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최근 “여성들의 밤길이 위험해졌다”는 뉴스가 연이어 보도됨에 따라 보안서비스 시장에 변화가 생겼다. 호신용품과 보안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치솟고 있으며, 새롭게 짓는 주택들도 보안을 강화하는 추세다.

#1서울 신정동에서 혼자 사는 김종희(가명, 34)씨는 최근 호신용스프레이를 구입했다. 신정동 일대에서 성폭행 같은 강력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한데다 최근 뉴스에 나온 살인사건을 접하고서다.

김 씨는 이마저도 불안해 가스총과 전기충격기 중 하나를 더 구입할 예정이다. 혼자서 집으로 가는 골목길이 너무 어두워 최근에는 더욱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 씨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옆집 아저씨를 만나면 반가운 마음에 집까지 동행했지만 요즘에는 이웃에 사는 남성들 조차 무섭다”고 말했다.

집에 도착해서도 마음을 푹 놓지 못 한다. 집 현관 앞에서 주위를 살펴보고 스프레이를 손에 쥔 채 문을 연다. 집안에 들어가서도 화장실과 방을 모두 살펴본 뒤 가방에 스프레이를 넣는다. 최근에 생긴 버릇이다. 김 씨는 “뉴스를 보면 집안에 미리 침입했다가 주인을 기다려 범죄를 일으킨 사건들이 있어 나 역시 몰래 침입한 사람이 있는지 확인한 후 방마다 불을 다 켜둔다”고 말했다. 이사도 생각 중이다. 형편이 그리 좋지 않아 대출받기는 내키지 않지만 요즘은 재고 중이다. 큰 대로변이나 방범 시스템이 좋은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옮기려고 한다.

#2중랑구에 살고 있는 차경미(가명, 28)씨는 최근 남편이 특공무술 학원을 등록해줬다. 차 씨가 매번 불안해하기도 했지만, 최근 중랑구에 큰 사건이 자주 터졌기 때문이다. 사실 차 씨는 이번 사건이 있기도 전에 이미 가스총을 구입했었다. 강력사건이 많아지면서 불안감이 높아진 남편이 사 준 것이다.

차 씨의 남편은 영업직으로 귀가시간이 늦을 때가 많다. “저녁에 집으로 가는 길이 가로등이 거의 없고 골목이 너무 어두워 남편이 퇴근할 때까지 카페에서 기다려 함께 들어간 적이 많다”고 한다. 차 씨는 특공무술 학원에서 가장 먼저 호신술을 배웠다. 차 씨뿐만 아니라 많은 여성들이 호신술부터 가르쳐달라고 요구해 가장 먼저 기본적인 호신술을 가르치고 있다. 차 씨가 배운 호신술은 총 20여 가지다. 상대방의 급소를 공격하거나 흉기를 효과적으로 피하는 방법 등을 주로 배운다.

차 씨는 “호신술을 배우고부터 자신감이 생겼지만 두려움이 없어진 건 아니다. 최근에 남편과 상의해 방범시스템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차 씨 집에 설치한 방범시스템은 홈네트워크 시스템과 폐쇄회로TV(CCTV), 그리고 창문 마그네틱 감지기다. 모두 강제로 창문을 열거나 깨면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홈 네트워크 시스템은, 위험이 감지되면 차 씨와 남편의 스마트폰으로 연락이 온다. 또 스마트폰으로 CCTV 화면을 볼 수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여성들 향한 강력범죄 ‘호신, 보안’
그동안 호신·보안시장은 관련 기업체나 특수직종에만 국한됐다. 하지만 여성을 겨냥한 강력범죄가 늘면서 호신·보안시장 영역이 크게 넓어지고 있다. 특히 호신용품은 여성들의 기본 자기방어시스템이기 때문에 관심이 매우 뜨겁다.

현재 옥션에서 판매되는 호신상품은 8000여개다. 지난해보다 20% 이상 증가한 양이다. 지난 보름 동안 옥션의 상품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늘었다. 또 도어경보기나 무선센서 등 방범용품 판매량도 35%로 늘었다.

