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주택거래량이 늘고 일부 지역에선 아파트 시세가 급등했다. 올해 분양시장의 바로미터로 평가받고 있는 인천 청라지구에는 평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부동산가격이 드디어 바닥을 친 것일까.

하지만 지방 부동산시장은 미분양 적채로 여전히 냉랭하고, 경제 전문가들은 경기회복의 뚜렷한 징후 없이 부동산시장의 회복은 없을 거라고 잘라 말한다. 실수요자, 투자자 모두 지금이 과연 바닥인지 갈피를 잡기 어려운 상황. 부동산 전문가 7인이 긴급 진단에 나섰다.

바닥? “아직 아니다”

최근 발표된 희망적인 지표들과는 달리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선 대체로 “아직은 바닥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거시경제지표가 아직 바닥이라고 해석할 만한 수준이 아닌 상황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하향 안정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경기침체 문제가 부각되면 하향 안정화되리라 생각하지만 하락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백성준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여전히 부동산가격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백 교수는 “2002년 이후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졌고 상승률도 가파르게 나타나는 등 주택가격이 높은 편이지만 구조조정 및 부실기업 정리 등에 의한 실업증가가 나타나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도 아직은 바닥을 말하기는 이르다는 견해다. 박 소장은 강남권의 경우 “금융위기 이후 매수자들의 소비가 매우 보수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수요 감소에 따른 가격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며, 실수요자 중심의 강북권의 경우는 “경기침체에 따른 소득 감소 영향은 강북이 더 크게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 하락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지규현 GS건설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현재 상황에서 바닥이냐, 거품이냐를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최근의 가격상승이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 연구원은 “서울 핵심지역의 가격 상승은 저금리, 규제완화, 풍부한 유동성, 서울시 주요 개발계획 등에 따른 기대감 등이 주요인이지만, 경기지역의 경우 공급 초과 상황이어서 일부 상승세가 수도권 전역으로 전이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PB사업단 부동산팀장 역시 “거시경제지표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현재의 상승세는 더 이상 이어갈 힘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대표의 경우 ‘부동산 바닥론’은 지역별로 나누어 접근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강남권의 경우에는 금융위기 이전으로 가격이 회복이 된 만큼 바닥론은 이미 지났고, 기타 용인이나 분당의 경우에는 바닥을 치고 이제 회복할 시점”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 대표는 그렇다고 현재 부동산가격에 거품이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수요 충족 지역 대비 부동산가격을 생각한다면 대기 수요자들이 많은 지역의 경우 거품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2차 침체? “가능성 있다”

부동산시장이 경기를 뒤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최근 경제 전문가들의 더블딥 가능성 제기는 부동산시장에도 그대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의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시장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소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될 경우 다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2차 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고 교수는 특히 금융권 부실채권 정리 및 미국 등 선진국 대기업의 부도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른 전문가들 역시 이 의견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지규현 연구원은 “경제의 펀더멘털이 나빠지면 소득감소에 대한 불확실성이 장기화되고 실업률까지 증가하면서 부동산에 대한 수요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김영진 대표는 “강남 재건축시장을 중심으로 부동산시장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이 와중에도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는 여전히 내재되어 있다”고 진단했다.

안명숙 팀장은 “더블딥이 온다면 부동산시장에서 가장 큰 위기는 유동성 흡수를 위한 금리상승과 맞물릴 것”이라며, “금리가 인상될 때 부동산은 다시 가격이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으나 경제성장이 동반될 경우 하락보다는 L자형의 보합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다.

박원갑 소장도 “유동성이 실물경제로 가지 않고 자산시장에만 흘러들면서 실제 실물 부문은 여전히 회복 신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자산시장을 중심으로 한 제2의 버블 가능성마저 우려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2차 침체가 오더라도 그 낙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것 역시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박합수 팀장은 “학습 효과로 인해 침체가 장기화되지 않는다면 낙폭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백성준 교수 역시 침체의 폭은 주식시장보다는 덜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제가 더블딥에 빠져 주식시장이 침체되는 경우, 오히려 실물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게 됨으로써 부동산시장에 투자하는 사람이 늘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 교수는 “전반적인 경기위축 상황에서는 부동산시장도 거래위축 등으로 침체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강남 재건축? “추가 상승은 제한적”

강남재건축 단지 가격에 대해선 전문가들이 뚜렷한 의견 일치를 보이지 않았다. 소폭 추가 상승의 가능성, 경기회복 시 가파른 상승의 가능성, 추가 하락의 가능성 등 여러 의견이 혼재된 양상이다.

