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써 우리가 감동되던 시대는 갔다.
우리들은 모두 어두움 속에서 더욱 빛나는
별이 되어
몸으로 울라
몸으로 울라
온몸으로 통곡하는 것이
이 시대의 감동이다.

봄이 오면
내 기다림과 부끄러움을 말하리라.
새벽이 오면
나는 꿇어앉아 기도하리라.
손풍금 소리 같은 나이 어린 自由.
눈 멀고 힘 잃은,
결코 순백해야만 하는 우리 어머니 앞에
바람 따라 쏠려다니던
죽은 말들의 서러움을,
말이 다시 노래가 되고,
노래는 흐르고 흘러서
아, 감동의 푸른 나무로 부활되기를.

-문정희 <참회 詩1〉

“이익을 남기지 말고 사람을 남겨라.” 거상 임상옥의 말이다. 장사꾼의 목적은 물건을 팔아 이득을 얻는 것이다.

그러나 임상옥은 결코 물건을 팔아 이득을 얻는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눈앞에 보이는 작은 이득을 취하다가 이득의 근원인 사람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에게 이득은 흐르는 계곡물이지만 사람은 샘물이었을 것이다. 계곡물은 마를 수 있지만 그 근원인 샘물은 쉽게 마르지 않는다. 그가 사람을 중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사람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나에게 이득을 주는 고객을 속여서는 안 된다. 그러려면 먼저 자신을 속이지 말아야 한다. 자신이 만족하지 않는 제품을 소비자에게 좋은 물건이라며 내놓는 장사꾼은 사람도 잃고 이득도 잃는다.

자신을 속이지 않는 행동이 계속됐을 때 고객은 그 장사꾼에게 신뢰를 보내게 된다. 고객의 신뢰를 얻은 장사꾼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른 고객 즉 사람을 얻게 된다. 이것이 오늘날로 말하면 신뢰경영이다.

가수 이소라가 ‘자신의 공연이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했다’며 공연 입장료를 환불해 화제다. 이소라는 지난 5월8일 서강대 메리홀에서 있었던 공연에서 “오늘 내 노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여기까지 오신 분들께 이런 노래를 들려드리는 건 미안한 일이다”라며 “입장료를 받아서는 안 될 것 같다”고 말하곤 환불조치를 했다고 한다.

자신을 속이지 않는 행동이며 ‘사람을 남기라’는 임상옥 말의 실행이다. 가수가 고객을 상대로 파는 제품은 노래다. 이때 가수는 자신이 만족할 만한 최고의 노래로 대중을 상대해야 한다.

만약 자신이 부른 노래 즉 제품이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았다면 제품을 팔지 말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것이 신뢰경영의 기본이자 자신의 제품에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는 장인정신이고 프로정신인 것이다.

임상옥의 말대로 이소라는 작은 이득을 버리고 진정 자신의 노래를 감상할 사람을 얻게 된 것이다. 문정희 시인의 <참회 詩1>은 진정한 프로의 신뢰경영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시다.

시인은 ‘말로써 우리가 감동하던 시대는 지났다’면서 ‘어두움을 밝히는 별이 되어 온몸으로 통곡을 해야 감동한다’고 말한다. 몸으로 통곡하는 감동은 신뢰를 낳는다. 말이 아니라 행동의 감동이기에 그렇다.

따라서 시인은 그동안의 부끄럼을 참회하고 무릎 꿇어 기도한다. 그 기도는 온몸으로 통곡하며 시를 쓰지 못해 자신의 말들이 죽어 서럽게 바람 따라 쏠려다님을 참회하고, 죽은 말들이 다시금 노래가 되어 온몸으로 통곡하는 감동의 푸른 나무로의 부활을 위한 것이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신뢰를 얻고자 하는 모습인 것이다.

황인원 시인·문학경영연구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