호신용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트루디펜스 노정민 사장은 “올해는 강력범죄가 많았던 탓에 문의가 많았다. 여름은 휴가철이기 때문에 비수기인데도 지난해와 비교하며 판매량이 200% 늘었다”고 말했다. 특히 강력사건이 많아지면서 남성 구매층도 늘고 있다. 40~50대 보수적인 남성들이 딸이나 부인을 위해 구입하려고 문의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는 것이 노 사장의 설명이다.

노 사장은 “10년 전만 해도 원한살만한 짓만 하지 않으면 피해를 입지 않는다는 생각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묻지마 범죄’ 때문인지 다양한 연령층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스원 세콤홈즈는 기기의 열감지기 비상버튼이 있어 위급 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현재 호신용품 가운데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제품은 ‘호신스프레이’다. 2만~6만원 안팎에 구입할 수 있고 별도로 허가받을 필요도 없다. 또한 허가가 필요한 가스총과 전자충격기의 판매량도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중이다. 최근 여성 뿐 아니라 남성도 강력범죄의 대상이 되면서 남성의 구매관심도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CCTV와 센서 등 홈 방범시장도 마찬가지다. 서울 용산에 있는 CCTV 제작업체에 따르면 최근 CCTV 판매량이 20~30%가량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수원의 오원춘 사건 등 강력사건이 이슈화되면서 홈CCTV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며 “특히 가정에서 직접 설치하는 홈CCTV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밝혔다.

홈CCTV는 비교적 저렴한 10만원대인데다 쉽게 연결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 보안회사를 통하면 월 2~3만원에 구입할 수 있으며 다양한 연계 상품도 함께 구입할 수 있다.

여성들을 위한 주택 잇달아 선보여
보안 방범시장은 이제 주택으로까지 확산 중이다. 최근 입주 주택 가운데 비교적 방범이 취약한 오피스텔, 원룸 등이 그 대상이다. 이곳은 1인 가구가 많다는 점에서 아파트보다 보안이 취약한 면이 많았다. 특히 여성1인 가구가 늘면서 무인택배서비스나 무인경비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도시형 생활주택인 이대마에스트로는 외부인의 출입이 쉽지 않다. 이곳에는 ‘카드키’ 없이는 현관조차도 들어갈 수 없다. CCTV 역시 사각지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촘촘하게 설치됐다.

KT텔레캅은 스마트 홈패드와 결합해 만든 상품을 선보였다.

또 방마다 ‘비상벨’이 설치돼 있어 위급·응급 상황에 비상벨을 누르면 보안요원이 출동한다. 홈오토메이션 시스템도 있어 외출할 때도 안심할 수 있다. 특히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시스템은 현관 입구에 설치된 무인 택배시스템이다. 택배원과 직접 마주치지 않아도 물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인터넷 쇼핑을 많이 한다는 점에 착안한 시스템이다. 또 이곳에 근무하는 남자 보안요원을 고용해 각 세대를 찾을 때는 관리 직원과 동행해야만 출입할 수 있다.

보안시스템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최근 분양 중인 오피스텔 역시 앞다퉈 설치하고 있다. 대우건설의 ‘부천역 푸르지오 시티’는 지하주차장에 외부인의 출입을 막는 무인 경비시스템은 물론 방마다 번호와 카드로 문을 여는 첨단 디지털도어록 등을 설치했다. 또 공동현관과 세대현관마다 열림 기능이 있다.

한화건설 상암DMC의 ‘상암 한화 오벨리스크’도 무인경비 시스템과 첨단 디지털도어록, 차량번호인식 주차관제시스템, 무인택배시스템 등이 설치됐다. 부재 시에 방문자 영상이 저장되고 무선인식(RFID)카드가 있어야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다. 세탁물 서비스룸, 24시간 생필품 구매가 가능한 자동판매기룸도 만들어진다.

