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나날이 진화해 사회 취약계층의 일자리 문제나 복지서비스 제공 등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사회적 기업 설립과 지원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선 SK그룹의 ‘행복도시락’이나 ‘행복한 학교’ 등이 성공모델로 꼽힌다.

“시대적 키워드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성과로 옮겨가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 날로 중요해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진 홍 한국생산성본부 회장은 지난 9일 서울에서 ‘2012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국제 컨퍼런스’에서 “사람들은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 없이는 기업도 더 이상 존재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며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그에 따른 역할론은 더 이상 새로운 화두는 아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중요해지고 더욱 질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근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과 관련된 몇 가지 조사결과를 보면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기업의 사회공헌이 빠르게 진화하고 정착되고 있는지를 잘 확인할 수 있다. 전경련이 발표한 자료(2010 기업·기업재단 사회공헌백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사회공헌 지출 총액은 이미 2조원 시대에 접어들었으며 평균 사회공헌 지출비용 또한 2004년 이후 6년간 2.4배 증가했다.

한국생산성본부가 국내 680여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 민간기업의 경우 평균 63.8억 원의 사회공헌 비용을 지출하고 있으며 이는 매출액 대비 0.07%, 영업이익 1.2%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 CEO 중 71%는 사회공헌에 관심과 참여가 높은 편이라고 답했으며 전체 기업의 67%는 사회공헌정책을 명문화하는 등 사회공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직원들의 참여와 지속적인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단순 사회공헌보다 30배 높은 가치창출
기업들은 왜 이렇게 사회공헌에 점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일까? 그동안 기업은 돈을 많이 벌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여겨왔다. 실제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은 일정 부분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양극화를 해소하는데도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사회가 다변화 되고 자본주의가 성숙해지면서 이윤창출만으로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생겼다. 보다 지속가능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 세계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다는 인식이 설득력을 갖게 됐고 그래서 나온 것이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다. 기업들은 불우이웃돕기 성금 등 기부나 봉사활동 같은 CSR 활동을 통해 지속경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CSR과 같은 활동은 일회적이고 한시적이어서 소외계층의 자립기반을 만들어 주는데 한계가 있다.

글로벌 금융정보 제공기관인 ‘S&P다우존스인덱스’의 알카 배너지 부회장은 지속가능한 기업에 대해 “주주와 이해관계자에 장기적 관점의 이익을 제공하는 기업”이라며 “이런 기업들은 경제, 환경, 사회적으로 발생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기회를 최대화 하는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는 데 CSR만으로는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없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나 CSR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시장사회에 확산되면서 사회적으로 책임을 다하는 좋은 기업을 선별 투자하는 사회적 책임투자(SRI)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 날로 높아졌다. 기업의 적극적인 사회참여가 점점 더 크게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떠오른 대안이 바로 사회적 기업이다. 사회적 기업은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취약계층을 채용하는 등 사업운영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의 기업이다.

‘사회적 기업 전도사’라고 불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여러 사회문제를 기업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사회적 기업 역할론’을 강조한다. 최 회장은 사회적 기업 방문을 통한 봉사활동과 사회적 기업가 M&A 체결식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사회적 기업도 ‘기업’이다보니 이윤을 추구하지만 이윤추구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특정한 사회적 목적을 위해 이윤을 추구하고 사회에 이익의 일정부분을 환원하기 때문에 일반 기업과는 다르다. 사회적 기업은 이윤추구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기 만들어진다. 예컨대 장애인, 저소득자, 새터민(탈북자) 같은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나 교육기회를 제공한다든가 자원 재활용을 통해 친환경적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사회적 기업은 다양한 계층과 다양한 사회문제의 해결사로 자리 잡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사회적 기업은 단순 기부 형식의 사회공헌활동에 비해 효율성 측면에서 훨씬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0년 6월 미국 뉴욕 매리어트호텔에서 열린 ‘UNGC Leaders Summit 2010’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단순 기부 등 전통적인 사회공헌활동이 투입 비용 대비 3배의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에 비해 사회적 기업인 ‘행복한 학교’는 30배의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말한 것은 그런 측면을 보다 설득력 있게 뒷받침한다.

