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CEO, 그들은 왜 산에 오르나

발문-산은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어깨를 빌려주는 든든한 스승같은 존재

《CEO 산에서 경영을 배우다》
쪾전경일 지음 쪾김영사 펴냄 쪾1만5000원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를 집필한 세계적인 경영 석학 짐 콜린스의 취미는 고산등반이다.
그의 등산경영론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떨어짐(Fallure)과 실패(Failure)를 구분하는 것. 등반을 하다 보면 한계상황에서 포기하고 뒤돌아서는 것은 실패이며, 마지막 있는 힘을 다해 오르다가 로프에 매달려 내려오는 것은 떨어짐이다. 비록 정상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 능력의 임계점을 지났기 때문에 ‘떨어짐’은 ‘실패’와 다르다는 게 콜린스의 설명이다.
두 번째는 생각의 프레임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것. 실제로 콜린스는 생각의 프레임을 바꾸는 마인드 컨트롤을 통해 그동안 아무도 오르지 못했던 암벽등반에 성공했다.
‘이곳을 오르는 지금은 현재가 아니라 15년 후이며, 그때는 이미 많은 등반가들이 이곳을 어렵지 않게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 것. 이처럼 정상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험준한 산세나 거친 날씨가 아니라 우리 마음이란 얘기다.
국내에서도 산을 경영과 인생의 스승으로 삼는 CEO는 많다.
“나는 강하기 때문에 히말라야를 오른 것이 아니라 히말라야를 올랐기 때문에 강해졌다. 나는 인생도 경영도 모두 산에서 배웠다.”
1993년 한국 최초로 남극점을 통과하고 에베레스트에 몇 번이나 올랐으며 계절마다 명산을 빼놓지 않고 찾아다니는 고인경 파고다교육그룹 회장의 말이다.
이쯤 되면 그를 경영인이라기보다는 산악인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지만 그는 산행을 통해 경영의 원리를 배우고 사업 계획과 생존 전략을 가다듬는다. 또 가장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서는 가장 낮은 곳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삶의 이치를 깨닫는다.
그렇다면 그들 산꾼 경영자들은 왜 산에 오르는 것일까. 대체 등산은 무엇을 가르쳐주는가.
“왜냐하면 거기에 산이 있기 때문에….”
1920년대 히말라야 등반가로 유명한 조지 말로니의 말처럼 간단명료하다. 산이 있어서 간다는데 달리 더할 말도, 구구하게 다른 설명할 필요도 없다. 산에 오르는 이유 중 이 말만큼 딱 떨어지는 것이 또 있을까. 하지만 몸은 산을 딛고 있으되 마음은 경영의 산을 오르는 산꾼 경영자에게는 분명 더 하고픈 말이 있을 것이다.
새 책 《CEO 산에서 경영을 배우다》는 성공하는 리더가 산에 오르는 까닭과 등반을 통해 배우는 지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베스트셀러 《마흔으로 산다는 것》의 저자인 전경일이 지난 5년간 서울 근교와 백두대간을 오르면서 만난 최고경영자(CEO) 73인을 직접 인터뷰해서 탄생했다.
CEO들의 취미를 조사할 때마다 1~2위에 랭크되는 ‘등산’의 매력에 대해 단 한 가지 이유로 설명하기보다는 창업과 실패를 거듭한 경험을 바탕으로 산행과 경영의 핵심 키워드를 우리 현실에 접목시킨다.
특히 ‘들머리’, ‘깔딱고개’, ‘치고개’, ‘멧부리’, ‘종주’, ‘내리고개’, ‘날머리’까지 각 7가지 고개에 빗대어 설명한다.
‘들머리 경영’에서는 위기를 극복하는 체력의 중요성을 얘기하고 ‘깔딱고개 경영’에서는 임우성 회장이 전하는 겸손과 성장의 의미를 일깨운다.
“사업이란 저런 거요. 저 나무들을 보세요. 왜 위에서부터 봉오리가 벌어질까요? 그건 성장 때문입니다. 위로 영양분을 끌어올려 성장을 도모하고 햇빛을 가장 많이 받는 잎으로부터 광합성을 받아 줄기와 뿌리로 영양을 내려보내 튼튼하게 하려는 것이지요. 기존의 뿌리와 줄기는 이들이 제 역할을 잘하도록 버팀목이 되어줍니다. 안정과 성장의 선순환 구조라고 할 수 있는 거죠.”(62쪽)
그리고 ‘치고개 경영’에선 생존을 위한 혁신 전략을, ‘멧부리 경영’에선 영혼을 불태우는 도전정신을 ‘내리고개 경영’은 고통을 견디는 인내심을 말한다.
특히 핵심을 꿰뚫는 통찰력을 이야기하는 ‘날머리 경영’에선 산을 오르고 내릴 때를 알아야 하듯이 인생과 경영에서도 욕심을 부리지 않고 그때를 잘 잡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단순히 정상에 오르는 것이나 ‘1등 만능주의’를 주입하기보다는 ‘도전정신’이 정상을 밟는 일보다 더 아름답고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산악인 엄홍길 씨도 “목표는 정상에 오르는 것이 아니다. 죽음의 공포와 맞서 살아남는 것이다. 정상에 오른 뒤 잠깐 자만하는 사이 눈이 덮여있는 빙벽 사이에 발을 헛디디기만 해도 그대로 천길 계곡행이다”면서 “경영도 이와 같은 것이며 최고가 되었다고 마음을 놓는 순간 강력한 경쟁자나 환경 변화라는 장애물을 만나게 된다”고 말한다.
이처럼 책은 경영자 이전에 인간으로 살아가는 CEO들의 속내를 ‘산’이라는 매개를 통해 가감없이 전달하고 있다.
저자는 “산은 그만큼 나약한 사람들에게 끊임없는 인생 화두를 전달하는 축복 같은 잠언이며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어깨를 빌려주는 든든한 스승 같은 존재”라고 강조한다.
아시아경제 조용준 기자 ( jun21@asiae.co.kr)

