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가 사랑한 천재들》

- 조성관 지음

- 열대림 펴냄

- 1만6200원

“혼돈의 시기에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고
인류에게 위대한 업적을 남긴 천재들의 삶과
예술세계를 들여다보는 이 책은
여섯 인물들의 충실한 평전과 역사서와
여행기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다.”

가장 여행하고 싶은 도시, 중세의 신비를 간직한 마법 같은 도시, 몇 번을 가도 또 가보고 싶은 도시로 꼽히는 천년의 도시 프라하는 1989년 벨벳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공산통치에 신음하던 금단의 땅이었다.

불과 20년 전이다. 그런데 지금은 프라하 어디를 가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수세기에 걸쳐 보헤미아 땅을 지탱해 온 문화예술의 힘이 바로 오늘의 프라하를 있게 한 이유다.

다행히 프라하의 연인들이 끊임없이 포옹과 키스를 나누는 카를교, 보헤미아의 역사가 응축보존된 구시가광장의 유명한 천문시계탑, 그리고 틴 성당, 프라하 성이 프라하의 역사를 투영해 주고 있다.

《프라하가 사랑한 천재들》은 카프카에서 스메타나까지 프라하를 무대로 불꽃같은 예술혼을 불태운 여섯 명의 위대한 천재들의 삶과 예술을 통해 프라하를 재발견하는 낭만적인 예술기행서이다.

유대인과 체코인의 경계선에 선 비극적 운명의 주인공 카프카, 〈아마데우스〉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세계적 영화감독 밀로스 포먼, 음악축제 ‘프라하의 봄’을 이끄는 ‘나의 조국’의 스메타나, 생명력과 노스탤지어가 녹아든 ‘신세계 교향곡’의 드보르자크, 소설을 소설이게 하는 진정한 작가 밀란 쿤데라, 오직 펜의 힘으로 벨벳혁명을 이끈 극작가이자 전 대통령 하벨. 이들 보헤미안들의 진짜 이야기와 프라하의 신비와 낭만이 아름다운 사진들과 함께 책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모차르트는 한때 “프라하 사람들만이 나를 알아준다”고 말한 적 있다. 그의 ‘마술피리’는 빈보다 프라하에서 더 열광적인 박수를 받았다.

그렇다면 프라하는 어떤 도시인가. 역사주의 건축양식의 백화점으로 불리는 구시가광장에 가면 고딕양식에서부터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양식의 건물들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다.

카페와 호텔이 어깨를 맞대고 있는 이곳 노천카페의 장관은 프라하의 명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며, 틴 성당의 조명이 불을 밝히는 밤이면 보헤미안식 디너와 맥주를 곁들여 황홀한 프라하의 밤을 만끽할 수 있다.

도도히 흐르는 프라하의 심장 블타바강, 현존하는 세계적인 극작가와 소설가가 단골로 드나들던 식당과 카페가 지척에 있고 누구나 그곳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 중심가를 벗어나면 끝없이 펼쳐지는 유채꽃의 향연, 우리는 이런 프라하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프랑스의 조각가 로댕도 프라하를 ‘북쪽의 로마’라고 예찬했다.
밥벌이를 위해 보험공단에 다니며 좁고 옹색한 다락방에서 오직 글쓰기에 전념했던 카프카의 황금골목길 집필실, 프라하 올 로케이션으로 진행된 포먼 감독의 〈아마데우스〉 촬영지, 체코 국민의 성금으로 완성된 국립극장의 황금빛 용마루와 장엄한 자태, 끝없는 창작의 영감을 불어넣으며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킨 드보르자크의 비쇼카 숲과 별장, 혼란 속에서도 쿤데라의 첫 장편소설 《농담》이 출간되었던 작가동맹의 나로드니 거리, 소련제 탱크에 짓밟히고 벨벳혁명의 환희를 지켜본 역사적 장소 바츨라프 광장, 그리고 지식인들의 토론장소였던 슬라비아 카페….

