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프리드먼은 군사, 정치, 경제 분야를 아우르는 전문가이다. 정보(Intelligence) 컨설팅 기관인 유라시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스트래트포(Stratfor)’를 창업한 그는 텍사스 오스틴에 살고 있다.

“미국은 2015년 이후
이민의 빗장을 대거 풀 가능성이 있습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국가들에 비해
문호개방에 더 관대한 미국은
다시 경제의 역동성을 회복하고
베이비 붐 세대 은퇴의 파장을 극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프로이센은 1870년대 프랑스와 치른 보불전쟁에서 승리한다. 수많은 공국의 통일을 가로막는 마지막 장벽을 마침내 넘어섰다. 철혈재상 비스마르크의 ‘비원’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1939년, 히틀러가 영구집권의 토대를 확보한 독일은 폴란드를 전격 침공하며 유럽을 전화 속으로 밀어넣는다. 2차 세계대전의 발발이다.

조지 프리드먼(George Friedman) 스트래트포(Stratfo) CEO는 미래가 결코 금단의 영역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미래 예측은 늘 어렵기 마련이지만, 모든 변화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핵심적인 사건이 있게 마련입니다.” 강대국 러시아와 프랑스의 틈바구니 놓인 불안정한 지정학적 입지는 독일의 운명을 규정했다.

베르사이유 조약의 불합리함을 호소하는, 선동능력이 탁월한 지도자가 등장한 독일이 갈 길은 명확했다. 전쟁이 터질 시기, 장소는 불분명했다. 하지만 독일이 주도하는 유럽전쟁을 내다본 이들은 당시에도 적지 않았다.

20세기 이후 유럽의 역사는 지정학적 숙명을 벗어나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독일의 고군분투기였다. 프리드먼 회장은 손끝을 바라보지 말고 달을 쳐다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래는 다가서려 애쓰는 이에게 문호를 개방한다. “프랑스의 사상가인 알렉시스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 그리고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Friedlich Nietzsche)는 미국과 러시아의 득세를 19세기 말에 이미 내다본 바 있어요.”

‘기술’과 ‘지리’는 미래를 예측하는 주요변수이다. 그는 전 세계를 휩쓴 금융위기의 발원지로 손가락질을 받는 미국의 쇠퇴론에도 일침을 가한다.

지난 2001년 9월11일 미국을 강타한 이슬람권의 테러도 미국과 스페인 전쟁 같은 일회성 사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통계는 미국의 세기의 도래를 보여준다. 지난 1980년대 역사상 처음으로 태평양을 경유하는 무역 규모가 대서양을 뛰어넘었다.

유럽국가가 중심이 된 대서양 시대가 퇴조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서곡이다. 미국은 태평양과 대서양을 동시에 지배한 최초의 국가이다.

앞으로는 어떨까? 세계 각국에서 적지 않은 인구가 여전히 이나라에 유입되고 있는 점이 강점이다.

히스패닉들은 아이들을 많이 출산하며 인구 증가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베이비 붐 세대 은퇴로 한동안 근로 인력의 감소가 불가피한 점이 미국이 직면한 부담거리이다.

반면 인구 밀도가 EU 국가들이나 일본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낮은 것은 강점이다. 더 많은 이민을 받아들일 잠재력이 풍부하다는 얘기다. 이 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의 26%(2007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원유생산량도 사우디의 85% 수준으로, 이란이나 쿠웨이트를 앞설 정도이다. 인공위성으로 전 세계 선박의 움직임을 손금 보듯이 파악하며, 분쟁지역에 신속하게 군대를 항공모함으로 실어나를 수 있는 국가는 역사상 미국이 유일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도전장을 던질 국가들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다.
“제가 너무 미국 중심의 사고를 한다는 비판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초강대국 미국과, 미국을 견제하려는 국가들이 팽팽히 대립하며 무수한 변화를 양산 할겁니다.” 구 소련의 영향력 회복을 노리는 러시아는 서진을 하고 있다.

미국이 지배하는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와 충돌 할 수 밖에 없는 구도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미국의 헤게모니를 뒤흔들 변수는 되지 못할 것으로 그는 내다보았다.

급속히 줄어드는 인구, 자국의 열악한 인프라 등이 ‘북극곰’ 러시아의 발목을 잡게 될 것으로 관측했다.

중국의 패권국 부상 가능성에도 그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 거대한 나라는 국경을 외부에 개방할 때마다 해안지대는 번영의 길을 걸었지만 내륙지방과 소득 격차가 커지면서 양 지역 간의 분열과 갈등이 확산되는 악순환에 빠져들었다고 그는 회고한다.

“중국이 외국에 국경을 개방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그 여파로 혼돈에 빠지게 되는 것도 결코 마지막이 되지는 않을 거예요.

마오저뚱 같은 인물이 다시 전면에 부상하는 사태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저는) 중국이 종이호랑이(Paper tiger)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프리드먼은 중국이나 러시아 등이 미국의 패권을 위협할 가능성은 매우 낮게 보았다. 다만 미 베이비 붐 세대의 퇴장과 더불어 미 경제가 역동성을 잃어버리고 고전을 면치 못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오는 2010년 이후 베이비 붐 세대들이 대거 70대에 접어드는 것이 부담거리다.
베이비 붐 세대들이 주식시장에서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을 옮기거나, 현금으로 바꿔 노후 생활자금으로 이용하면 자산시장에 엄청난 후폭풍이 불어올 소지가 크다.

그는 지난해 미국의 금융위기를 촉발한 집값 폭락은 변화의 서곡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미국의 금융위기는 경기 순환상의 한 단계에 불과하며, 미국 경제에 지각변동을 불러올 더 큰 도전과 응전의 시기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이 미래학자의 주장이다.

미, 2020년 인구감소 후폭풍
프리드먼은 근로 인구의 감소가 선진국에서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관측한다.

경제가 제대로 굴러가려면 근로자들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거나, 해외에서 부족한 이민을 받아들여야 한다. 선진국들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내걸고 해외 근로자 영입전에 나서게 될 것으로 관측하는 배경이다.

프리드먼은 하지만 근로자 수출국들도 자국의 근로자 유출을 적극 방어하며 구미 선진국들과 인력쟁탈전을 펼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은 2015년 이후 이민의 빗장을 대거 풀 가능성이 있습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국가들에 비해 문호개방에 더 관대한 미국은 다시 경제의 역동성을 회복하고 베이비 붐 세대 은퇴의 파장을 극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조지 프리드먼은 군사, 정치, 경제 분야를 아우르는 전문가이다.
군사 컨설팅기관인 유라시아컨설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스트래트포(Stratfor)’를 창업한 그는 텍사스 오스틴에 살고 있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