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의 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인
리더들에게 문학은
당신의 모습을 바로 보고
그 모습이 가진 특성을 발휘해
행동하라’고 말한다.

《문학의 숲에서 리더의 길을 찾다》
- 조셉 L. 바다라코 주니어 지음
- 고희정 옮김
- 세종서적 펴냄
- 1만3000원

하버드 경영대학원 석좌교수인 조셉 L. 바다라코 주니어가 쓴 《문학의 숲에서 리더의 길을 찾다》는 경영자들에게 절실한 리더십의 문제를 일반적인 경영서가 아닌 문학작품을 통해 풀어낸 책이다.

리더가 무엇인가? 무거운 책임과 의무로 점철된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자신의 지위를 지키고 구성원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이상과 비전, 목표와 전략… 리더들에게 이러한 단어는 너무나도 친숙하다. 하지만 이로 인해 운명적으로 언제나 성공과 실패의 굴곡을 겪어야 한다. 문학작품 속의 주인공으로 치면 클라이맥스를 겪을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이다. 이러한 클라이맥스의 경험이 없다면 리더로서 성공할 수도 없다.

저자는 바로 이 점에 착안하여 위대한 문학 작품 속에서 다양한 상황에 처한 주인공(리더)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삶과 떨어질 수 없는 리더십의 본질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을 취한다. 결정의 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인 리더들에게 문학은 “당신의 모습을 바로 보고 그 모습이 가진 특성을 발휘해 행동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 책은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의 주인공 윌리를 통해 ‘성공으로 가는 좋은 꿈’에 대해 말한다. 30년간 세일즈맨으로 외길 인생을 걸어온 평범한 가장 윌리, 비록 삶은 고되지만 언제나 백만장자가 될 거라는 거대한 꿈을 안고 산다.

그 꿈으로 인해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의 삶도 황폐해졌지만 그는 죽을 때까지 그 사실과 현실을 알지 못했다. 로버트 볼트가 저술한 《사계절의 사나이》를 통해서는 리더라면 반드시 겪게 되는 ‘원칙과 현실의 조화’ 문제를 엿볼 수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토머스 모어는 실제 영국의 위대한 정치가, 사상가로 칭송받는 인물이지만 자신이 세운 원칙과 현실을 조화시키지 못해 괴로워하는 캐릭터이다.

“우린 계속 자학한다. 마치 배가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듯, 끝없이 과거를 곱씹으면서…(So we beat on, boats against the currents, borne back ceaselessly into the past).”

위대한 개츠비에 나오는 이 마지막 문구도 오늘날의 리더들이 현실과 어떻게 씨름하고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관성적인 것을 거부하고 과거의 경험을 잊지 않고 반추함으로써 현실을 이겨나가는 힘을 키운다는 것.

문학작품 속의 주인공들이 마주하는 전형적인 딜레마들은 오늘날의 리더들이 마주쳐야 하는 현실과 너무나 닮았다. 그리고 그것을 올바르게 해결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러한 고민을 통해 리더는 더 나은 리더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독일 시인 라이젤 뮐러는 우리 삶의 이야기가 바로 삶이 된다고 말했다.
경영자들에게 문학책을 통해 경영과 리더십을 가르친다는 개념은 하버드대학의 한 강의에서 시작됐다.

신임 선장의 첫 항해를 다룬 조지프 콘래드의 단편소설 《비밀 공유자》를 읽은 각계의 경영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거침없는 의견을 제시했고, 그것도 일반적인 문학 토론 수업처럼 어려운 문학 비평 용어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잘 알고 있는 경영사례를 들어가며 토론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신임 선장의 이야기는 한자리에 모인 리더들에게서 ‘리더는 자신의 실수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라는 자연스러운 질문을 이끌어냈다.

“선장의 이야기는 경영자들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켰다. 수업에 참여한 경영자 가운데 동남아시아에서 상선을 지휘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도 콘래드의 책임감에 대한 허구는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이야기는 또한 경영자들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리더십에 관한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이야기 속에서 나온 질문을 통해 경영자들은 자기 모습을 돌아볼 수 있었다.

경영자들은 선장이 마주한 도전과 자신의 경험을 자연스럽고도 손쉽게 대조하고 비교해 보았다. 콘래드의 소설은 놀라운 거울 역할을 해냈다.

소설 속 선장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봄으로써 경영자들은 리더로서 자기 모습을 비춰볼 수 있었던 것이다.”

신임 선장의 첫 항해를 다룬 조지프 콘래드의 단편소설
《비밀 공유자》를 읽은 각계의 경영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거침없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책에 소개된 문학 속 주인공들은 각기 다른 캐릭터로 등장한다. 하지만 이들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각 특징을 모두 모으면 ‘리더’의 모습이 된다. 이러한 문학작품들을 통한 리더십의 이해는 매우 분명하다.

리더십의 독특하고 내적인 관점을 보여주는 것. 리더의 생각과 걱정, 꿈과 희로애락을 통해 그들이 어떤 시련을 겪고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얼마나 강해지고 약해졌는지 알게 하는 것이다.

저자가 이러한 문학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것은 크게 2가지다.
첫째는 “리더가 빠질 수 있는 함정과 그 함정이 가져올 시련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진 리더라 할지라도 수많은 요인들로 실패하고 시련을 겪으며 좌절할 수 있다는 것을 문학작품 속 사례를 통해 전한다.

루이스 오친클로스가 저술한 《도둑처럼 오다》를 통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쓴 변호사를 말하고, 치누아 아체베가 쓴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를 통해 용감한 전사이자 부지런한 농부였지만 윤리관의 부제로 곤경에 처하는 부족민을 말한다.

둘째는 “다양한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리더가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알아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는 것”이다. 시련을 극복하고 실패를 이기는 힘은 결국 자기 자신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스스로를 이해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바로 안다는 것은 리더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문학작품을 통해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그 속에서 스스로가 해답을 찾을 것을 권한다. 그 해답을 통해 리더는 자신이 가져야 할 이상과 비전, 취해야 할 전략과 행동을 구체화시킬 수 있다.

즉 ‘꿈과 희망은 무엇인가?’‘윤리관은 유연한가?’, ‘책임을 맡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원칙과 현실을 솜씨 좋게 조합할 수 있는가?’, ‘중요한 판단을 내리기 전에 사고와 성찰을 유연하게 할 수 있는가?’ 등 리더라면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중요한 질문과 해답을 문학작품 속에서 찾으라는 것이다.

리더 혹은 리더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리더’라는 캐릭터가 가진 특징과 그 캐릭터 안에 내재된 많은 시험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저 최고의 자리에 있다고 해서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리더란, 리더라는 자리에 부합하는 실력과 윤리관, 위기관리 능력 등을 갖춘 관리자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권춘오 (네오넷코리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