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와 직원들간 서로가 추구하는 뇌의 모습이 일치할수록 높은 성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사진은 현대중공업 임직원들의 뇌 훈련 모습.


기업의 흥망성쇠가 CEO의 뇌에 달려 있습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조직구성원 각자의 뇌가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조율하는 역할이 CEO들에겐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기업을 경영하는 CEO들은 매 순간이 ‘선택’의 연속이다. 아침에 출근한 후 저녁에 퇴근하기까지 하루에도 수십 건의 결제서류를 받아들고 의사 결정의 ‘총대’를 메야 하는 자리가 바로 CEO다.

문제는 자신이 내린 의사결정이 100% 합리적이고, 또 만족스럽다면 좋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 주변을 돌아보면 뒤늦게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는 CEO들이 의외로 많다.

이는 CEO들에 있어 올바른 의사결정을 가능케 하는 ‘뇌’의 기능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효율적인 ‘CEO의 뇌’는 어떤 모습을 띠어야 하는 것일까.

뇌 전문가로 통하는 우종무 국제뇌교육협회 이사(단월드 대표이사)의 입을 통해 경영과 뇌의 관계에 대해 조명했다.

Q. 뇌는 어떤 구조로 되어 있습니까.
뇌는 크게 신피질, 구피질, 뇌간의 삼층구조로 이뤄져 있습니다. 신피질은 이성을 담당하고 구피질은 감정을 다스리지요.

그리고 뇌간은 ‘뇌호흡’처럼 인간의 의지에 의해 조절될 수 없는 순수한 생명유지를 위한 기능을 담당하는 곳입니다.

따라서 인간이 뇌간 영역에 깊숙이 들어가서 얼마나 파워를 높여나갈 수 있느냐가 뇌를 잘 활용하는 능력치라 할 수 있습니다.

Q. 뇌와 경영 사이에 상관관계를 찾아본다면.
경영자라고 해서 일반인에 비해 특별히 ‘뇌 구조’가 다르다든지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경영’이라는 것이 어떤 일을 계획하고 그것을 실천해 나가는 하나의 과정이기 때문에 최고경영자의 ‘뇌’를 활용해 그가 세운 ‘비전’이 현실화된다는 관점에서 뇌가 깊이 관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경영의 모든 답은 ‘뇌’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론과 학습, 계획과 실천, 통합된 마인드와 하나된 비전 등 기업 경영상 적용되는 모든 요소들이 결국 ‘뇌의 작용’과 관련돼 있습니다.

뇌에 어떠한 정보를 담고, 어떠한 비전을 향해 뇌의 능력을 한곳으로 모을 것인가에 따라 그 기업의 현재와 미래는 달라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기업의 리더인 ‘CEO 한 사람의 뇌’가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맞습니다. CEO가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뇌를 가졌다면 당연히 그 회사와 조직원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CEO의 뇌는 기업의 성장과 발전, 기업문화의 형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다시 말해 기업의 흥망성쇠가 CEO의 뇌에 달려 있다고도 볼 수 있지요.

모든 기업의 CEO들은 자신의 회사를 좋게 만들고자 하는 방향으로 자신의 뇌를 활용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조직구성원 각자의 뇌가 추구하는 바가 다른 만큼 이를 조율하는 역할이 CEO들에게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겁니다.

Q. 흔히 좌뇌는 이성, 우뇌는 감성을 다스리는 기능을 한다고들 알고 있습니다. 맞는 얘기인가요.
좌뇌는 ‘언어뇌’로 순차, 논리, 수리를 담당하고 우뇌는 ‘감성뇌’로 시각, 청각을 처리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구분은 좌·우뇌가 기능하는 방식을 너무 단순화시킨 것에 불과합니다. 보편적으로 얘기하는 언어 능력도 좌뇌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에요.

최근 뇌 영상의 발달로 알려진 바 좌뇌는 주로 문법과 단어를 담당하고, 우뇌는 강세나 강조와 같은 부분을 담당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좌뇌가 지성, 우뇌는 감성을 담당한다는 이야기도 정확하지 않다는 말입니다. 감성적인 부분은 대뇌와도 관련 있지만 뇌 깊숙한 곳에 위치한 편도의 작용이 크기 때문입니다.

Q. CEO와 관련해 ‘좌뇌적 경영’과 ‘우뇌적 경영’을 구분해 본다면.
글쎄요. CEO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좌·우뇌의 구분이 아니라 좌·우뇌의 협력과 통합을 이뤄내는 것이라고 봅니다.

각각의 기능이 무엇이든 오른쪽과 왼쪽, 감성과 지성, 비논리와 논리의 모든 것들을 통합해서 제대로 된 뇌의 주인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죠.

즉 좌뇌적 경영이나 우뇌적 경영이 아니라 ‘뇌 통합 경영’이라는 새로운 경영개념이 필요합니다. 기업을 위한 뇌교육을 할 때 뇌가 자각 단계를 거치고 나면, 뇌 속의 정보를 정화하는 단계, 그리고 하나된 비전으로 통합하는 단계를 거칩니다.

