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Mobile사는 타이완의 Far EasTone Tele-communications의 지분을 매입했다.


자신이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던가.
요즘 중국이 딱 그 짝이다. 해외기업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중국이 정작 자국기업의 해외매각에 대해서는 눈에 쌍심지를 켜고 반대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금난에 허덕이는 서구 기업들이 늘어나자 중국이 구원의 손길이라는 명목으로 해외기업들을 싹쓸이해 갈 판이다. 2조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를 무기로 몸값이 떨어진 외국기업들을 사들일 호기를 맞은 것이다.

특히 오스트레일리아 자원업체들이 타깃이다. 중국 업체들은 리오틴토·OZ미네랄스·포트스쿠메탈그룹 등 오스트레일리아의 내로라하는 원자재 생산업체의 상당수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 밖에 자동차·PC 분야에서도 해외기업 경영권 인수가 잇따르고 있다. 양안(兩岸)관계인 대만과 경제협력을 맺은 중국은 대만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양안관계위원회는 이달 5일 자동차를 포함한 중국의 65개 산업에 대만 투자를 허용하는 방안을 확정지었다.

대만에서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하지만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최대 토종업체인 치루이(奇瑞, 영문명 체리)자동차의 잉통위에(尹同躍) 회장은 지난달 27일 “대만의 셩룽자동차와 협력해 전 세계 시장을 상대로 새로운 모델을 내놓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치루이 외에도 지리(吉利)자동차 역시 대만 상륙 초읽기에 들어갔다. 리슈푸(李書福) 회장은 지난 3월 “자동차 수출을 위해 대만의 수입업체와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 투자기회를 물색하던 철강업체인 중강그룹(中鋼, 시노스틸)은 타이베이에 조만간 사무소를 개설하기로 했다. 또 중국의 최대 이동통신업체 차이나모바일(中國移通)은 중국 국영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대만 투자를 실시하기로 했다.

대만의 선두 이통사인 파이스톤(Far EasTone, 遠傳電信) 지분 12%를 40억7000만홍콩달러(약 6660억원)에 사들이기로 한 것. 중국 국영기업이 대만기업에 직접투자 형식으로 투자하기는 양안(兩岸)관계 성립 이후 60년 만에 처음이 될 전망이다.

지분인수 합작투자 등에는 혈안이 돼 있는 중국이건만 정작 자국기업이 해외에 팔려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반독점을 부르짖으며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세계적 음료업체인 코카콜라는 중국 최대 과일주스업체 후이위안(匯源)을 인수하려다 중국 상무부의 태클에 걸려 결국 상처투성이가 된 채 포기했다.

일본의 화학섬유업체인 미쓰비시레이온도 우여곡절 끝에 영국의 루사이트(Lucite) 인수에 성공했으나 상무부가 온갖 제재조항을 갖다붙여 M&A는 만신창이가 됐다.

중국인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칭타오(靑島)맥주 지분 매각 소식도 대륙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2대 주주인 안호이저-부시 인베브가 갖고 있던 칭타오 지분 19.9% 전부를 일본 아사히맥주에 팔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

그렇게 되면 아사히맥주는 현 칭타오 지분 7.09%와 합쳐 26.99% 지분을 갖게 돼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30.89% 지분으로 최대주주인 칭타오로선 강력한 인수 후보자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아사히맥주가 지분 3.99%만 더 추가하면 최대주주가 뒤바뀌게 된다. 칭타오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20% 남짓. 반독점 잣대를 들이대 온 상무부로선 이번 M&A를 막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아시아경제신문 김동환 베이징특파원 (donk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