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력

1986년 2월 서울대 의대 의학학사(M.D.)

1988년 2월 서울대 대학원 의학석사(M.S., Physiology 전공)

1991년 2월 서울대 대학원 의학박사(Ph.D., Physiology 전공)

1997년 5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공대 공학석사(M.S.E., Management of Technology 전공)

2008년 5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 경영학석사 (M.B.A., Entrepreneurial Management 전공)

● 경력

1986년 3월~1989년 9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조교

1989년 9월~1991년 2월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전임강사 및 의예과 학과장

1990년 1월~1990년 2월 일본 규슈대학 의학부 방문연구원

1991년 2월~1994년 4월 해군 군의관 (대위)

1995년 2월~2005년 3월 안철수연구소 대표이사

2005년 2월~현재 포스코 사외이사

2005년 3월~현재 안철수연구소 CLO 및 이사회 의장

2008년 5월~현재 KAIST Business Economics 프로그램 정문술 석좌교수

2008년 5월~현재 대통령자문 미래기획위원회 위원


전 세계 컴퓨터 OS(운영체계)의 75%를 점유하는 윈도 시스템을 만든 빌 게이츠. 정보통신업계에서는 성공한 벤처기업가에게 으레 ‘한국판 빌 게이츠’와 같은 수식어가 따라 붙게 마련이다.

빌 게이츠는 초기 프로그래머로서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했으나 회사 규모가 커지자 CEO로의 변신에 성공한 케이스로 꼽힌다.

기술적 기반을 갖고 창업을 한 엔지니어나 프로그래머가 경영까지 맡아 기업을 성공시킨 사례는 매우 드물다.

엔지니어로서의 재능과 사업가로서의 능력, 이 두 가지를 겸비하는 것이 그만큼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빌 게이츠 MS 전 회장은 지난해 6월 불과 54세의 나이에 은퇴를 선언하면서 자선사업가로 또다시 변신했다. 성공적 인생 다(多)모작의 매우 희귀한 사례라 할 만하다.

企業報國이 되려면
실패한 기업인 죄인시하는
그릇된 사회구조 바꿀 때

대한민국에서는 ‘안철수’가 ‘한국의 빌 게이츠’에 근접했다고 보면 너무 앞서간 것일까. 전도유망한 한 젊은 의사가 한창 촉망받던 의과대학 교수직을 박차고 나와, 국내 최초로 ‘V3 컴바이러스’ 백신을 만든 프로그래머이자 ‘안랩’을 설립한 벤처사업가로 성공했다면 일단 빌 게이츠와 어깨를 견줄 만하다. 이제 또다시 KAIST 석좌교수로 변신해 인생 4모작의 신화를 쌓아가고 있는 한국의 빌 게이츠 ‘안철수’(이하 안철수)를 만났다.

Q. ‘한국의 빌 게이츠’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지만 정작 ‘빌 게이츠는 우리나라 벤처기업가의 올바른 모델이 아니다’라고 지적한 적이 있지요.
안철수 - “엔지니어로서의 재능이 있는 사람은 사업가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것이 보통이며, 사업가로서의 재능이 있는 사람은 엔지니어로서 적성이 부족하기 마련입니다.

빌 게이츠는 양쪽 재능을 갖추고 있는 보기 드문 사람이며, 굳이 비중을 따지자면 사업방면에 더 탁월한 재능을 보유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빌 게이츠가 이러한 드문 재능의 소유자라는 사실은 도외시한 채 ‘프로그래머 출신 창업자가 경영을 해서 성공했다’는 사실을 일반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오히려 엔지니어 출신인 스티브 워즈니악이 컴퓨터를 설계하고 스티브 잡스가 경영을 담당하면서, 허름한 차고에서 시작한 ‘애플’을 매킨토시, 아이팟 등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는 기업으로 키워놨습니다. 벤처기업의 모델로는 이것이 더 적합할 겁니다.”

안철수 이사회 의장을 만나러 간 여의도 소재 안랩 사무실에는 직원들이 분주히 일하고 있었다.

사무실 맨 끝, 창가에서 투영되는 봄볕의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무언가를 열심히 메모하던 그는 이내 은은한 미소로 손님을 맞이했다.

이곳은 원래 안 의장이 CEO였을 당시 사용하던 방으로, 최근 벽을 허물고, 책상과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원탁 테이블을 들여놓았다고 한다.

