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브랜드 시대다. 그 자체가 상업성을 담보하는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졌다. 이 브랜드는 매출과도 직결된다. 이 때문에 수많은 연예인들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브랜드화를 위해 안간힘을 다한다. 최근 특허청 연예인 상표등록이 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접근하면 이해가 쉽다.

지난4월 KBS 해피선데이 인기코너 ‘남자의 자격’에서 출시에 앞서 ‘꼬꼬면’이라는 제품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던 개그맨 이경규씨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이 프로그램이 방영된 바로 다음날 서울 노원구의 김모 씨가 특허청에 '꼬꼬면'으로 상표등록 출원해버렸기 때문이다. 비난을 받은 김씨가 결국 상표출원 취하서를 제출하면서 꼬꼬면 파문은 일단락 됐지만 이때부터 상표권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특허청에 따르면 연예인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상품을 출시하면서 이를 상표등록하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다.

1998년(개그맨 이경규의 압구정 김밥 출원 )부터 2008년까지 10년간 총 27건에 불과 했지만 2009년에는 한해에만 11건, 2010년에는 14건으로 두자릿수 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년도 대비 157% 증가한 22건이 출원됐고, 올들어서는 5월말 현재 12건이 출원되는 등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출원 업종도 다양하다. 과거에는 식당 등 요식업이 대세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농, 축, 수산물, 가공식품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또 쇼핑몰과 화장품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연예인도 상당수에 이른다.

내 이름 브랜드 개그맨·탤런트가 많아특허청 조사결과 연예인 직업별로는 개그맨의 상표등록 등 브랜드화 움직임이 가장 두드러졌다 ‘이경규의 남자라면’ 등 개그맨 사례가 58건에 이른다. 1박2일을 통해 인기를 얻고 있는 이수근은 자신의 이름을 딴 ‘술집’을 친구인 김병만 역시 ‘달인’이란 이름으로 고깃집을 내놓았다.

KBS 개그콘스트 멤버들이 가장 많았다. 허경환은 닭과 돈까스 상품에 이름을 내걸었다. 헬스걸로 다이어트 개그전도사로 나섰던 이승윤도 도시락 등을 내놓았다. 김성광도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내걸고 김치 사업에 도전했다.

MBC 무한도전의 정형돈은 돈까스에 이어 최근 가수 길과 함께 투합한 ‘뚱s’도 상표 출원을 했다. 이 때문에 다양한 사업을 벌일 것이라는 추측도 많다. 박명수도 마찬가지다. 흑채를 비롯해 냉면 까지 사업영역이 다양하다. 정찬우도 과거 자신이 캐릭터였던 ‘미친소’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강호동은 조금 다른 케이스다. 강호동 678찜은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이름만 내걸었다. 강호동은 이경규 꼬꼬면처럼 ‘라면과자’에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는 등 직접 경영은 없었다. 개그우먼에서 방송인으로 활약하고 있는 곽현화도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딴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 중이다.

(왼쪽위부터 시계반대방향으로) 돈까스 상품을 판매해 대박을 터뜨린 개그맨 정형돈, 박명수, 삼성전자 연아햅틱의 김연아, 개그맨 허경환 탤런트 김혜자.

개그맨들과 반대로 탤런트도 상당히 많았다. 현재 특허청에 등록된 출원자는 23명이다. 가장 출원수가 많은 탤런트는 김혜자다. 김혜자는 떡, 편의점 도시락 등 상당수 제품에 자신의 이름을 이용하고 있다. 또 다른 탤런트 대표주자는 김수미다. 김수미는 최근까지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만든 ‘꽃게장’을 TV홈쇼핑을 통해 판매해 ‘대박’을 터뜨렸다. 김나운도 자신의 이름으로 김치사업에 도전해 성공한 케이스다.

모델 출신 방송인인 홍진경은 일찌감치 김치사업에 뛰어들어 성공했다. 최근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만두사업에도 도전했고. 곽진영도 김치사업에 도전해 최근 성공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개그맨이나 탤런트에 비해 가수는 적은 편이다. 현재 특허청에 등록한 상표출원은 장윤정 김치올레 등 5건뿐이다.

연예인 부업수요·기업마케팅 전략 절묘한 궁합 연예인의 이름과 결합된 상표의 출원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연예인들의 부업 수요와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이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개그맨 이름의 브랜드 출원이 많은 것도 대중적 지지도가 높아 제품의 광고와 홍보 전략으로 활용하는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의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운 스타마케팅과는 다르다.

정지욱 문화평론가는 “연예인이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할 경우에는 인기나 인지도에 따라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확대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같은 업종들에 비해 경쟁력이 높기 때문에 유리한 위치인 동시에 마케팅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이수근이 자신의 이름을 딴 술집이 아닌 일반 브랜드로 만들었다면 인지도는 현저하게 떨어지지만 자신의 이름 그대로 사용하면 효과가 커진다. 프랜차이즈 점주 역시 반응이 좋은 편이다.

유명 연예인 프랜차이즈 점주는 “손님들은 기존의 술집과 다르게 마치 이곳에 그 연예인이 있는 것인양 착각하는 느낌을 가져다 준다”며 “일반 업소에 비해 매출이 상당이 높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개그맨의 경우, 실제 충성도 역시 작용한다. 한 프랜차이즈 업체의 경우 이 개그맨이 최근 인기가 높아지면서 매출도 2배 이상 늘었다.

