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내조의 여왕〉에서 주인공인 김남주 씨가 하고 나오는 의상, 가방 등 소품이 인기 절정이라고 한다. 당신은 드라마를 보면서 스토리에만 몰입하는가?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지 않다.

드라마를 통한 PPL(간접 상품광고)이 문제가 되는 것도 대부분의 시청자는 스토리 못지않게 등장인물의 배경, 줄거리 밖 장치에 주의를 기울이기 때문이다.
사실은 사람과의 만남에서도 마찬가지다.

대인관계가 좋은 이들을 보면 ‘속’뿐 아니라 ‘겉’에도 신경을 기울인다. 장맛 못지않게 담는 ‘뚝배기’를 생각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성의이기 때문이다.

CEO들 중에서 이 같은 뚝배기 철학(?)에 대해 강조하시는 대표적인 분은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이다. 그가 교장인 비트컴퓨터 교육센터 학생 선발 면접에 동석한 일이 있다.

이곳은 졸업만 하면 취업이 100% 된다고 해 IT 학생들에겐 선망의 대상이 되는 곳이다. 조현정 회장이 직접 면접을 했는데 하나 특이한 점이 있었다.

IT에 대한 전문지식 측정은 물론 용모, 인상착의에 대한 조언 내지 코멘트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머리가 부한 곱슬머리로 과장을 섞자면 자기 머리의 5배는 부풀어올라 보이는 사자머리를 한 청년이 들어왔다. 난 내심 조 회장이 그냥 넘어갈까 궁금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외모코치 발언이 튀어나왔다.

“학생은 머리를 손질하는 게 필요해요. 강남, 청담동, 압구정 등 미용실에 가서 손질을 받아보세요.

일단 학생 얼굴에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을 발견한 다음부터는 학생이 잘 아는 동네 미용실에 가서 그 스타일을 설명하면 될 겁니다. 스타일만 바꿔도 학생 모습이 한결 돋보일 것 같군요.”

비트교육센터의 재학생들의 옷차림도 남다르다. 삼복의 여름 날씨에도 반바지에 샌들을 신은 젊은이는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우리 속담에 빛 좋은 개살구란 말이 있지요. 외모를 가꾸는 것을 좀 등한시하거나 낮춰 보지요. 하지만 저는 이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바로 외모, 즉 이미지가 상품을, 그 사람의 가치를 규정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이미지 브랜딩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자신이 대학 때 일찍 창업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캐주얼에 청바지 입고 소프트웨어를 팔러 나가면 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더군요. 많은 대학생 중 한 명으로 인정하지, 아르바이트하듯 습작한 것으로 받아들여 전문가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고 나서 저는 복장을 정장으로 바꿨답니다. 한여름에도 긴팔 셔츠, 끈 있는 구두로요. 내가 신사로 대접받고 싶으면 내가 신사 차림을 해야 한다는 것을 그때 배웠습니다.”

자기 용모 관리는 무형의 자산이다. 옷차림이 달라지면 태도도 달라진다.
나는 본질이 충실하므로 나중에 말로 해야지 하면 이미 늦다.

“똑같은 1000원이 있더라도 100원짜리 10개를 덜렁거리며 주는 것과, 1000원짜리 지폐 1장을 주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지 않습니까.

어차피 1000원으로 살 수 있는 것, 가치는 똑같지 않느냐고 동전 한 뭉치를 갖다 들이대면 어떻겠습니까. 자신의 이미지를 포장하지 않는 것은 바로 이와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당신 자체가 걸어다니는 이미지이자 브랜드이다. 나중에 기회를 마련해서 따로 설명하려면 이미 늦다. 바로 첫인상에서 정신무장이 단단히 돼 있는 신사숙녀라는 강한 주파가 상대에게 쏘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