SK그룹 ‘행복학교’ ‘행복한 도시락’은 성공모델
최근 들어 국내에서는 기업들이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거나 지원하는 사례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기업 스스로가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함으로써 기업이미지를 개선하고 그로 인해 기업들이 사회적 목적을 추구함과 동시에 착한 방식으로 이윤을 얻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 때문이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사회적 기업의 경우 대기업과 정부, 지자체, 비영리 단체가 파트너십을 형성해 설립·운영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대기업과 연계된 사회적 기업의 유형은 크게 ‘기업-NGO-정부/지자체 다자간 협력모델’과 ‘기업재단을 통한 사회적 기업 설립·운영지원 모델’ ‘기업의 직접설립 모델’ 등 세 가지로 구분된다.

현재 국내 기업 중 첫 번째 유형인 대기업과 비영리 단체가 연계해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고 경영을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은 현대차 그룹이 운영하는 ‘안심생활’이 대표적이다. 안심생활은 사단법인인 노인과 복지가 주체가 되고 기업체인 현대자동차와 노동부가, 부산시가 서로 협력하며 운영되고 있다. 현대차는 시설과 재정을, 노동부는 인건비를 부산시는 협의회 공동운영 및 참여자 훈련 등을 각각 지원하고 있다.

두 번째 모델인 기업재단을 통한 사회적 기업 설립 및 운영의 대표적 성공사례로는 SK그룹을 꼽을 수 있다. SK그룹은 2006년 ‘행복나눔재단’과 2010년 ‘행복한학교’를 각각 설립해 기업과 정부, 지자체, 비영리단체가 다자간 협력 모델을 통해 사회적 기업을 설립과 운영 지원을 하고 있다.

특히 SK그룹의 ‘행복도시락’과 ‘행복한 학교’는 국내에서 사회적 기업을 직접 설립하거나 지원하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기업 중 대표적인 성공모델로 꼽힌다. 행복도시락은 결식아동과 저소득층 노인에게 무료로 급식을 제공하는 한편 실업해소를 위해 취약계층 중에서 조리원과 배달원을 고용하는 모델이다. SK는 지난 2008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행복도시락을 통해 결식아동 6000여명에게 도시락 20만개를 제공했다.

행복한학교는 일자리가 없는 교사 자격증 소지자를 고용해 초등학교 정규 수업 이후에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모델이다. 2010년 1월 서울시와 공동설립한 이 학교는 사교육비 절감, 취약계층 학생 지원, 공교육 질 향상 등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등 효과가 입증되면서 현재 부산, 대구, 울산 등 주요 광역도시로 확대됐다.

이런 성공 사례를 통해 SK는 올해를 사회적 기업 모델 확산을 본격화하는 시점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3년간 30개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고 100개의 사회적 기업 아이템을 발굴, 지원하며 1000여명의 사회적 기업가를 양성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저개발국 대상 사회적 기업 설립을 통한 글로벌 이슈 해결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세 번째 유형으로 대기업이 자본을 100% 출자한 형태의 사회적 기업은 포스코에코하우징을 비롯해 포스플레이트, 송도SE 등이 있다. 이 사회적 기업들은 모두 포스코의 업종인 철강사업과 연계돼 있으며 회사와 공장의 위탁용역사업으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장애인과 새터민, 청년실업자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형 사회적 기업으로 운영된다.

그밖에도 사회적 기업의 유형 중 독특한 사례로는 비영리단체가 프랜차이즈형태로 사회적 기업을 설립·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YMCA가 운영하는 아가야 사업단이 대표적인 기업으로 취약계층 여성들에게 일자리와 영유아 및 아동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 두번째)이 지난 4월30일 ‘2012년 사회적 기업 포럼’에서 사회적 기업가 육성 방안에 대해서 참석 패널들과 토론을 하고 있다.


