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국제수지 악화 우려”
세계경기 전망 | 최창규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현재 미국 경제는 지난해와 올해 초 1조 달러가 넘는 유동성이 풀리면서 신용경색은 완화됐지만 실물경기의 침체로 신용카드 부실 등 다시 금융위기가 불거질 가능성이 상존한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은 8.5%를 넘어서 1983년 이후 2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금융위기가 실물 부문의 위기로 전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실업자가 늘어나면서 소비도 줄어들어 미국 상무부의 발표에 따르면 3월 소매판매가 전달에 비해 1.3% 하락한 데 이어 4월에도 0.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소매판매는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 연속 감소한 뒤 올해 1, 2월에 반짝 증가세를 보이다 3월부터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 같은 실물경기 침체가 계속된다면 미국 경제가 신용카드 부실 등 새로운 금융위기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또 설사 새로운 금융위기가 오지 않고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선다고 해도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전 세계적으로 풀린 과잉 유동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실물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

이 같은 상황은 유럽도 마찬가지다. 특히 유럽 금융시장의 중심인 영국의 경우 여전히 금융불안이 상존하고 있으며 이 같은 영국의 금융불안은 동유럽에서의 투자회수와 외환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금융위기가 마무리된다고 하더라도 실물경제가 과잉 유동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를 극복하고 본격적인 회복세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제임스 울펀슨 전 세계은행 총재가 “세계 경제가 장기간 L자형 침체에 시달릴 수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실물경기의 회복이 더딜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속히 안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올 하반기 우리 경제는 국제수지 여건이 급속도로 악화되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들은 국제수지 여건의 악화에 대비해 다각도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유가 배럴당 55~60달러, 원자재값도 안정세”
유가 및 원자재가격 전망 | 이규복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2008년 유가 및 원자재가격은 높은 수요와 달러화 약세, 투자자금 유입 등으로 상반기 중 높은 상승세를 보이다가 하반기 이후 세계 경기침체와 이에 따른 수요 둔화로 인해 하락세로 전환했다.

올해에는 세계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둔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은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경기침체로 인해 상대적으로 수요가 낮아 최근 투자은행들은 2009년 중 유가가 배럴당 평균 55~60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전망치가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보다 더욱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OECD 국가들의 수요는 2008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한편 중국을 중심으로 비 OECD 국가들의 수요의 경우 증가세는 유지하겠지만 증가 폭은 예년에 비해 크게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석유 산유국들의 감산에 따른 공급조절, 내년 하반기 중 경기회복 조짐의 가시화 가능성으로 인해 국제 유가는 상반기를 저점으로 하반기에는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중 국제 원자재가격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투자수요 감소와 경기침체에 대한 수요둔화 지속 등을 바탕으로 하향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리, 알루미늄, 니켈, 납 등 대부분의 원자재가 수요는 감소하는 반면 공급증대로 인해 수급상황이 완화됨에 따라 재고가 증가하면서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최근 금융위기에 따른 자금난으로 인해 신규 광산개발 프로젝트 등이 지연돼, 이에 따라 향후 공급확대 규모가 축소될 것이라는 견해가 대두되면서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곡물가격 역시 세계 경기침체 본격화 등 하락요인이 지속되며 2009년에도 하향 안정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최근 곡물가격의 하락 폭이 상당히 컸다는 점, 재고가 늘고 있긴 하나 아직까지 충분한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하였다는 점, 곡물가격은 기후변화 등에 매우 민감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향후 경기회복속도, 기후변화 등에 따라 상승세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환율변동성 증대, 시나리오 경영 나서야”
환율 전망 | 원종현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

작년 9월 이후부터 힘들게만 느껴졌던 경기불황의 파고가 제법 진정된 듯하다. 현재의 진정세가 일시적인 소강기가 될지, 봄을 알리는 시발이 될지는 많은 논란이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3월 이후 상황이 나빠지지는 않고 있다는 점이다. 좀 더 직설적으로 얘기하자면 더 이상 나빠질 것 없는 상태이다.

많은 전망 지표들은 다소 개선되거나 현재와 비슷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외환시장은 3월 초 1573.6원을 정점으로 가파른 내리막을 보여줬다.

이제부터는 좋아질 것이라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언젠가는 미국 달러가 약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믿음이 환율에 반영된 것이라 생각된다.

더욱이 최근 국내 경제는 외환수급이 안정세를 회복하고 연속해 사상 최고의 무역수지 흑자를 나타내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은 외환수급의 시각에서보다는 펀더멘털의 시각에서 향후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너무 빠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월9일 이후 급락하기 시작해 5월 12일 기준으로 약 19.7%의 환율하락을 나타내고 있다.

연말 1259.5원에서 환율이 재급등하면서 최근 최고 정점을 나타낸 3월3일까지 걸린 시간을 생각한다면 거의 두 배의 속도로 환율이 하락한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대외경제 상황에 따라 절상률과 절하율이 가장 크게 나타나는 양상을 보였다.

최근 일간 환율 하락 폭이 보통 10~20원에 이를 정도의 급격한 하락을 나타내고 있어 수출기업의 경우 급락하는 환율 상황에 기업환경을 적응시킬 여유조차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하에서 앞으로도 환율의 변동성은 보다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달러화의 약세 분위기 속에서 한국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지만 세계경제는 아직 회복되지 못한 상태에서 약간의 충격에도 달러화에 대한 수요·공급이 한쪽 방향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으며 이를 수용하기에는 아직 한국의 외환시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급변하는 환율 상황에서 기업들에게 적극적인 환위험 관리만을 요구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환위험 관리를 위한 적정 헤지 환율을 결정하는 것마저 환율 급변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므로 우선 기업은 버틸 수 있는 최소 범위의 손익분기 환율을 먼저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중심으로 여러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각 시나리오에 따른 경영전략을 보다 빠른 템포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최근의 환율하락은 그동안 국내 수출경기를 버티게 해주었던 가격경쟁력이 악화될 수 있다는 나쁜 뉴스와 그래도 향후 대내외 경기가 개선될 것이라는 좋은 뉴스를 동시에 전해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은 쉽지 않다. 결국 해법은 가격경쟁을 능가할 수 있는 품질과 브랜드의 보유라는 지극히 당연한 결론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이형구 기자 lhg054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