박스

뉴리더의 책꽂이

‘지속경영’ 비밀은 ‘존경받을 만한 가치’

《5백년 명문가, 지속경영의 비밀》
쪾최효찬 지음 쪾위즈덤하우스 펴냄 쪾1만3000원

‘쪼끼쪼끼’를 아시는지. 대한민국, 동네 생맥줏집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프랜차이즈 브랜드이다.
창업자는 김서기 대표다. 그의 회사는 내년이면 창립 10주년을 맞이한다. 자고 나면 수많은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생겨났다 사라지는 우리 프랜차이즈 업계의 현실에서 이 정도면 분명히 ‘일가’를 이루고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쪼끼쪼끼’를 프랜차이즈 명문가(名門家)라고 하지는 않는다. 브랜드가 조금 알려졌다고 해서 우리는 명문가라고 부르지 않는다. 명문가라면 그 안에 반드시 ‘존경할 만한 가치’가 내재해 있어야 한다.
즉 ‘지속경영’이 미래에도 가능하지 않다면, 일가를 이루고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는 있으나 명문가로 부르기에는 미흡하다는 뜻이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명문가’가 되고 싶었던 것일까? ‘쪼끼쪼끼’ 김 대표는 요즘 《500년 명문가, 지속경영의 비밀》을 열심히 읽고 있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전형적인 마초 캐릭터였던 김 대표가 요즘은 다소 부드러워졌다.
이 책의 저자인 최효찬 박사는 강조한다. “500년 전의 명문가 경영자들은 하나같이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를 조화한 캐릭터를 갖고 있었다.”
그렇다. 마초로는 지속경영은 한계다. 한계를 돌파하려면 강약을 조절하는 남성성과 여성성을 조화하는 경영자의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하다. 프랜차이즈 기업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명문가 기업 중 하나인 ‘마쓰시타 전기’의 창립자이자 우리에게 ‘경영의 신’으로 잘 알려진 마쓰시타 고노스케(1984~1987)는 평소에 “당신 회사는 무엇을 만드는 회사인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사람을 만드는 회사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얼마나 멋진가.
이 책은 명문가의 사상과 행적을 추적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현대 기업의 경영에도 효과적으로 접목시킬 수 있도록 명문가의 가문경영 원칙을 분석해 놓고 있다. 경영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매우 ‘소중하고, 빛나는’ 대목이다.
일례로 안동의 전주 류씨는 외가인 의성 김씨 청계 김진의 가풍을 벤치마킹해 성공적으로 가문을 열어나갈 수 있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새로 시작하는 가문이나 기업은 믿고 의지하고 본받을 수 있는 ‘큰 언덕’이 필요한 법이다.”(95쪽)
‘창조적 파괴의 원조, 서계 박세당’을 설명한 부분(123∼154쪽)에 김서기 대표는 유독 관심을 보이고 그 대목을 거듭해서 읽었다고 한다.
김 대표는 “고난의 시기야말로 창조의 원동력”이라고 한 서계 박세당처럼 회사를 명문가로 반드시 키우겠노라고 다짐했단다.
심상훈 북 칼럼니스트·작은가게연구소장

이형구 기자 lhg0544@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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