이제는 CEO도 더 이상 아니고, 단지 이사회 의장으로서 2주일에 한 번꼴로 업무를 볼 때만 방문하는 회사에 굳이 개인 사무실을 따로 둘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 그 같은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Q. 지난해 가을부터 대전 카이스트 학생들에게 ‘기업가적 사고방식’ 대해 강의한다고 들었습니다.
안철수 - “도대체 기업가란 뭐고, 그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가 주제입니다. 이를 통해 학기말 리포트로 자기 인생의 비즈니스 플랜을 쓰라고 했는데, 놀랍게도 절반 이상이 자신의 당초 진로를 바꿨더군요.”

Q. 미국의 계량 경제학자인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 과정에서 리더로서의 공헌자를 진정한 '혁신적 기업가'로 정의했습니다. 최근 한 특강에서 당신은 위기의 시대 한국 경제의 해법으로 ‘기업가 정신’을 강조했는데, 기술혁신을 이룩하려는 기업가의 정신을 가리킨 슘페터와 맥을 같이하는 것 같습니다.
안철수 - “보통 ‘기업가(企業家) 정신’이라고 많이들 얘기하지만 제가 말하는 기업가 정신에서 기업가는 다른 뜻입니다.

일반적으로 회사를 경영하는 기업가에서의 기업은 바랄 ‘기(企)’ 자를 씁니다. 그래서 ‘기업(企業)을 운영하는’ 정신 정도로 이해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제가 말하는 기업가는 기업을 일으킬 ‘기(起)’ 자로 씁니다. 즉 한자 그대로 새로운 업을 창출하고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기업가(起業家)입니다.

현상 유지에 힘쓰는 기업가가 아니라 실패할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사회에 새로운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가를 가리킵니다.”

Q. 정작 우리 사회의 여건상 실패를 무릅쓰는 ‘창업자 활동’을 살리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안철수 -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우리나라 사회제도가 모험정신, 도전하려는 젊은 정신을 가진 사람들을 오히려 안전 지향적으로 바꿔버리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유수의 IT기업들이 몰려 있는 실리콘밸리의 화려한 겉모습만 보고 성공의 요람이라고 칭송합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본질은 실패의 요람이에요.

100개 기업이 간판을 내걸고 시작하면 99개 간판은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하지만 비록 실패했더라도 도덕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면 다시 기회를 줍니다.

한번 실패의 쓴잔을 마신 기업가는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게 되고 10배, 100배의 가치를 만들게 됩니다.

우리 젊은이들이 도전을 모르는 안전지향적 인간으로 크는 이유는 단 한 가지. 한 번 실패는 곧 재기불능으로 이어진다는 풍토 때문입니다.

실패한 사람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를 ‘실패의 요람’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위기대처에 대한 원칙
위기일수록 본질 충실해야
그 이상 빠른 해결책은 없어

Q. 최근 일자리 창출이 최대 화두인데,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29조원대의 추경예산까지 긴급 편성을 했지만 주로 건설 근로와 같은 일회성 일자리가 많다는 지적입니다.
안철수 - “대기업의 고용창출에는 이미 한계에 봉착했습니다. 공공기관도 구조조정을 통한 효율화가 우선이기 때문에 바라기 힘들죠.

그래서 새로운 인력이 나올 수 있는 분야는 중소·벤처기업밖에 없다는 겁니다.
정부의 정책이 중소·벤처기업들이 활성화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특히 기업가 정신을 갖고 창업이 용이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죠. 장롱 속 돈이 800조원이라고 합니다. 창업에 투자될 수 있게 정책적 배려와 열의가 필요할 때입니다.”

Q. 대통령 자문기구인 미래 기획위원회 소속인 걸로 알고 있는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어떤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습니까.
안철수 - “대통령께 ‘대한민국의 포트폴리오’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현 대기업 위주에서 중소·벤처기업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고 건의했죠.

대기업에만 의존하는 경제는 외부 충격에 강하지 못합니다. 대기업은 지금 잘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중소·벤처기업의 육성에 눈을 돌릴 때입니다.

건실한 중소·벤처기업은 대기업의 경쟁력도 가져다줍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 90%가 중소·벤처기업에서 나옵니다.

벤처기업으로 시작해 글로벌 인터넷기업으로 성장한 ‘구글’ 같은 기업도 여전히 다른 중소·벤처기업들과 상생관계를 유지하며 그들의 좋은 아이디어를 흡수해 지속적인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Q. 한국과 달리 해외에선 앨빈 토플러, 존 나이스 비트 등 유수의 미래학자들이 많습니다. 내가 보기엔 적어도 IT분야에선 당신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미래학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신이 전망하는 IT 미래는 어떻습니까.
안철수 - “과거 IT는 산업 그 자체로 존재했습니다. 현재 IT 융합이 이뤄지면서 산업 자체보다는 모든 산업의 기반이 되는 경향입니다.

