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5일은 지난 1900년 독도를 우리 영토로 정한 대한제국 칙령 제정을 기념하는 ‘독도의 날’이다. 이날 세계 최대 검색포털인 구글의 서비스에서 독도의 주소가 사라졌다. 구글 글로벌의 동해 표기가 아무런 사전 고지없이 일본해로 바뀐 것이다.

글로벌 기업을 자처하는 구글이 대한민국 정부는 물론 국민 모두를 한순간에 농락한 것이다. 불과 한달 전 구글코리아는 에릭슈미트 회장이 한국에 방문할 당시 ‘한국의 아이콘’ 싸이와 전 직원들이 춤을 추며 ‘강남스타일’을 연호한 적 있다.

이러던 구글이 변했다. 변해도 너무나 몰지각하게 변했다. 주권국가의 영토 표기를 제멋대로 빼버리고 제멋대로 바꿔버린 것이다. 한국의 정서를 모르지는 않을텐데 구글은 일순간에 ‘불편한 진실’로 전락했다. 한 개그맨의 대사처럼 “구글, 왜 이런 걸까요?” 구글은 한국에서 스마트폰으로 가장 많이 돈을 버는 회사 중 하나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삼성, LG, 팬택 등에 탑재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휴대폰 3사와 구글은 뗄레야 뗄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이들이 변했다. 돈은 돈대로 벌어가면서 정작 제품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의 국민들의 정서에 반하는 행동을 펼치고 있다.

2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4870만대, 팬택은 600만대, LG는 580만대 등 우리나라 휴대폰 제조사가 만든 스마트폰이 어림잡아 6000만대다. 여기에 탑재되는 대부분의 운영체제가 구글이 제공하는 안드로이드임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업체들이 구글의 배를 불려주고 구글은 딴짓을 하고 있으니 참 어처구니가 없는 노릇이다. 독과점도 이런 독과점이 없다.

최근 잘 나가는 글로벌 기업들이 유독 한국에선 잇따라 떠나고 있다. 세계적 인터넷 기업인 야후, 외산 스마트폰 기업인 HTC 등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철수를 결정했다. 토종 기업들의 강세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지 못한데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경영난에 한국 국민의 외면까지 겹치면서 어쩔 수 없이 내린 고육책이다.

한국스타일을 몰라도 너무 몰랐던 다국적 기업의 몰락이라 할 것이다. 인터넷 기업뿐 아니라 유통업계에서는 1998년 진출했으나 적자누적으로 2006년 철수한 다국적 유통기업 월마트가 있다. 월마트는 전세계에서 대부분 승승장구했으나 한국에서 실패로 이마트에 매각되는 굴욕을 겪었다.

또하나의 공룡이 참패를 겪으며 시장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글로벌 검색 엔진으로 세계 시장을 장악한 구글이 그 장본인이다. 한국에선 토종업체에 밀려 시장 점유율 참패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포털시장은 네이버가 약 70%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다음은 20%로 2위다.

반면 구글은 한국 시장에서는 5%대, 야후는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구글이 장악하지 못한 국가는 한국과 러시아, 중국뿐이다. 구글이 인수한 모토로라도 이제 한국에서 철수를 앞두고 있다.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인한 매출부진이 원인이다. 지난 8월에 구글이 모토로라 휴대폰 사업부문인 모빌리티의 구조조정 착수 소식을 발표하면서 소문이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의 상황을 인식하지도 못하고 시장을 너무 무시했던 글로벌 기업의 말로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구글 안드로이드OS는 안전할까. 스마트폰에서 천문학적인 금액의 돈을 긁어모으고 있지만 국민들의 정서에 반해 삼성·팬택·LG 등의 제조사가 얼마나 구글을 품에 안고 있을런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삼성·팬택·LG 등이 국민들의 요구에 의해 자체 운영체제를 개발하고 국민들이 구매해 준다면 구글은 스마트폰시장에서까지 위기에 내몰릴 수도 있다.

구글이 이제라도 맘을 고쳐먹고 한국 국민의 정서를 이해하고 원상복구의 노력을 기울여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칫 불매운동이라도 강력하게 일어나면 구글의 기술력이 한국에서 사장될 수 있는 분위기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래서 에릭슈미트 회장에게 한마디 하자면 “말춤만 좋아하지 말고 한국스타일 좀 공부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니면 “조용히 시장에서 사라지던지요."

조윤성 기자 korea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