안명숙 팀장의 경우 “강남 재건축의 경우 최근 가격 급등에 대한 부담으로 상승폭이 다소 주춤한 상황이지만 향후 주택시장 회복속도에 따라 사업속도가 가속화되는 곳의 경우 추가적인 가격 상승도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지방의 한 미분양 아파트. 전문가들은 지방 미분양 문제가 단 기간 내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규현 연구원의 경우는 “부동산 시장 회복 시 강남 재건축시장이 가장 빠르게 상승할 것”이라는 의견인데, “강남지역의 경우 거의 유일한 주택공급 방법이 재건축이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반면 김영진 대표는 추가 하락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금융위기 이전으로 회복되긴 했지만 과거처럼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부동산시장에 아직 불안심리가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시장이 완전히 안전한 상승 곡선을 타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흔들리고 있는 금융시장이 안정화되어야 하고, 그렇지 않고서는 강남 재건축이 다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박원갑 소장 역시 단기간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던 강남 재건축시장이 소폭 조정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규제완화 기대감은 이미 반영됐고,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도 사실상 힘들어짐에 따라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내집 마련? “시기보단 저가 급매물 주목”

전문가들은 아직 ‘부동산 바닥론’을 말하기엔 이르다는 의견이기 때문에 내집 마련 시기 역시 구체적으로 제시되진 않았다. 지규현 연구원의 경우는 “오히려 특정 시점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수요의 쏠림현상을 유발해 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도 있다”며, 시점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대신 지 연구원은 “건설사가 유동성 문제 등의 이유로 분양조건을 개선하거나 분양가를 할인하고 있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은 분양주택이나 급매물을 중심으로 구입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시점이 시장에서 내재가치보다 하락한 분양주택 또는 재고주택을 중심으로 내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박합수 팀장 역시 “매수시기는 딱히 언제라고 얘기하기보다는 본인이 자금 등 여건이 충족되면 급매물 위주로 움직이라”고 말한다.

박원갑 소장도 당장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다. 박 소장은 “당분간 L자나 완만한 U자형을 그리며 느린 회복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큰 만큼 조급하게 매입에 나설 필요는 없다”며, “시기보다는 실물 경기 추이 등을 살피면서 철저히 가격에 초점을 맞춰 저가 매물만 공략하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안명숙 팀장은 “부동산 하락 폭이 미미한 수준의 보합세가 예상된다”며, “빠르면 경제성장이 동반되는 내년 상반기를 집값 상승의 추세로 볼 수 있어 한 발짝 빠른 매수 타이밍을 고려한다면 올해 하반기가 적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영진 대표의 경우 지역별로 시기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남권의 경우에는 이미 가격이 금융위기 이전으로 회복이 된 만큼 시기는 늦었다. 반면 분당신도시와 용인 등의 버블세븐 지역의 경우에는 가격이 많이 떨어져 있는 만큼 지금이 기회”라는 것이다.

강북권에 대해서 김 대표는 “가격이 조금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조금 더 기다렸다가 매입해도 될 것”으로 보고 있었다.

지방해결책? “수요회복이 급선무”

지방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구유입을 통한 수요회복이 급선무라는 의견이 다수다. 하지만 지방으로 인구를 유입하기 위해선 전반적인 구조가 개선돼야 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단시간 내에 해결하기는 어려운 문제로 분석하고 있다.

김영진 대표는 “지방에 인구를 유입시킬 수 있는 계획들이 필요하다”며, “업무, 편의, 학군 등 인구 유입요인이 되는 인프라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지방은 인구 유출이 더 심화되고 부동산가격은 더 떨어지며, 미분양 적체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안명숙 팀장 역시 비슷한 의견이었다. 안 팀장은 “지방경제 회생에 따른 인구유입 등의 구조적인 문제가 선행되지 않으면 당분간 해결책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특히 안 팀장은 “지방의 수요회복이 되지 않으면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도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합수 팀장은 지방 미분양의 원인을 건설시행사들이 정교한 사업성 분석 없이 대형 평형 위주로 분양한 것에서 찾고 있다. 고분양가에 기인한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분석이다. 박 팀장은 “분양가를 하향 조정하고, 경기침체가 어느 정도 회복되어 구매력이 살아나야 하는 것이 해결의 핵심이며, 시간은 대략 2년 정도는 필요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백성준 교수는 보다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백 교수는 ‘지방 미분양 아파트를 지역사회, 대학 및 기업들과 연관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 ‘지자체에서 매입을 통해 서울시에서 보급하고 있는 시프트(Shift)형 전세임대를 보급하는 방안’, ‘지방 대학들의 학생 및 교직원을 위한 기숙사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 ‘지방 공기업 및 사기업 등의 지방 파견 직원들의 숙소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이재훈 기자 hu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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