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REXTON W
사실 렉스턴은 우리에게 꽤 익숙하다. 첫 등장은 2001년이고 올해 렉스턴 W로 돌아왔다. 10년이 넘었음에도 디자인이 헐렁해 보이지 않는 것은 첫 모델을 만든 주자로서의 선견지명과 당대 트렌드를 충실히 반영했던 디자인 변경 모델들의 수혜로 풀이된다. 렉스턴 W는 범퍼와 헤드램프, 라디에이터 그릴을 트렌드에 맞춰 변화시키고 옆면 플라스틱 몰딩을 차체 일체형으로, 뒤쪽의 테일 램프에 LED를 추가했다.

그래서 최근 차량들의 디자인 가치인 화려함 혹은 그것을 넘어서는 과도함과는 반대 방향에 자리잡고 있다. 시선을 확 잡아 끌만한 특징이 없는 디자인은 렉스턴 W를 눈 여겨 보고 있는 이들에게는 아쉬운 점이다.

인테리어 역시 기존 시리즈와 큰 변화가 없다. 인테리어의 인상을 좌우하는, 다양한 버튼들이 위치한 센터 스택도 단촐하며 재질도 하이그로시나 카본이 아니기에 화려함도 덜하다. 또한 계기반은 LED를 사용했지만 화려한 인터페이스를 자랑하는 최근의 슈퍼비전 클러스터 방식은 아니다. 트립 컴퓨터 역시 다양한 주행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고 주행거리만 보여주고, 계기반의 조명만 조절할 수 있다.

반면 렉스턴 W만의 장점도 있다. 정통 SUV를 지향한다는 그들의 말처럼 전방을 내려다 보는 느낌의 꽤 높은 시트 포지션이 시원시원하다. 또한 센터 스택 위쪽에는 주행 안전에 관련된 버튼들을 배치했는데, 이 버튼들의 사이즈를 키워 운전중 시선을 오래 주지 않아도 조작할 수 있게 했다. 긴급 상황시 방향지시등 스위치를 눌러 비상등 스위치를 켤 수 있고 패들 시프트는 없지만 기어봉과 스티어링 휠의 스위치로 기어를 변속할 수 있다.

7인승 렉스턴 W는 3열 시트를 접으면 꽤 많은 공간이 생긴다. 상황에 따라 6:4 분할의 2열 시트까지 접으면 3~4일 휴가에서 그 역할은 충분히 해낼 정도다. 스마트키 시스템이 적용돼 있기 때문에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다. 엔진 소음이 실내로 유입되지 않아 상당히 조용하다. 도로로 나가 스피드를 높였지만 이 조용함은 꽤 오래 유지된다.

대략 80Km 정도의 속도에서도 이렇다 할 소음은 들리지 않았다. 렉스턴 W의 파워트레인은 2리터의 디젤엔진(e-XDi200 LET)에 벤츠의 5단 변속기가 적용됐으며 공인연비는 13.1km다. 여기에 SUV/RV도 모노코크 바디가 주류인 이 시대에 고집스럽게 차체강성을 위한 프레임 바디를 쓰고 있다는 것과 험로를 위한 설정(돌림 스위치로 4륜 구동선택 가능)에서 렉스턴 W에 숨겨진 함의를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최대출력은 155마력에 36.7토크로 2톤에 가까운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꽤 괜찮은 정숙성이다. 엔진 회전수는 대략 100Km에서는 2000RPM 언저리, 140km에서는 3000RPM 정도지만 실내에 유입되는 소음은 그리 크지 않았다. 다만 힘을 좀 써야 하는 언덕에서 엔진 소리가 들리지만 이 역시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다. 직진 안정성은 합격점을 줄 수 있겠다.

코너의 경우 높은 차체와 무게로 한계는 그리 높지 않지만 서스펜션 세팅에 꽤 신경을 써 흔들리기는 해도 요동을 치지는 않으며 과속 방지턱도 부드럽게 잘 넘어간다. 엔진의 출력이나 토크 등을 봤을 때 렉스턴 W는 도로에서 과격하게 밀어붙일 차는 분명 아니다. 장거리 여행에서 편안함과 함께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주행감을 즐길수 있는 차량이다. 물론 파트타임 4륜 구동이니, 마음이 동하면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높이 올라가보는 것도 가능하겠다.

