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 Oil on linen

- 178x132cm

- 한지석 作

‘본질에 접근하는 것’은 결국 모든 현상과 존재의 출발점이며 동시에 결승점이다. 단순히 외부의 형태에 좌우되는 무수한 담론들에 대해 가볍다거나 핵심을 비껴나갔다고 평가하는 이유는 그 출발점과 결승점을 모두 놓쳤기 때문이다.

결국 글을 쓰는 이유도, 그림을 그리는 이유도, 나무를 깎는 이유도, 사는 이유도 한 가지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경험한 것들의 본질에 조금 더 가깝게 접근하기 위해, 우리는 지금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사람들은 수면 아래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알기 위해 노력한다.

작가의 작업실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공인들의 사생활을 캐는 직업이 생겨나기도 하며, 다양한 사회 현상의 이유를 찾는 학문이 생겨나기도 한다.

결국 보이는 것의 뒤에는 그것이 그렇게 보이게 된 이유가 있으며, 본래 그것이 그것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숨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지석은 홍익대학교 판화과를 졸업하고 컨템퍼러리 아트의 중심지인 영국으로 유학길을 떠났다. 낯선 문화와 환경에 적응하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은 언어 소통이었다. 언어 숙달을 위해 24시간 뉴스를 틀어놓고 매일 신문을 통해 언어라는 장애를 넘어서기 위해 노력을 했다.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매체의 보도 사실이 초기에는 소통의 미숙으로 인해 잘못 이해되었다. 아이러니하게 이러한 상황이 작품의 탄생 배경이 되었다.

작가는 단순히 벌어진 사건을 화폭에 그대로 옮기는 작업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이루어진 사건을 작가라는 주관이 강한 필터를 통해 사건들을 취합 재구성하여 하나의 독특한 예술작품으로 탄생시켰다.

즉 세상과 작가와의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작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파헤치고 풀어나갔다.

한지석이 찾고 있는 숨겨진 풍경은 그와 세상의 관계가 빚어낸 풍경이다. 그는 가장 표면적으로 이미지를 담는 매체인 사진과 그 대척점에 있는 개인의 기억을 오브제 삼아, 이성과 감성, 현실과 비현실, 의식과 무의식의 중간에 선다.

현실과 상상이 공존하는 그의 캔버스는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것들의 집합이 되고, 결국 작가만의 개인적이고 사적인 현실이 된다.

그러나 이 개인적 현실은 작가가 몸담고 있는 세상과 분명한 관계 맺음을 갖고 있으므로 그 존재에 타당함을 부여받게 되고, 동시에 개인적 현실을 만들어가는 작가의 작업방식 또한 타당함을 얻는다. 이 타당함을 기반으로 한지석은 현실과 개인, 그리고 그 관계의 시원(始原)에 다다른다.

홍호진 UNC갤러리 대표 (dmitri@uncgalle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