SK건설이 지난 6월 분양한 ‘판교역 SK HUB’ 오피스텔 역시 뛰어난 보안환경을 자랑한다. 공동현관에는 무인경비시스템이 있고 스마트카드나 비밀번호로 모든 출입자를 통제한다. 또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통해 모든 방문자를 녹화하거나 조회할 수 있다. 또 욕실에는 핸즈프리 기능으로 전화수신이 가능하고 위급상황에 쓸 수 있도록 ‘비상콜’버튼도 설치했다.

광진구 자양동의 ‘광진 아크로텔’은 무선(RF)시스템을 통해 각 동 출입구를 감시·통제하는 2중 보안 시큐리티 시스템을 장착했다. 차량번호를 자동 인식해 외부 차량의 출입을 통제·관리하는 차량번호 자동인식 시스템도 설치된다. 집안에서도 엘리베이터를 부를 수 있는 엘리베이터 콜 서비스 및 원격검침서비스, 무인택배서비스, 터치식 디지털도어록 등이 설치된다.

ADT캡스는 하반기에 가정용 무선보안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경비보안업체, 기업에서 주택안방까지
강력사건이 빈번해짐에 따라 경비보안업체들의 경비대상도 확대됐다. 기존 기업시장에서 공동주택과 다세재 주택 등의 개인과 가정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공동주택은 그동안 각종 범죄의 대상이었다. 대검찰청이 2007~2009년 동안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공동주택의 도난사고 발생비율은 전체 20% 수준이다. 공동주택은 경비원이나 보안전문설비가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강력사건의 중심에도 서민들이 거주하는 주택가가 중심이었다. 노인이나 여성을 노리는 범죄의 유형도 공동주택이 대부분이었다.

ADT캡스 강북본부 신규영업팀 박종성 소장은 “최근 지인을 통해 혼자 사는 여성의 보안시스템 관련문의가 많이 들어 온다”며 “최근 강력 사건 탓에 더욱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에스원, KT텔레캅, ADT캡스 등 대표적인 보안회사가 내놓은 보안서비스 상품에 관심이 높아진 상태다. 홈서비스 상품은 가정 보안용으로 여성이 대상은 아니지만, 현재 여성들에게 각광받는 상품이다.

에스원이 출시한 ‘세콤홈즈’는 기존의 방범서비스에 가스밸브 잠금, 전등제어, 영상 확인 서비스 등과 스마트폰으로 원격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을 더했다. 이 상품은 다세대주택이나 공동주택 등 개별세대를 대상으로 한 상품이다. 독신여성은 물론 맞벌이 가정, 독거노인이 늘면서 내놓은 상품이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상품 ‘지니콜’의 관심도 높다. 위치추적 시스템이 적용된 이 보안단말기는 HPS(Hybrid Positioning System)을 채택해 GPS와 이동통신 기지국 정보는 물론 실내에 있어도 위치추적이 가능한 와이파이까지 수신해 정확한 위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사용자가 긴급버튼을 누르면 보호자와 에스원 관제센터에 함께 연락이 간다. 전화기능이 있어 위험상황임을 감지하면 긴급출동 서비스도 진행된다.


KT텔레캅은 ‘스마트가드’와 ‘홈 시큐리티’, ‘아이나비 세이프’, ‘올레스마트 지킴이’등 다양한 상품을 내놓았다. 스마트가드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이상 신호 발생 시 즉각적인 출동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IP카메라를 통한 감시로 스마트폰·PC 등을 이용해 실시간 영상 확인이 가능하며 디지털 출입문 잠금장치도 원격조정이 가능하다.

개인 보안서비스인 ‘아이나비세이프’는 단말기 사용자의 실시간 위치조회와 긴급상황 시 출동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비상버튼을 누르거나 충격이 감지되면 카메라가 자동으로 10초간 동영상을 찍어 전달한다. 이후 KT텔레캅 관제센터에 위치를 알려줘 보안요원들이 출동한다. ADT캡스가 올 하반기에 선보일 가정용 무선보안서비스 ‘ADT펄스’(가칭)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이 서비스는 기본 보안서비스 외에 조명제어, 가스조절, 에너지 관리 등 가정에서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모바일을 통해 제어 가능하도록 했다.