폭스바겐 tiguan2.0TDi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독일차의 위상은 대단하다. 지난 5월의 수입차 판매 순위를 보면 10위권 내에서 도요타의 캠리를 제외하면 모두 독일차가 포진해 있다. 이 순위에서 꽤 적은 등락폭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차량 중 하나가 바로 폭스바겐의 티구안으로, 유일한 SUV(정확히는 CUV겠지만)다. 그만큼 인기도 있고 검증도 돼있다는 이야기다.

시승 모델은 폭스바겐 티구안 2.0TDi 블루모션 4Motion R-Line이다. 다소 긴 이 이름은 이미 골프에서 검증된 2리터 디젤엔진에 연비향상을 위한 기술을 더했고, 4륜 구동이며 19인치 휠에 디자인을 향상 시키는 사이드 스커트, 리어 스포일러, 가죽시트 등이 포함되는 최상위 모델이란 의미다.

티구안은 2007년 데뷔했고 현재 판매중인 모델은 2010년에 디자인과 함께 파워트레인, 편의사양 및 안전사양을 변화시킨 모델이다.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으면 R-Line 로고가 새겨진 세미 버켓 형태의 비엔나 가죽시트의 질감이 느껴진다. 또한 가죽으로 마감된 스티어링 휠은 폭스바겐의 고성능 모델에 적용된 D컷 형상이다.

버켓 시트와 일반 SUV 차량보다 확실히 작은 스티어링 휠은 이 모델이 줄 수 있는 재미를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계기반과 내비게이션, 에어컨이 있는 부분의 디자인 골프와 똑같다. 누군가는 심심한 인테리어라 하지만 실제로 타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말을 듣기 힘들다. 운전의 재미에 맛 들리면 인테리어는 후순위로 밀리기 때문이다. 키를 꽂아 돌려야 하는 골프와 달리 티구안은 스마트키 시스템이니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건다.

디젤엔진 특유의 진동과 소음이 들리지만 사운드 튜닝을 잘 해 시끄럽거나 불쾌하지는 않다. 파워트레인은 2리터 디젤에 140마력, 토크는 32.6kg으로 놀랄만한 스펙은 분명 아니지만, 폭스바겐이 자랑하는 7단 DSG 미션과 만나 말 그대로 신나는 가속감을 선사한다. 여기에 단단한 차체와 잘 마무리된 서스펜션, 풀타임 4륜 구동이 만나 차체를 안정감 있게 밀고 나간다. 조금 급하게 코너를 뛰어 들어도 불안하지 않다.

티구안은 이름(타이거와 이구아나의 합성어)처럼 포유류처럼 빠르고, 양서류처럼 끈적하게 코너를 돌아 나간다. 보통은 이렇게 달리면 연비 걱정이 뒤따라 오기 마련. 하지만 정지시에는 시동을 꺼두는 아이들링 스탑기능과 브레이크에서 발생하는 열을 전력으로 회수에 발전기의 부하를 줄이는 에너지 회생기능, 일정한 속도에서 엔진을 아이들링 상태로 만드는 코스팅 기능으로 18.1km에 달하는 공인 연비를 자랑한다.

티구안은 5인승인 만큼 트렁크는 작지만 6:4 분할의 2열 시트를 접으면 꽤 넓은 수납공간이 생긴다. 여기에 곳곳에 레저를 위한 설정들이 있다. 먼저 글로브 박스에는 에어컨의 냉기를 빌려 음료 등을 시원하게 보관해주는 간이 냉장고, 뒷좌석에는 작은 테이블과 컵홀더, 12v 전원 공급장치가 있으며 선루프는 파노라마 방식으로 시원하게 열린다.

운전석의 시트포지션이 특이한데, 머리가 거의 천정에 닿게 높일 수도, 일반 세단처럼 낮게도 만들 수 있으며 골프와 달리 전동식. 상황에 따라 선택하라는 제조사의 배려다. 물론 조수석이 여전히 수동인 것은 아쉽다. 느긋하게 여행을 하는 것이 구미에 맞지 않는 사람이 티구안을 고른다면 탁월한 선택이다. 직선이건 코너건 신나게 달리며 주행감을 만끽할 수 있으니까.

이효정 기자 h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