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는 인간심리의 궤적’이다. 카드게임처럼 주식도 상대방의 심리를 읽으며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 투자자 들에게 잘못된 투자심리를 지적하고 심리게임에서 이기는 법을 강의하는 투자멘탈리스트 송동근 대신증권 전무는 “개인투자자들이 대가들의 투자전략을 따라해도 손해를 보는 이유는 심리전에서 밀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확증편견, 군중심리, 지속편견, 심리회계 등은 개인들이 피해야 할 잘못된 투자방식”이라며 “이 같은 오류를 수정하고 손절매를 철저히 하는 등의 투자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이야말로 수익을 얻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주식흐름이란 인간심리가 만든 궤적’이라는 말이 있는데 확실한 경기개선 신호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증시에 돈을 넣는 투자자들의 심리는 무엇인지.
시장이 폭락하면 투자자들은 정신적 외상을 입는다. 권투에서 상대방에게 세게 한 방을 맞은 것과 비슷하다. 한번 맞으면 상대가 ‘엄청 세다’란 생각을 한다.

그래서 링에서 슬금슬금 피하다가 체력이 회복되면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상대가 엄청 세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는 생각과 얻어맞은 것에 대해 앙갚음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사람들이 증시로 몰려드는 이유는 증시에서 손해본 것을 만회하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저서《멘탈투자》에서 ‘멘탈투자’를 강조했는데 그 의미는.
모든 일에는 ‘멘탈’이 중요하다. 같은 일을 해도 성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심리에 좌우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투자도 마찬가지이다.

투자경력이 아무리 많아도 심리전에서 이기지 못하면 수익을 낼 수 없다. 투자의 대가들이 자신의 투자방식을 모두 공개하고 있지만 일반투자자들이 그 전략을 따라해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이유는 심리전에서 밀리기 때문인 것이다. ‘투자의 90%는 심리가 좌우한다’는 말이 과언은 아니다.

“9·11테러 때 미국으로 골프여행을 가고
객장에 스님이 나타나면 주식을 파는 것,
이런 것이 바로 멘탈게임에서 이기는 전략이다.”
송동근 - 대신증권 전무

개인 투자자들이 빠지기 쉬운 투자심리의 오류는.
자신의 실력을 과신해서 범하는 투자오류가 있다. 투자 경험이 전혀 없어도 잘할 수 있다고 믿고 직접투자에 뛰어드는 것이다.

그리고 장이 좋아서 수익을 냈는데 투자에 소질이 있다고 착각해 투자자금을 더 늘리거나 빚을 내서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 계속해서 리스크를 키우는 것이다.

하지만 장이 좋을 때는 대부분의 종목이 오르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 덕분에 수익을 냈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기대이론은 이익을 봤을 때의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 더 큰 리스크를 안고 가는 심리이다. 일종의 탐욕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처음 1억원을 투자해서 30%의 수익이 났다면 만족감은 극대화될 것이다. 하지만 수익이 계속 나도 만족감은 그에 비례하지 않고 오히려 줄어들게 된다. 그래서 그 기분을 다시 경험하기 위해 계속 리스크를 키우면서 투자하는 것이다.

또한 본전에 집착하는 심리도 있다. 1억원에서 3000만원을 손해 봤는데 본전만 찾으면 불만족스러움이 없어질 것 같아 본전에 집착해 손해를 더 크게 키우는 경우이다.

떨어졌을 때 손절매를 잘 못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 밖에 최악을 가정하고 행동하는 확증편견도 있다.

숲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만났는데 무조건 호랑이라고 생각해 도망가는 것이다. 냉철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 공포에 의해 지배당하는 것이다. 위기설마다 폭락을 거듭했던 이유가 바로 확증편견 때문이다.

그렇다면 투자에 성공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어떤가.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는 사람들도 물론 있다.

그들은 일반투자자들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평소 알고 지내던 재야고수는 9·11테러 당시 모두들 미국여행을 취소했을 때 지금 아니면 언제 이런 유명 골프장에서 게임을 해보겠냐면서 여행을 간 경우도 있다.

투자의 대가들은 주식을 100% 갖고 있으면 내가 주식에 너무 빠져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20%를 매도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제서야 시장이 보이기 시작해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에게 손해 본 종목과 이익 본 종목 중 어느 것을 팔겠냐고 하면 이익 본 것을 팔겠다고 답한다. 이는 정답이 아니다.

기관투자가들은 언제나 가장 손해 본 종목을 매도한다. 항상 생생한 종목만 들고 있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이 매번 당하는 이유는 자유로운 종목과 부자유스러운 종목이 경쟁하기 때문이다.

강연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을 텐데 그 중 잘못된 투자방식이 있다면.
투자자들은 지속편견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미 시장은 떨어질 준비를 하고 있는데 한번 올라간 주식은 계속 올라간다고 믿는 것이다.

또한 증시가 공포감에 휩싸여 있을 때 저가에 주식을 사모아야 장이 올라갔을 때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법인데, 그 순간에 단타를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 놀랐다.

이는 주식을 중간에 모두 팔아버려 상승장에서 크게 수익을 얻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든다.

그렇다고 1만2000원에 팔았던 주식을 1만5000원에 사는 것도 망설여지기 때문에 올라가는 것을 구경만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악순환의 반복이라고 할 수 있다.

투자자들이 펀드를 해약해 직접투자에 나서고 있는데.
만일 올 초에 펀드를 해약하고 종목을 잘 골라 직접 주식에 투자했다면 이익을 봤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펀드보다는 잦은 매매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언젠가는 상투를 잡게 될 수밖에 없는데 투자자들은 이를 가정하지 않는다.

그때를 대비해서 손절매를 확실히 하는 등의 자신만의 투자원칙을 만들고 지켜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투자자들이 기대수익률을 낮춰야 할 것 같은데 올 한 해 투자전략에 대해 조언해 준다면.
현재 코스피는 어깨 정도 온 것이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투자 비중을 줄이고 향후 1~2년 동안 저가매집을 통해 ‘객장에 스님이 나타나면 파는 전략’으로 가는 것이 좋다.

실제로 몇 년 전 중국에서 객장에 스님이 나타나 계좌를 개설했는데 이를 본 사람들이 길조라며 투자금을 더 늘렸다가 큰 손해를 본 사례가 있었다.

세상과 단절한 스님이나 아기를 업은 주부마저 투자를 하는 상황이라면 더 이상 수급은 없다고 보고 주식을 정리해야 하는 타이밍인 것이다.

지하철 광고판에 광고가 많아지는 것은 경기회복 징조, 시내 특급호텔의 로비가 붐비면 큰손들이 움직이는 징조 등 주변에서 일어나는 경제 현상을 잘 살펴보며 투자를 해야 한다.

오희나 기자 hno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