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사업은 발굴하고 핵심사업은 강화할 것”

경제지표가 나아지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최근 한 달 반 만에 200포인트 이상 올랐고 원·달러 환율도 1200원대까지 떨어졌다. 무역수지는 3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소비심리지수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채권시장 역시 비교적 양호하다. 치솟기만 하던 트리플A 마이너스 등급의 회사채 금리는 상당 폭으로 떨어졌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비교적 안정을 되찾았다.

부동산시장도 일부 수도권이긴 하나 꿈틀거림을 넘어 과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 한국 경제의 빠른 회복을 예상하는 외부평가도 이에 가세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8%에서 -1.8%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달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대폭 하향 조정한 바 있는 국제통화기금(IMF)도 6개 아시아 신흥공업국(NIEs) 가운데 한국이 가장 빨리 경기침체에서 탈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그 배경으로 “한국이 급격한 원화가치 하락으로 인해 수출이익이 늘고 있고, 정부의 강력한 경기진작책으로 내수 기반이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최근 대한민국에는 ‘경기회복’을 예견하는 긍정적인 신호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일단은 ‘숨 좀 돌린’ 국면인 셈이다.

하지만 엄연히 지표는 지표일 뿐, 일부에서는 이 같은 경기상승세가 유동성 과다로 인한 ‘거품’일 가능성이 높다며 ‘장밋빛 전망’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

‘경제수장’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일부 실물 경제지표의 긍정적 신호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경기회복의 온기를 체감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 효과를 제외하면 민간의 자생력은 여전히 미흡하다”며 경고하고 나섰고,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경제가 현저하게 개선된 것은 아직 없다”고 평가했다.

선진국 시장 전망이 썩 좋지 않아 우리의 수출여건이 크게 개선됐다고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도 “우리의 일부 경제지표에서 다소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지만 과거 일본의 장기불황 사례를 감안할 때 신중한 판단과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경기 전망’에 대한 긍정과 부정의 시각이 공존하고 있는 지금, 체감경기를 직접적으로 느끼고 있는 기업들은 현장에서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이코노믹 리뷰>는 20대 그룹 경영기획담당 임원들을 대상으로 현재의 경기를 어떻게 느끼고, 향후 전망치는 어떻게 잡을 것이며, 또한 불확실한 경기지수를 놓고 하반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등에 대한 긴급 설문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20대 그룹의 상당수 임원들은 “아직 국내 경기가 바닥 상태”라며 “당분간은 국내외 경기지수를 지켜본 후 적절히 대응전략을 짜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최근의 경제지표들이 긍정적이기는 하나 일시적일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올 하반기까지는 바닥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는 입장을 취한 것.

이에 따라 기업들은 ‘새로운 사업’으로의 분위기 쇄신이나 ‘되는 사업에 더 집중하자’는 식의 경영전략을 펼치겠다는 계획 아래, 올 하반기에는 신규사업 발굴이나 핵심사업 역량 강화에 포커스를 두겠다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게 아니라 꽃이 활짝 펴야 봄이 오는 것”이라고 말한 윤증현 장관의 말처럼 여전히 기업 현장에서의 ‘경기 바닥론’에 대한 경계심은 풀리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위기’와 ‘기회’가 상존하는 2009년의 여름. ‘경영변수’에 대한 대한민국 기업들의 생각을 알아봤다.

김진욱 기자 actio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