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이 강남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회복세가 가파르다. 수도권 신규 분양시장도 모델하우스를 찾는 고객들이 연일 북새통을 이루며 부동산시장 회복에 청신호를 나타내고 있다.

부동산시장이 강남권을 중심으로 바닥을 치고 상승 채비를 하고 있다는 말이 이곳저곳에서 흘러나오면서 희망가를 부르고 있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완화 대책으로 암울하기만 하던 올 초와는 정반대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에 반해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바닥이라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시장의 기이 현상이라고 치부하기도 한다. 강남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과 지방 곳곳에 미분양 아파트가 넘쳐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의 현재 상황은 어떠한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부동산 투자자들은 현재 투자하는 것이 맞는지, 조금 더 기다려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실수요자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 집을 장만하자니 더 떨어질 것 같고 조금 더 기다리자니 집값이 오를 가능성 때문에 불안하기 짝이 없다.

강남3구, 수도권 곳곳서 회복 조짐

부동산시장이 회복되고 있는 것일까? 강남 3구의 집값은 2007년 하반기 최고점 대비 80∼90% 선까지 올랐고 인천 경제자유구역청 내 택지지구에서는 집을 구입하려는 고객들로 연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청라지구 내 한라건설과 한화건설, 호반건설 등 모델하우스에 매일 1만명 이상이 다녀갔을 정도라고 하니 분양 열기를 실감하고도 남음이다. 사람이 많이 몰리다보니 청약률도 최대 22대 1이라는 경이적인 현상까지 불러오며 불황이라는 단어를 무색케 하고 있다. 모델하우스 인근에는 떴다방이 등장해 투기과열 현상까지 나타낼 기미를 보이고 있다.

아파트 한 채에 프리미엄이 최고 4000만원까지 간다고 하니 부동산시장이 회복되고 있다는 말이 허언은 아닌 듯하다.

부동산시장 회복은 각종 지표에서도 나타난다. 국토해양부가 6일 발표한 1분기 주택거래 통계에서 3월 전국 주택거래량은 9만2288건으로 작년 7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 초 5만6342건에 비하면 4만4000여건이 증가한 수치다. 국민은행이 발표한 4월 주택가격 역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것을 수치상 나타내고 있다. 작년 10월 -0.1%를 기록한 전국 집값은 7개월 만에 0.1% 상승했다. 서울은 0.3% 올랐으며 강남은 0.4%, 강북은 0.2% 올랐다.

더블딥(W) 현상 부동산에도 오나

부동산시장은 더 이상 위험하다고 말할 수 없다. 더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다. 오히려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투기를 걱정해야 한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다면서 섣부른 판단을 경고하고 있다.

현재 상황만을 놓고 본다면 분명히 지금이 투자나 집 장만의 적기라고 할만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칼날 같은 경고를 무시할 수는 없는 일.

전문가들은 미분양이 국토해양부 공식 집계로 16만호가 넘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상승을 떠나 회복이라는 말 자체가 난센스라고 말한다.

특히, 실물경기 하락이 장기화되면서 가계빚이 515조원을 넘어섰고 대기업 구조조정까지 예고되어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회복을 논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즉, 실물경기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부동산시장은 다시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인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의 부동산시장에서 일고 있는 봄바람은 무엇인가. 착시 현상에 불과한 것인가. 아니면 샴페인을 터뜨릴 만큼 회복속도가 빠른 것인가. 전문가들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때도 경기가 지속적으로 하락한 것이 아니라 반등과 추가하락을 거듭하면서 밑바닥이 어디인지 모른 채 추락했던 것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하락장세에 반짝 반등 현상을 착각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우리나라 경제의 가장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부동산시장. 부동산시장의 회복이 곧 경기회복의 지표라고 할 정도로 국내 부동산시장의 회복 여부는 중요하다.
현재의 부동산시장의 회복 조짐이 과연 이어질 수 있는지 아니면 경제 용어로 경기가 일시적으로 회복했다가 다시 추락하는 ‘더블딥(W) 현상’이 부동산에도 나타나고 있는 것인지 정확한 진단이 필요한 때다.

홍성일 기자 hsi@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