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아마추어 대회에서 잇따라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프로 잡는 아마추어’ ‘괴물 아마골퍼’로 유명해진 김효주 선수.


‘프로 잡는 아마추어선수, 필드 점령' '괴물 아마골퍼’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지난 5월 18일 경기도 용인시 레이크사이드CC에서 펼쳐진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프로선수들보다 시선을 더 집중시킨 김효주 선수가 주인공이다. 볼이 발갛고 예쁜 이 소녀는 아직 고등학생(17·대원외고2)에 불과하다. 수많은 갤러리들은 김 선수의 스윙을 1초라도 더 담으려고 휴대전화로 비디오를 찍어댔다.

그녀의 인기가 절정을 이룬 이유는 호탕한 드라이브샷 때문이다. 또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스윙에 마술처럼 정교한 솜씨로 홀컵에 공을 붙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4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국내 개막전인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는 한국여자 프로의 자존심을 세우며 우승을 거머쥐기까지 했다.

6월에는 이웃 나라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산토리 레이디스 여자오픈에 참가해 일본 골프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선두에 7타 뒤져있던 김 선수는 마지막 날 버디를 무려 11개나 뽑아내며 우승했다. 아마추어였기 때문에 대회 규정에 따라 상금을 받을 수는 없었지만, 한국여자 골프의 저력을 전 세계에 알리기엔 충분했다.

이렇게 물이 제대로 오른 김 선수의 버디 ‘몰아치기’ 행진을 한국에서 볼 수 없을 뻔했다. JLPGA에서 18세 나이 제한 규정을 고쳐가면서까지 자국 투어 진출을 제한했지만 이를 거절하고 가을부터 한국에서 프로선수생활을 하기로 했다.

훌륭한 아마추어는 김 선수만 있는 게 아니다. 아마추어 세계랭킹 20위 안에는 한국선수가 무려 5명이나 있다. 여자 아마추어 세계 랭킹 1위는 고보경 선수인데, 14세의 뉴질랜드 교포다. 세계랭킹 2위는 고 선수를 바짝 좇는 한국인 선수 세실리아 조다. 아마추어 시절의 박세리와 박지은 선수, 이전엔 원재숙 선수 등 남자 프로들이 긴장해야 할 실력 있는 선수들이 줄을 이었던 건 사실이다.

그렇다면 남자 선수는 얼마나 있을까? 섭섭하지만 20위 내에 한국 남자 선수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아시아 선수는 있다. 일본의 마츠야마 히데키 선수가 4위고 대만과 필리핀 선수들의 이름도 찾아 볼 수 있다. 그런데 왜 유독 여자 선수들이 막강한 실력을 발휘하는가? 미국남자프로 PGA시합을 보면 종종 아마추어 학생들이 출전해 좋은 기록들을 남긴다. 하지만 프로를 제치고 우승을 하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

이유는 돈 때문이다. 미국의 골프선수층은 매우 두텁다. 날고 기는 선수가 너무 많다는 얘기다. 그래서 프로로 무대에 서면 몇 번만 톱10에 이름을 올리면 생활이 보장된다. 한마디로 골프만 잘 치면 돈 걱정 없이 시합에 충실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프로들은 훈련을 더 많이 하고 실력을 업그레이드를 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그 투자로 인해 성적이 나아지고, 그 실력은 곧 경제력으로 이어지기에 골프에만 매진할 수 있다.

그러나 아마추어 골퍼는 감히 프로선수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가 없다. 일반적인 학교생활을 하면서 투자를 아끼지 않는 프로선수들을 따라올 수 없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현실을 살펴보면 너무나 슬프다. 올해 한국남자프로 선수시합은 몇 개나 있을까. 발렌타인스 챔피언십을 빼면 고작 4개 정도. 하지만 그것마저도 개최 여부를 두고 설왕설래가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게다가 스폰서 초청과 랭킹 순서로 시합을 한다고 하면 투어선수 모두를 다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뉴스를 통해 프로골프협회 소식을 들을 때마다 소송과 싸움이 끝나지 않는 협회 얘기를 접하게 된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골프협회가 ‘막가파식’ 운영을 한다는 기사를 보기도 했다. 이런 현실에서 선수들은 좌절을 맛 볼 수밖에 없다.

좋은 선수가 있다고 한들 시합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는 제한되어 있다. 시합에 참가한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생활이 되지 않는 현실이다. 그나마 남자 대회에 비해 여자 대회는 더 많다. 그러나 여자 선수 역시 시합만으로는 골프에 전념할 수 없다.

많은 선수들이 레슨과 시합을 병행하는 이유다. 필자 역시 선수 생활을 하면서 부수적인 직업을 따로 가졌다. 훌륭한 아마추어 선수들이 프로로 전향하고, 또 세계로 뻗어 나가 또 다른 나래를 펼쳐야 하지만 아직 협회는 이를 받쳐주지 못 한다. 제대로 된 궤도에 올라타고 쾌속 질주하는 날이 과연 올까하는 걱정이 앞선다.

이제는 협회가 욕심과 편 가르기로 분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골퍼를 위한 일이 무엇이며 우리가 더불어 공생하는 방법이 어떤 것인지 깊이 생각하고 실천에 옮겨야 할 때가 아닌가? 그래야만 젊고 멋진 선수들이 날아오르지 않겠는가?

여민선 프로 minnywear@gmail.com
LPGA멤버, KLPGA정회원, 라이프스포츠클럽 골프 제너럴 매니저, 방송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