개그맨 이승윤의 경우 ‘헬스걸’ 이후 관련 상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상품으로 내놓은 닭가슴살과 책자 등 다이어트 상품이 늘면서 자신을 브랜드화 한 케이스다. 이처럼 연예인들이자신의 브랜드화 시키는 이유는 부업 열풍이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인기를 얻었을 경우 성공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자신의 이름을 고집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추세다. 개그맨 황승환이 대표적 모델로 꼽힌다. 황승환의 경우, 자신의 캐릭터를 그대로 딴 ‘황마담’ 이름으로 웨딩컨설팅을 만들어 크게 성공했다. 현재는 코스닥 등록업체로 최근 위기를 겪고 있지만 과거 컨설팅 업체로서는 주목할만 기업이다.

당시 황마담이라는 이미지를 반대하는 동료도 많았지만 황승환은 그같은 이미지를 밀어붙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황마담이라는 이미지가 불편함 보다는 오히려 인지도가 좋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코미디언 배연정은 1997년 남편이 하던 사업이 부도위기에 처하자 먹고 살기 위해 ‘배연정 소머리국밥’을 만들어 큰 성공을 거뒀다. 마찬가지로 선우재덕도 자신의 이름을 딴 스파게티 집을 오픈해 성공을 거뒀다.

정 평론가는 “요즘 같은 경쟁시대에서 자신의 캐릭터나 인지도를 좋다면 경쟁력도 그만큼 올라가게 마련이다”며 “인기에 따라 투자를 진행하거나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확장시키기 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적재산권 눈뜬 연예인들 상표출원 러시연예인들이 상표출원이 늘고 있는 것은 브랜드 파워와 함께 지적재산권 지키기 위해서다. 서진수 변호사는 “최근 있었던 개그맨 이경규씨의 사례를 보듯 연예인 자체가 브랜드가 되면서 이에 따른 분쟁을 막고자 하는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특히 10대 청소년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인기 가수나 그룹, 스포츠 스타들의 경우 이름 자체가 상업성을 가지고 있다. 가수 동방신기나 김연아의 경우 이름을 포함한 상품은 매출은 놀라운 정도다. 김연아의 경우 삼성전자 ‘연아의 햅틱폰’은 출시와 동시에 50만대를 판매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런 상황이 늘면서 연예인을 이름을 그대로 상표권에 등록하거나 비슷한 이름으로 한 사례도 적지 않다.

한 가수는 자신의 매니저가 이름을 상표권 등록해 무효심판 청구까지 가는 사태를 맞기도 했다. 당시 가수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매니저는 가수 이름을 기업체에 제공하는 거래를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 변호사는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연예인 이름을 모방한 상표권을 앞세워 사업을 벌이는 일이 많아 혹 연예인 자신이 사업을 진행할 경우 타격을 입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특허청도 골머리를 앓는 것은 마찬가지다. 상표권은 지정상품을 사용할 경우, 먼저 출원한 사람이 등록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경규의 ‘꼬꼬면’과 같은 사례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허청 관계자는 “연예인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정 상품을 이용해 등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최근에는 연예인 이름을 간접적으로 내포하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핑클 멤버 출신 이효리는 일반인이 ‘효리’라는 이름으로 상표권을 등록한 케이스다. 현재 이 상표는 고기 가공업에 쓰이고 있다. 인기 그룹인 ‘동방신기’ 역시 한 과자 가공업체가 등록했다. 이 업체는 동방신기(東方神起)라는 한문으로 등록했다. 현재 저명한 연예인의 이름을 포함한 상표는 연예인 본인 명의로 출원 하거나 본인 승낙을 얻은 사람에 한해 상표등록이 가능하다.

불미스런 스캔들 발생땐 가맹점에 직격탄연예인 브랜드라고 해서 안정적이지는 않다. 얼굴을 대표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이미지에도 영향을 크게 끼친다. 한 인기 탤런트의 경우, 화장품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뒀지만 모 방송에서 납 등 이물질 문제를 제기하면서 도산에 처했다. 이후에 이 방송이 오보였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회사는 이미 기울어져 더 이상 회복 불능상태가 됐다.

또 사업이 힘들어지면서 극단적인 선택에 따른 후유증도 만만찮다. 한 연예인은 다양한 사업을 벌였지만 빚이 늘면서 결국 ‘자살’을 선택했다. 문제는 이후부터다. 가맹점에 직접 타격이 오면서 가맹점 도산으로 이어졌다.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최근까지 요가사업을 벌였던 한 배우도 사업이 실패하면서 극심한 생활고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인 자신의 이름을 내걸면서 이미지 관리에 실패할 경우,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 변호사는 “프랜차이즈의 경우 만일 연예인 자신이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린다면 가맹점으로 직격탄이 온다”며 “문제는 집단행동을 하거나 법적분쟁을 벌이게 되면서 자신에게도 큰 타격을 입게 된다‘고 밝혔다.

실제 한 연예인은 주취 폭력으로 경찰조사를 받은 뒤 가맹점들이 집단행동을 통해 가맹비 반환청구를 요구했다. 이 연예인은 드라마 복귀를 통해 출연료로 해결하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방송국에서도 출연금지를 당했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결국 도산했고 소송에도 덜미를 잡혔다.

정 평론가는 “연예인 브랜드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며 “상품에 대한 애정이 없거나 프랜차이즈 사업에만 혈안이 된 연예인도 많아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재영 기자 som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