얼마 전 대우조선 관계자가 유조선 한 척에 IT원가가 얼마나 되는지 아느냐고 묻더군요. 운항장치, 통신 시스템 등을 고려해 봤자, 한 10% 정도 되지 않겠느냐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예상 외로 무려 30%나 되더군요. 배에서 IT원가 3분의 1을 차지한다니 믿어지시겠습니까.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제품인 LCD패널에서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원가는 무려 40%나 된다고 합니다.

삼성전자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경쟁사들간에 하드웨어인 패널의 차이는 거의 없고 대신 화질을 구현하는 소프트웨어의 기술력에 좌지우지한다는 겁니다.

앞으론 IT산업에 대한 경쟁력이 없으면 조선, LCD, 자동차 등 제조업 기반 산업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때가 올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그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 위기감을 느낀다고 했다. 과거에는 한 산업이 힘들더라도 다른 산업이 받쳐줬지만 지금 IT산업이 잘못되면 타 산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란다. 특히 최근 들어 이공계에 우수 인력이 지원하지 않는 풍토에 대해 걱정을 적지 않게 했다.

안철수式 인재양성
학생들 기말 리포트는
자기인생의 사업계획서

Q. 안 교수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승승장구의 삶, 실패의 두려움을 모르고 살아온 것 같아요.
안철수 - “결과만 놓고 보면 그렇지만, 안랩을 시작할 때 잘될 것이라는 보장 없이, 단지 컴퓨터 백신사업이 중요하고 누구라도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에 뛰어들었습니다. 창업 4년 동안 월급도 못 받으면서 확신도 없었습니다.

월 초가 되면 봉급날인 25일 월급을 직원들에게 줄 자신이 없었습니다. 당시 소원이 평생 석 달치 정도의 월급을 줄 수 있는 운영자금을 갖고 있어 월급 걱정을 안 하는 거였다면 믿어지겠습니까.”
 
직원들에게 줄 월급을 걱정했던 벤처기업가는 위기를 느낄 때마다 기업, 경영에 대한 핵심가치와 비전에 대해 생각했다.

짐 콜린스와 함께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을 쓴 제리 포라스는 영속하는 기업들은 나름대로 핵심가치와 비전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도 이를 ‘영혼이 있는 기업 만들기’로 정의했다.

Q. 한 10년 됐나요. 《영혼이 있는 승부》는 정말 감명 있게 읽었습니다. 특히 ‘영속하는 성공하는 기업은 결과이며 그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은 ‘수익이 보장되면 지옥이라도 찾아가는 것이 기업의 속성’이라는 기존 통념과 정반대가 아닌가요.
안철수 - “기업이 수익을 내는 것은 기업활동의 결과이지 그것 자체가 목표가 돼선 전후가 뒤바뀌는 상황이 되어버리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본질을 지키는 것은 매사가 순조롭고 편안할 때는 누구나 지킬 수 있습니다. 기업이 위기에 처하더라도 본질을 지키는 원칙을 가진다면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

Q. 기업의 입장에선 수익과 기업 본질과 양립하기 쉽지 않습니다. 특히 요즘 같은 불황의 정도가 심각할 경우 본질과 원칙을 따지다가 망할 수도 있지 않은가요.
안철수 - “중요한 문제에 대해 빠른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요. 어차피 존재하지 않는 빠른 해결책을 추구하기보다는 본질에 충실한 게 낫다는 생각입니다.

삼성전자가 하는 일은 양질의 반도체, 휴대폰 등을 만드는 겁니다. 품질이 좋고 가격이 저렴하면 고객이 알아서 사갈 겁니다.

결과적으로 수익이 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죠. 이는 나만의 생각이 아니라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도 수익은 기업활동의 결과라고 강조합니다. 국내에선 오히려 목적으로 변형된 것 같아요.

‘구글’도 수익을 내는 광고주보다는 자사 서비스를 사용하는 유저에게 포커스를 맞춥니다. 직접적인 수익창출은 안 되지만 유저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면 광고가 저절로 늘게 되는 겁니다.”

Q. CEO가 정말 경계해야 할 것은 자기를 둘러싼 만족의 소리가 아니라 드러나지 않는 ‘불만족의 침묵’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는 것과 같은 예민함이 요구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한 부분에 대해 공감이 갑니다.
안철수 - “조직 관리 측면에서 볼 때 고객 만족을 위해선 직원들도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이 많은 기업들이 갖고 있는 모토입니다.

그래서 조직 경영을 할 때도 만족스러운 목소리를 크게 내는 소수의 의견보다는 오히려 침묵하는 대다수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합니다.”

