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는 기본적으로 제품을 팔기 위한 기능이 크다. 따라서 광고의 중심은 항상 제품이었으며, 제품의 특징이나 자랑, 장점 등이 짧은 15초나 신문의 일정 사이즈에 담기에 급급했다. 짧고 강렬한 제품을 보여줌으로써 그 광고가 매출로 이어져야 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제품이 아니라, 제품을 소비하는 사람의 시각에서 해석되는 광고들이 봇물처럼 나오고 있다. 이른바 인간을 생각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휴머니즘 스타일이다. 광고의 주연이 제품에서 제품을 소비하는 사람으로 바뀐 것이다. 광고 시각의 전환인 셈이다.

최근 가장 눈에 띄게 선보이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의 브랜드 광고에서는 자동차의 자랑보다는 자동차를 아끼던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연비나 차 디자인, 성능 등을 강조하던 자동차 광고에서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를 타는 공유, 이나영, 유지태가 그 주인공이다. 보통 자동차 광고에 연예인과 같은 빅모델이 등장한다 하더라도 자동차를 빛내주는 보조 역할을 했던 것에 비해서는 완전히 차별적이다.

신발에 묻은 모래를 털고 차에 올라타는 이나영의 모습과 트럭이 지나갈 때 내 차에 물이 튀지 않을까 옷과 온 몸으로 막아서는 공유의 모습, 과속방지턱을 지나갈 때 차가 아프지는 않은 지 안타까워하는 유지태의 모습에서 그 동안 차를 타던 소소한 운전자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운전자들의 일상 뒤로 이제는 이러한 운전자들을 차가 사랑하겠다는 메시지로 바뀌면서 자동차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다. 기업입장에서의 제품 자랑은 담고 있지 않다.

실제로 2011년 NCBS의 조사에 의하면, 고객들은 르노삼성자동차 구매 이유로 대부분 브랜드 이미지(39.2%), 승차감(35.7%), 안전성(33.8%), 내구성(31.2%)을 꼽았다. 하지만 르노삼성자동차는 구매 이유가 되는 자동차의 장점을 광고의 소재로 바로 활용하지 않고, ‘차가 사람을 사랑한다’라는 휴머니즘을 반영한 감성적 표현으로 바꿨다.

구매 이유 중 1순위로 응답한 르노삼성차만의 브랜드 이미지를 휴머니즘의 감성 표현으로 더욱더 강화하는 전략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르노삼성자동차 주수연 마케팅 팀장은 “자동차 중심의 자동차 광고가 아니라, 자동차를 타는 사람 중심의 자동차 광고를 선보여 르노삼성자동차의 브랜드 철학을 알리려 했다”라고 설명하고, “이러한 접근은 브랜드의 이성적 소구에서 벗어나 감성적인 접근을 꾀해 소비자들의 마음에 담기는 러브마크(love mark)를 만들기 위함이다”라고 덧붙이고 있다.

‘휴머니즘 광고’의 특징들은 모두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이 광고의 소재가 된다. 특이하거나 독특한 사람들이 소재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보여줌으로써 “나도 그랬는데…”라는 공감대를 최대로 끌어내고 있다. 사람 중심의, 사람 냄새가 나는 이러한 ‘휴머니즘 광고’는 이성적인 메시지 전달이 아니라, 감성적인 터치가 강하다.

하루에도 수천 개의 광고를 접하는 오늘날의 현실 속에서 공감대와 감성적인 접근 아래 탄생된 ‘휴머니즘 광고’는 그야말로 주목도와 임펙트 면에서 탁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광고의 이미지는 브랜드로 연장되는 상기 효과(recall effect)를 일으킬 수 있다. 영국의 신경학자 도널드 칸이 “감성과 이성의 근본적 차이는, 이성은 결론을 낳지만 감성은 행동을 낳는다”라고 말한 이론이 감성적인 ‘휴머니즘 광고’에 힘을 더 실어주고 있다.

남혜아 웰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사람 중심의 광고는 보는 이로 하여금 “나와 비슷한”의 공감대를 더욱 끌어 낼 수 있어 광고의 주목도를 높이며, 궁극적으로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충성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라고 설명하고, 향후에도 계속 이 트렌드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조윤성 기자 korea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