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본토의 자살률은 10만명당 22명 선으로 10만명당 31명인 한국에 비교해서도 상당히 높은 수치로 자살률이 높은 국가다.ⓒ연합


한국에서는 하루가 멀다고 성적을 비관한 고등학생이, 혹은 우울증에 시달려온 직장인이, 또는 사업에 실패한 가장이 가족들의 눈물을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전달된다. 생명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이 아닐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본인들은 또 얼마나 절박했을까 싶다. 인구가 13억인 중국의 자살률도 한국 못지않게 세계에서 높은 축에 꼽힌다. 인구가 많다 보니 중국의 자살 인원은 전 세계의 자살 인원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에서 자살이란 단어는 오랫동안 금기시됐으며, 중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자살 현황이나 자살률에 대한 정보를 밝히기 시작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그만큼 중국의 자살률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드러난 것만 보면 상당히 높은 자살률을 나타낸다.

2010년 기준으로 WHO(세계보건기구)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본토의 자살률은 10만명당 22명 선으로 10만명당 31명인 한국에 비교해서도 상당히 높은 수치로 자살률이 높은 국가다. 자살은 중국 전체 사망 원인 중 5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중국 인구 15세에서 34세 사이의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할 정도다. 중국 정부는 1990년대에 들어서야 중국의 자살과 관련한 정보를 WHO에 제공해오고 있다.

중국의 연간 자살건수는 약 28만7000건에 달하며 이는 전체 사망 건수의 3.6% 정도를 차지한다. 중국의 자살 패턴은 다른 국가와 조금 다른 양상이기에 관련 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다. 우선 여성의 자살률이 남성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는 남성의 자살률이 여성보다 높다.

한국은 2010년 기준으로 인구 10만명당 남성의 자살이 41명이며, 여성은 21명으로 절반 수준이다. 이웃나라 일본은 남성의 자살률이 인구 10만 명당 33.5명, 여성은 10만 명당 14.6명이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 1999년 자료에서 인구 10만명당 남성은 13.1명, 여성은 14.8명으로 여성이 높은 수준을 나타냈으며 2008년 기준으로는 여성의 자살률이 남성에 비해 무려 3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중국은 농촌의 자살률이 도시보다 높은 유일한 국가다. 농촌 지역의 자살률은 도시지역보다 3배 이상 높아 전체의 75%가 농촌 지역에서 나타난다. 그 나머지는 도시 지역이 차지한다. 중국 경제 발전의 핵인 양쯔강 지역 인근의 자살률은 중국 전역의 자살률보다 40% 이상 높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중국 전체 자살의 절반 이상은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대체로 가정불화, 낮은 교육 수준, 제한적인 사회 진출로 인한 대화 부족 등을 원인으로 자살을 택하고 있다. 96년부터 2000년까지 중국 전체 자살 방법 중 62%는 제초제 복용이었다. 반면 도시지역에서는 자살 원인의 대부분이 스트레스와 우울증이었으며, 고층 빌딩에서 투신하는 경우가 많았다.

중국의 자살이 특이한 또 다른 점은, 정신적 질환으로 자살 충동을 느끼는 서구 지역과 달리 정신 질환자의 비율이 현저히 낮다는 사실이다. 자살시도자의 3분의 1과 자살충동자의 3분의 2는 자살을 시도하거나 충동을 느낄 당시 어떠한 정신적 질환을 갖고 있지 않다고 분석됐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중국의 자살은 충동 자살이 많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인 대부분은 우울증이나 정신 질환 때문에 자살을 시도하기보다 갑갑하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도피하거나 벗어나고 싶은 다소 충동적인 의도로 자살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온종일 일해도 돈은 들어오지 않고 인플레이션으로 물가는 계속 오르고 쌓이는 빚과 팍팍한 생활로 지친 가운데, 가족이나 이웃과의 사소한 말다툼이나 시비 끝에 충동적으로 자살이라는 극단적 결론에 이르는 것이다. 문제는 자살 수단으로 쥐약이나 제초제 등 치명적인 독극물을 택하기에 충동적인 시도가 곧바로 사망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소위 ‘얼굴을 잃는다(면목없다)’고 하는 중국적인 개념에서 발생하는 충동 자살도 많다. 40세의 자살 여성은 남편이 이혼을 요구해오자 서류에 도장을 찍은 그날로 목을 매 생을 마감했다. 이혼 때문에 가족과 친지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생각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경제 성장과 함께 인식의 변화가 많이 일어나 ‘이혼’이 더는 가족이나 친지들에게 치명적인 오점이 아니라는 생각이 퍼졌다. 또 가정 폭력에 시달려 자살 충동을 느꼈던 사람들이 이혼이나 도시로의 이주를 통해 자살 충동에서 벗어나는 일도 있다.

최근에는 한국과 비슷하게 취업이나 진학 문제 등으로 고민하다가 자살을 택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1자녀 세대로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대학을 졸업했지만 자신의 이상과 동떨어진 직장에서 고민하다가 자살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쭦

중국의 뽀로로, ‘시양양’

한국의 아기 엄마들은 TV애니메이션 캐릭터 뽀로로를 ‘뽀느님’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정신없이 뛰어다니던 아이도, 울며불며 엄마만 찾던 아이도, 뽀로로만 틀어주면 정신을 놓고 TV화면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중국 엄마들에게는 시양양이 ‘시느님’과 같은 존재다. 지난 2005년에 만들어진 중국 TV 만화인 ‘시양양유휘타이랑(喜羊羊與灰太狼)’은 칭칭초원에 사는 한무리의 양 떼가 이들을 잡아먹고자 하는 멍청한 늑대와의 밀고 당기는 씨름을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늘 골탕만 먹는 톰과 영리한 제리의 중국판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애니메이션은 총 40개의 중국 TV방송국에서 방영됐으며 본토 이외에도 홍콩, 대만, 싱가포르와 인도에서도 방영됐다. 15분짜리 단편인 이 애니메이션은 초기 530개 에피소드가 방영된 후 그 성공에 힘입어 추가로 480편의 에피소드를 추가 제작했다. 베이징 올림픽을 기념한 올림픽 에피소드도 60편을 제작했다. TV 애니메이션 성공에 힘입은 제작사 크리에이티브 파워 엔터테이닝은 2009년 시양양 영화를 제작, 개봉 첫 주에만 중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 흥행액인 3000만위안을 기록했다.
이후 2010년, 2011년, 2012년 매해 중국 춘절 동안 영화로 개봉된 치양양 시리즈는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중국의 각종 어린이 대상 용품점이나 학용품점에는 이 애니메이션의 주요 캐릭터인 행복한 양(시양양)의 패턴이 그려진 침구류, 옷, 가방, 신발과 노트, 볼펜, 연필 등이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한민정 상하이 통신원 mchan@naver.com
2010년 9월부터 중국 상하이 동화대학교 래플즈 칼리지 경영학과에서 국제경영, 기업커뮤니케이션 등을 가르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에서 10여년 간 기자로 근무했다. 이화여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지현 기자 jh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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