트 등 새로운 실험에 나서는 점에 시선이 집중된다. 취급하는 물품이나 영역이 아직 완전히 겹치지는 않지만 조만간 '푸드 딜리버리' 시장에서 두 회사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벌어질 가능성도 높다. 그 연장선에서 일본에서 데마에칸을 내세운 네이버 라인과, 배달의민족 푸드네코의 진검승부에 시선이 집중된다.

우버이츠도 배달의민족과 관련이 있다. 우버이츠는 국내 시장에 진출하며 한 때 강남 및 외국인 중심 영업을 힘있게 추진했으나 토종 배달앱 시장의 아성을 넘지 못해 시장 철수를 결정한 바 있다. 특히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을 넘어서지 못해 국내 시장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미 현지 시장에 진출한 우버이츠와 이제는 도전자의 입장에서 시장에 진입하는 배달의민족 푸드네코의 격전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한편 배달의민족 우아한형제들과 기업결합 과정을 밟고있는 딜리버리히어로도 조만간 일본 배달앱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푸드판다라는 서비스를 바탕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설명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심사가 날 경우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이어갈 두 기업이 일본에서 보여줄 이색적인 승부수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배달의민족이 선보인 딜리. 출처=배달의민족
배달의민족이 선보인 딜리. 출처=배달의민족

시장의 판이 변한다
배달의민족이 일본 시장을 타진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 경영에 나서야 한다는 절박함이 중요한 동기라는 말이 나온다. 여기에는 시장의 확장에 따른 경쟁의 심화, 나아가 위기를 넘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깔렸다.

실제로 현재 글로벌 배달앱 시장은 규모의 경제에 매몰되어 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며 배달앱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외연이 넓어진 시장의 '파이'를 확보하기 위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버이츠를 운영하는 우버가 지난 7월 미국 배달앱 시장 4위 업체인 포스트메이트를 26억5000만달러에 인수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우버는 당초 3위 사업자인 그럽허브 인수합병을 추진했다. 그러나 미 규제당국의 시장 과점 칼날에 주춤이는 사이 유럽 배달 서비스 업체 저스트잇테이크어웨이가 그럽허브를 약 73억달러에 기습적으로 인수했고, 우버는 차선책으로 포스트메이트를 인수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저스트잇테이크어웨이가 네덜란드 테이크어웨이와 영국 저스트잇이 올해 초 결합해 만들어진 회사다. 

결론적으로 배달앱 시장이 커지며 기회가 발생하고, 이를 인수합병 등을 통해 규모의 경제로 장악하려는 행보가 빨라지는 순간이다. 그 연장선에서 시장의 지형이 변하며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배달앱 시장 1위 사업자인 배달의민족 입장에서는 가만히 앉아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딜리버리히어로와의 기업결합 명령만 떨어진다면 신설될 우아DH아시아를 통해 아시아 및 글로벌 전략을 빠르게 구축할 여지가 있으나, 현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의 재편이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 수수료 기반의 1차 비즈니스 사업이 아닌, 푸드테크 전반의 인프라를 키워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배달의민족 입장에서는 엄중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베트남 시장 진출을 매끄럽게 해낸 후 자신감이 붙은 상태에서 우아DH아시아 차원이 아닌 배달의민족 차원에서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해외 시장을 타진한다면 5년 전 한 번 실패했으나 상대적으로 익숙한 시장인 일본이 '제격'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코로나19에 따른 현지 시장 확장이 진출 행보에 가속도를 붙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달라지는 국내 배달앱 시장도 배달의민족 일본 시장 진출에 영향을 줬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의 3강 체제가 무너지고 소프트뱅크의 지원을 받는 쿠팡이츠 및 거대 플랫폼 사업자들이 속속 등장하는 등 시장의 지형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네이버가 이륜차 서비스인 생각대로에 투자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한편, 배달앱 시장 전체가 푸드 딜리버리 시장이라는 모분수에 포함되어 격변의 나날을 보이는 중이다. 여기에 정치적인 논란에 휘말리는 한편 제로배달유니온 등 공공 배달앱 플레이어들이 지자체들과 함께 초반 인상적인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는 등 심상치 않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도 배달의민족의 '일본 플랜'을 앞당겼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