혼돈의 시기에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고 인류에게 위대한 업적을 남긴 천재들의 삶과 예술세계를 들여다보는 이 책은 여섯 인물들의 충실한 평전과 역사서와 여행기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다.

저자가 직접 순례하며 찍은 프라하의 명물들, 천재들이 태어나고 살았던 집과 작업실, 고단한 영혼이 쉬고 있는 묘지들, 그리고 아름답고 동화 같은 프라하 풍광들은 프라하를 오직 프라하로 느끼게 해준다. 천재들의 드러 나지 않았던 사생활이나 연애담은 또 다른 재미를 준다.

구체적인 내용 속으로 들어가보면 이렇다.
《변신》, 《성》의 세계적인 작가 카프카가 체코에서 자유롭게 읽혀지기 시작한 것은 1989년 벨벳혁명 이후였다. 공산정권에 의해 불온한 작가, 퇴폐적 허무주의자로 낙인찍혀 그의 작품은 금서로 묶여 있었다.

“이제 프라하는 카프카의 도시가 되었다. 빈에서 모차르트를 피할 수 없는 것처럼 프라하에 가면 카프카와 마주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다. 프라하는 카프카이고, 카프카는 프라하다.”

카프카는 태생부터 유대계 체코인이라는 불행한 운명을 타고났다. 프라하의 중심인 구시가광장에 있는 그의 생가를 비롯해 그가 다녔던 학교, 죽을 때까지 다녔던 직장, 황금골목길의 집필실, 묘지 등을 찾아가본다. 독신으로 생을 마감했지만 그가 사랑했던 여인들 이야기를 통해 ‘남자’ 카프카의 모습도 들여다볼 수 있다.

경박한 말투에 끊임없이 괴상한 웃음소리를 내던 〈아마데우스〉의 모차르트를 우리는 기억한다. 〈아마데우스〉의 무대는 오스트리아 빈. 그러나 체코 출신의 영화감독 밀로스 포먼은 이 영화를 프라하 올 로케이션으로 찍었다.

프라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고, 포먼 덕분에 프라하는 아름다운 도시라는 명성을 얻었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진한 여진 또한 아직도 우리에게 충격으로 남아 있다.

불행한 체코의 역사를 온몸으로 겪어야 했던 포먼은 체코 뉴웨이브를 이끌며 왕성하게 활동했지만 1968년 ‘프라하의 봄’이 소련군 탱크에 의해 좌절되면서 미국으로 망명했다.

포먼이 다니던 영화대학, 영화 〈오디션〉과 〈아마데우스〉를 탄생시킨 공간들, 바란도프 스튜디오 등 프라하에 남겨진 포먼의 흔적들을 둘러보며 그의 삶과 작품세계도 이 책에서는 보여준다.

매년 5월이면 아름다운 음악의 선율이 보헤미아 평원을 뒤덮는다. 스메타나를 추모하는 음악축제 ‘프라하의 봄’은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으로 그 서막을 연다.

‘나의 조국’의 제2곡 ‘블타바’는 이제 체코인의 영혼에 흐르는 불멸의 선율이 되었다. 프라하 도처에서 만날 수 있는 스메타나의 흔적들을 비롯해, 생가가 있는 리토미슬, 스메타나가 구시가광장에 세운 음악학교, 국립극장 등 스메타나가 프라하에서 겪은 영광과 좌절의 발자취를 좇는다.

고향 브루노의 음악학교, 골스킨스키 궁전, 스탈린 동상이 있던 레트나 공원, 교수로 일하던 영화대학 등 프랑스로 망명하기 전까지 프라하에 남아 있는 쿤데라의 흔적을 좇는다. 쿤데라가 살던 아파트 주민의 증언을 통해 ‘생활인’ 쿤데라의 단편도 이 책은 선사하고 있다.

김진욱 기자 actio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