뇌가 통합이 되면 직원들은 자신과 회사를 하나로 바라보고 서로 간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지게 되기도 하지요.

결과적으로 (직원들과 CEO간) 뇌의 통합이 이뤄져야만 아이디어가 샘솟고 창조력이 나오게 되고 위기가 닥쳤을 때 돌파할 수 있는 힘이 창출되는 것입니다.

Q. 그래도 과거 산업화 초기에는 좌뇌경영이 중심이 되었지만 현대로 넘어오면서 우뇌경영(감성경영)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무엇 때문인가요.
우선 시대적, 사회적 환경이 변화된 점을 이유로 들 수 있습니다. 산업사회는 대량생산과 시스템에 근거한 생산체계를 갖추고, 소비 역시 그에 맞추어 이뤄졌습니다.

현재처럼 발달된 통신망에 따른 정보공유가 광범위하지 않았던 탓에 정보가 일방적으로 전달됐고, 소비의 패턴 역시 체계화된 환경 속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소비자 개개인의 소비패턴이 공유되고, 생산자와 소비자 간에 교류가 일어나는 형태로 산업구조가 바뀌었습니다.

소비자의 직관적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제품의 디자인, 감성적 요소가 크게 작용한 것이지요. 따라서 ‘우뇌경영’에 대한 중요성이 커진 것은 뇌에 정보전달의 방식이 변화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Q. 두뇌경영을 잘 이행한 기업 CEO를 꼽으신다면.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대표적입니다. 정 회장의 뇌는 ‘자연산 뇌’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자연산 뇌’는 원시정보, 즉 배우고 익혀야 하는 지식정보가 아닌 본래부터 있었던 긍정과 순수함을 지닌 정보를 잘 활용하는 뇌를 말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교육받은 틀 속에서 자신의 뇌를 사용하는데 이를 ‘양식된 뇌’로 부르는 것과 상반되는 개념이죠.

정주영 회장은 평소에도 뇌의 활용을 위한 다양한 훈련을 했는데 한번은 “뇌 운동을 많이 해서 그런지 골프가 잘되더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그의 성공 이면에는 이처럼 부단한 뇌 훈련이 자리 잡았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Q. CEO와 직원들 간 ‘뇌 훈련’을 함께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경우 실제 기업 경영에 성과로 이어지는지요.
당연합니다.

지난 2000년의 현대자동차가 대표적인 ‘뇌 훈련’ 성공 케이스인데, 이 회사는 직원들과 임원 할 것 없이 공장에 근무하는 모든 조직구성원들이 참여해 ‘뇌 활용을 위한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20년 만에 처음으로 그해 노사분규가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Q. CEO들이 자신의 ‘뇌 기능’을 100% 활용하기 위한 방법은 어떤 게 있나요.
크게 세 가지를 추천합니다. 뮤직과 액션(Action), 그리고 메시지이죠. 우리 연구원에서 물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 일이 있는데, 인간의 명상에 좋은 음악을 물 주변에 놓고 틀었을 때, 물분자가 ‘육각형’을 띠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시끄러운 음악을 틀었더니 이번에는 물분자가 깨어져 버렸습니다. 물이 음악에 반응한 것입니다. 우리 인체의 70%가 물입니다. 뇌는 무려 90%가 물로 채워져 있지요. 따라서 좋은 음악을 들으면 뇌 건강에 절대적인 도움이 됩니다.

다음으로는 ‘액션’입니다. 뇌의 감각을 일깨우기 위해 몸을 움직이는 것인데 저녁에 자기 전 두 발 끝을 여러 번 부딪혀보세요.

특히 술자리가 많은 CEO분들에게는 이 방법이 간은 물론, 뇌 건강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겁니다. 끝으로 자신의 뇌에게 ‘나는 할 수 있어’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꾸준히 심어줘야 하는 것도 중요한 ‘뇌 건강’ 유지법 중 하나입니다.

Q. 기업 현장에서 여성 CEO들의 활약이 요즘 돋보입니다. 여성과 남성을 비교할 때 두뇌를 활용하는 데 있어 차이점이 있는지요.
지난 2006년 10월에 발간된 세계적 과학저널 <사이언스>지에 의미 있는 논문이 하나 실렸습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연구팀이 3년간 연구한 결과, ‘여성의 수학능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고정관념의 효과가 크다’고 발표한 것인데요.

실제 여성들은 자신에게 선천적으로 수학능력이 뒤처진다는 말만 들어도 수학성적이 나빠졌고, 반대로 선천적 차이가 없다고 믿으면 좋아졌다고 합니다.

이처럼 여성 뇌가 갖는 대표적인 특징이 있다면 남성보다 감각이 예민하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후각, 청각, 촉각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예민한 듣기 능력과 섬세한 발음이 요구되는 언어 분야에서도 여성은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Q. 흔히들 가지는 뇌에 대한 오해를 하나 풀어주신다면.
많은 이들이 나이가 들면 뇌 기능이 떨어진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자기 뇌 기능의 5%도 채 못 쓰고 죽습니다.

때문에 ‘쓰지 않는’ 뇌를 생활 속에 끄집어내서 ‘활동성’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김진욱 기자 actio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