Q. 책을 가리지 않고 읽는 독서광이라 들었습니다. 남들은 하나도 힘들다는 학위를 4개나 보유할 수 원동력은 책 읽는 습관에서 나왔나요.
안철수 - “책을 읽을 때 본문은 물론 뒷면의 정가까지 읽어야 직성이 풀리는 약간의 활자 중독 증세가 있습니다. 유일하게 자신 있는 부분이 ‘몰입’으로 대표되는 집중력입니다. 책을 볼 때도 그랬고, 대학에 들어가 공부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 권의 책을 다 읽은 다음에는 그 책을 다시 읽기보다는 같은 주제의 다른 책을 사서 봤습니다.

그러다 보면 앞서 읽은 책에서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을 다른 시각에서 설명하거나 더 기초적인 지식으로 풀어놓은 해석들이 나오면서, 몰랐던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풀어지기 시작한 거죠.”

한국의 희망 바이러스는
‘스톡데일 패러독스’가
월남전 때 포로도 살렸다

Q. CEO 시절, 늘 어깨에 메모지가 가득 들은 검은 가방 하나를 들고 다녔다고 들었습니다. 요즘도 수시로 떠오른 아이디어를 적는 메모지를 넣고 다니십니까. 최근 쓴 메모 내용이 무엇입니까.
안철수 - “제때 정리를 못해 가방 안에 쌓여서 20kg은 족히 나가다 보니까 지금은 양어깨에 메는 가방을 이용합니다. 이게 없었다면 책을 쓰지 못했을 겁니다. 아이디어가 모이니 책이 되더군요.

역시 새로 쓸 책에 대한 내용입니다. 경영상식 가운데 오류가 적지 않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식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지난 2년간 미국 와튼 스쿨 MBA 과정을 받으면서 잘못된 경영상식 50개를 뽑아놨습니다.”

Q. 휴대전화가 없다고 들었습니다. 사람들을 너무 기피하는 게 아닌가요. 그러다가 진짜 좋은 사업 정보나 아이디어를 놓칠 수도 있지 않나요.
안철수 - “사실 유선전화도 잘 안 받습니다. 어느 때부터 전화벨이 5분 간격으로 울리더군요. 거의 100%는 무엇을 해달라는 식의 요청이었습니다.

해야 할 일을 못하거나, 해서는 안 될 일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럼 본질에 집중하기 힘들 때가 많아요. 하나도 안 불편합니다.”

Q. 안랩은 컴퓨터 바이러스를 잡는 백신을 만들지만, 오히려 현 한국 사회에선 희망 바이러스, 행복 바이러스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 같습니다.
안철수 - “자신과 미래에 대한 믿음 바이러스가 필요하다고 봐요. 하지만 ‘대책 없는’, ‘막연한’ 낙관론이 아닌 현실을 직시한 믿음입니다.

‘스톡데일 패러독스’라는 것이 있습니다. 월남전 당시 미군 고위 장교 스톡데일은 하노이 포로수용소에 수감되었습니다.

헛된 희망만 보유한 낙관주의자들과는 달리 현실을 냉정하게 봄으로서 포로 생활의 고통과 고문을 이겨내고 많은 동료 병사들을 살아남게 해서 고향으로 돌려보낸 인물이죠.

그러니까 ‘스톡데일 패러독스’란 언제나 자신이 바라는 것에 대한 믿음은 잃지 않으면서도 눈앞에 닥친 냉혹한 악조건을 분명히 직시하고 극복하는 방안을 항시 대처해야 고난을 이길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인류 역사상 불경기만 지속된 적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곧 온다는 막연한 희망보다는 냉정하게 호황이 올 때를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한 겁니다.”

안랩을 방문하면 출입구 벽면엔 줄지어 걸려 있는 직원들의 단체 사진이 눈에 띈다. 매년 3월이면 어김없이 직원들이 함께 모여 찍은 사진들이다.

올해 3월에도 사진을 찍기 위해 500여명이 떼 지어 한강 고수부지로 몰려가다가 시위대로 오인한 경찰로부터 검문까지 받는 해프닝도 겪었다.

하지만 지난 1995년 서울 서초동 창업 시절부터 1999년 직전까지 직원들의 단체사진이 전혀 없다.

그 시절 안 교수는 회사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사진을 보고 있자니 현재의 ‘안철수’가 있기까지 ‘고통 없이는 수익을 얻을 수 없다(No pain, no gain)’는 그의 고백이 피부로 와 닿는 듯했다.

정리=아시아경제신문 이규성 기자 (bobos@asiae.co.kr)
사진=아시아경제신문 윤동주 기자 (doso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