ADT캡스가 고객에게 진행하고 있는 ‘호신술 강의 서비스’도 뜨거운 관심을 받는 중이다. 빌게이츠, 히딩크 등 유명 인사들을 경호한 ADT캡스 경호팀이 학교, 관공서, 기업의 사내 교육 등에 직접 방문해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호신술을 알려주는 서비스다. 강의는 상황에 따른 안전수칙, 성범죄 예방법도 함께 진행된다. 또한 여성, 직장인, 아동 등 다양한 대상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강의도 함께 제공된다.

ADT캡스 경호팀 관계자는 “호신술을 배워 위험성이 인식된 상황에서 범인을 제압한다는 생각보다는 최소한의 피해만으로 위험 상황에서 재빨리 벗어나는 것이 교육의 주목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보안서비스에 대한 높아진 이유는 또 있다. 기존의 방범시스템 규모나 가격에 비해 저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3~4년전만 해도 월 10~20만원의 비용을 지불했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영상상품은 3만~4만원 정도면 이용이 가능하다.

에스원이 제안하는 우리집 보안 수칙

“비밀번호 자주 바꿔야”
1. 잠시 집 밖을 나갈 때는 빈집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거실이나 안방 불을
켜두는 것이 좋다.
2. 설이나 추석 연휴 등 우편물이 쌓여 있으며 절도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웃에게 우편물을 부탁하거나 오랫동안 집을 비울 때는 업체에
배달 중지 요청을 하는 것이 좋다.
3. 집 주변에 열쇠를 숨기는 것은 위험하다. 우유투입구나 배전반, 화분 등은
절도범이 가장 먼저 뒤져보는 곳이다.
4. 디지털 도어락은 자주 비밀번호를 바꾸는 것이 좋다. 한 가지 번호를 오랫
동안 사용하면 지문을 통해 쉽게 비밀번호를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5. 출입문 잠금장치는 2중으로 해라. 디지털 도어락이 보편화되면서 현관문을
잠그지 않는 사례가 많아졌다. 우유투입도 반드시 잠금장치를 해두고
방문객을 확인하는 투시경도 종이를 덧대 막아두는 것이 좋다.
6. 오랫동안 집을 비울 때는 경찰이나 경비업체에 빈집임을 알려야 한다.
경비업체나 경찰에 빈집으로 신고하면 자주 순찰을 한다.
7. 가스나 에어컨 배관 주변에 발판이 될 만한 것들은 반드시 없애도록 한다.

ADT캡스의 여성생활안전 수칙

“몸에 지니고 있는 것으로 최대한 방어 가능”
1. 묵직한 핸드백이나 책으로 상대 얼굴을 가격할 경우 치한이 주춤한다.
2. 핸드백 공격 이후에 상대의 급소를 때리고 주위에 큰소리로 위기를
알린다.
3. 인적이 드물거나 주위가 불안하다고 느끼면 계속해서 휴대전화로 통화를 해 위치를 알린다.
4. 밤늦게 택시를 이용할 경우 서울시가 지정한 ‘하이콜’ 등 브랜드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이 택시는 승객이 휴대전화를 호출하면 배정된 택시
번호와 차종까지 알려준다.
5. 엘리베이터에서 수상한 사람과 동승할 경우 비상버튼과 가까운 위치에
서 있거나 낯선 사람 뒤에 있는 것이 좋다.
6. 수상한 사람 뒤에서는 층수 버튼을 먼저 누르지 않는다. 괴한에게 범행
여지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나중에 누르는 것이 좋다.
7. 지하주차장을 이용할 때는 출입구와 엘리베이터에 가까운 위치에 주차
하는 것이 좋다. 여의치 않으면 CCTV가 가장 잘 보이는 위치를 주차하
는 방법도 좋다.

최재영 기자 som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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