사회적 자본시장 활성화 등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한편 사회적 기업의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사회적 기업이 갈 길이 멀다. 바로 인재와 자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재가 없다보니 자본이 몰리지 않고 자본이 없다보니 인재가 모이지 않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는 게 국내 사회적 기업들이 직면한 문제점이다. 특히 사회적 기업은 일반기업과는 달리 자금조달의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정부나 기업, 자선단체, 종교단체 등으로부터 출연이나 기부형태로 자본을 유치해 운영해왔다.

따라서 시급한 것이 사회적 자본시장의 활성화다. 자금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기업들에 관한 정보와 자금 제공자들에 관한 정보가 한 곳에 모아지면 현재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법이다.

지난 4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공생발전을 위한 협력적 기업가 정신’이란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유능한 사회적 기업가가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거나 기존 사회적 기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투자자에게 세제혜택 등이 부여되면 해당 사회적 기업은 그동안 이루지 못했던 재무적 가치가 보전될 뿐 아니라 사회적 기업의 진정한 가치를 인식하는 투자자를 보다 많이 유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에 열린 세미나에서도 나왔다. 이준봉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준봉 교수는 “사회적 기업이 일반투자자를 유도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사회적 기업투자자에 대한 조세 특례 및 정책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연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사회적 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사회적 주식시장을 도입할 필요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사회적 기업이 우리 사회에서 선순환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여기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기존의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의 사업영역과 겹치지 않는 다양한 사업모델을 개발하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다. 취약 계층의 자활을 돕는다는 취지로 만드는 다는 사회적 기업이 사업영역 침범으로 다른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빼앗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런 의미에서 SK그룹이 국내 대기업 최초로 법무부와 손잡고 출소자의 자립과 사회복귀를 돕는 사회적 기업 ‘행복한뉴라이프재단’은 향후 국내 사회적 기업의 선순환 모델로서 귀추가 주목된다.

최태원 SK회장의 사회적 기업 역할론
“사회적 기업 모델 더욱 확대할 때 공생발전”

공생발전. 그 어느 때 보다도 어려운 시기인 만큼 기업의 사회적 책임 또한 강조되고 있다. 기업들 역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회적 기업 전도사’로서의 역할이 눈에 띈다. 그가 강조하는 사회적 기업 역할론은 양극화나 청년실업 등 여러 사회문제를 기업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SK그룹의 MRO(소모성 자재 구매대행 사업)를 사회적 기업으로 바꾸도록 하는 등 직접 실천에 옮기고 있다. 이를 계기로 사회적 기업이 재계의 새로운 CSR(사회책임경영) 트랜드로 자리잡아가는 분위기다. 비영리조직과 영리기업의 중간 형태인 사회적 기업은 주로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사회 서비스를 지원해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수행한다.

최태원 회장은 수년 전부터 단순기부 형태의 전통적인 사회공헌 활동으로는 사회적인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보고, 사회적 기업의 설립·지원·육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최 회장은 “단순 기부 등 전통적 사회공헌활동이 투입비용 대비 3배의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에 비해 사회적 기업은 수십 배의 가치를 창출 한다”면서 “기업적 메커니즘을 활용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적 기업 모델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SK그룹이 행복도시락, 행복한학교, 행복한도서관 등 70여개의 사회적 기업을 직접 설립하거나 지원하고 있는 이유도 사회적 기업이 갖고 있는 선순환적 역할 때문이다. 최 회장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어 왔던 MRO사업도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그는 중소 MRO업체와 진정으로 공생발전하기 위해서는 MRO사업을 사회적 기업으로 바꿔 이익을 사회 환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SK그룹은 지난 2005년부터 사회적 기업 지원 등을 통해 지난해 말까지 모두 6000여개의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어냈고, 오는 2013년까지 추가로 4000여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모두 1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키로 했다. 또 사회적 기업을 설립·지원하기 위해 500억 원을 조성했다. ▶이효정 기자

김은경 기자 keki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