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시타 고노스케, 길을 열다》
- 마쓰시타 고노스케 지음
- 남상진, 김상규 옮김
- 청림출판 펴냄
- 1만3000원

1929년 미국발 대공황이 닥친 일본의 겨울은 혹독했다. 초등학교 중퇴 학력으로 자전거 점원부터 시작해 23세 되던 해 마쓰시타전기(현 파나소닉)를 세운 젊은 사장 마쓰시타 고노스케(1894∼1989)에게도 추위보다 더한 불경기가 엄습해 왔다. 위기에 처한 그는 전 직원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은다.

그리고는 월급 전액 지급을 약속하고 직원 수도 줄이지 않겠다고 공언한다. 대신 “근무를 반나절로 줄인다. 매주 2일은 휴무다. 생산도 반으로 감축하겠다”라고 선언한다.

새로운 제안 뒤 마쓰시타는 “경기는 언젠가 반드시 좋아진다”고 강조하면서 직원들을 독려한다. 감동한 직원들은 오전에는 생산에, 오후에는 판매에 집중하며 회사 살리기에 나섰다.

휴일도 잊고 종업원가족까지 판매에 나선 덕분에 회사는 두 달 만에 재고가 소진되고 공장은 정상으로 돌아섰다. 대공황 위기를 통해 경쟁업체를 따돌리며 앞서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작은 전기회사를 굴지의 다국적 기업으로 키워낸 ‘경영의 신’ 마쓰시타는 이렇듯 불황을 발판으로 삼았다.

새로 출간된 《마쓰시타 고노스케, 길을 열다》에는 마쓰시타가 세상에 머문 94년간 몸으로 익히고 가슴으로 새긴, 불황에 대처하는 자세가 고스란히 녹아져 있다.

마쓰시타의 지혜는 순간을 모면하는 책략이 아닌 간결하고도 묵직한 정공법이다. 정공법에는 원칙과 신념이 담겨 있다.

어려운 순간일수록 ‘일희일비’하지 말고 앞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야 한다는 것. 첫 장을 넘기면 꽃을 피우기 위해서 고난을 견디라는 그의 말에서부터 그만의 내공이 느껴진다.

인생을 물이 담긴 나무통 안의 감자에 빗대 현재 위에 있다고 언제까지 맨 위에 있는 게 아니라는 그의 말에서 미쓰시타가 세상을 대하는 자세도 엿 볼 수 있다.

만약 지금 불황에 힘겨워하고 있다면 천둥 번개가 친다고 허둥대거나 발걸음을 멈추면 안 된다는 마쓰시타의 말을 곱씹어보자.

묵묵히 한파를 견뎌내면 천둥 번개는 금세 지나갈 것이고 언제 그랬냐는 듯 따스한 봄볕이 주변에 가득할 것이다. 생전에 “호황은 좋은 것이다.

하지만 불황은 더 좋다”라는 명언을 남긴 마쓰시타의 인생 철학을 되돌려봐도 좋을 요즘이다.

김성배 기자 (sbk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