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결정 개시 건설사 대부분이 사원과 임원에 대해 적게는 10%, 많게는 20% 이상 임금삭감을 단행하고 있다.

특히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 인적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싫든 좋든 간에 직원들은 그동안 자신의 젊음을 불태웠던 정든 회사를 떠나야 한다.

회사를 지키는 사람이나 회사를 떠나는 사람이나 많은 고통이 뒤따른다는 것을 우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기자는 워크아웃 플랜이 확정되면서 수차례에 걸친 인력감축에 직장을 떠나는 한 홍보맨이 보내온 가슴 저린 한 통의 편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유난히도 혹독했던 겨울이 지나는가 싶더니 어느새 무더위가 찾아온 것 같습니다. 시간 참 빠릅니다.

제가 홍보에 몸담은 지는 22년 세월이 지났고 우림건설에서만 6년4개월째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낮이나 밤이나, 주말도 휴가도 없이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지인들은 그래서 남은 것이 뭐냐고 가끔 묻기도 하지만 저는 누구보다도 열정적인 홍보인으로서 사람들과의 신뢰와 우정을 쌓았다고 자신합니다.

우림건설에서 저는 인생에서 가장 큰 행복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능력 이상으로 과분하게 회사의 사랑을 받았고 회장님의 남다른 가르침도 배웠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등장과 퇴장을 반복하면서 사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22년 홍보 인생을 살면서 LIG건설(前 건영), 동양그룹 동양메이저(주) 건설부문 등에 몸담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여러 선배들과 동료 후배들, 그리고 여러분들이 저에게 주신 격려로 인해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다시 한번 등장을 준비하기 위한 퇴장을 여러분들에게 알리려고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글이 제가 우림건설 김종욱으로서는 마지막으로 드리는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세계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유동화 위기를 겪으며 지난 1월20일, 구조조정 대상 건설사로 확정되면서 우림건설은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현재 어느 회사보다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얼마 전 워크아웃 플랜이 확정되면서 또 한 번의 인력감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회사와 저의 미래에 대한 깊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나 남아 있는 우림의 후배들에게 부담을 더 이상 지우지 않고, 존경하는 회장님의 경영활동에 힘을 싣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저의 용퇴와 새로운 김종욱으로서 우림가족과 함께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늘 선후배들이 떠나는 모습을 많이 지켜봤습니다. 그러나 이제 오십 나이를 바라보며 흘려보냈던 그들의 퇴임의 변과 표정을 떠올리며 저의 둔감한 지혜를 깨닫게 됩니다.

비록 우림건설 김종욱은 아니지만 늘 변치 않는 여러분의 친구 김종욱으로서, 인생의 벗으로서 서로 의지하고 살기를 바랍니다.

홍성일 기자 hsi@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