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가사와 육아에 대한 남성의 부담률이 여성의 1/5 수준이라고 한다. 가사와 육아에 관한 한 보수적이던 우리 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남자들이 여기 있다. 이들은 육아란 돕는 것이 아닌 함께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가족의 행복과 아이의 꿈이 자라나는 만큼 남편, 아빠의 인생도 함께 쑥쑥 커가는 것이라고 굳게 믿으며, 살림과 육아 전문가 되기에 앞장선 남자들. 이들의 좌충우돌 살림기와 육아일기를 들여다봤다.

‘프로 허즈와이프’ 프로필
이름 김국남(44)
하는 일 만화가, 대학 교수, 여성가족부 포털사이트 ‘위민넷’에 육아 만화 ‘또바기 일기’ 3년째 연재 중.
살림 경력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40년. 전업주부 5년.
살림 계기 프리랜서 시절, 집에서 만화 작업을 하며 아내 역할을 담당하다가 자연스럽게 살림에 전념하게 됐다.

이름 오성근(48)
하는 일 제주도에서 카페 ‘둥구나무’ 운영, 책 읽고 글쓰기. ‘밥상 차리는 남자’ 블로그 운영. <매일 아침 밥상 차리는 남자>· 책 출간.
살림 경력 14년.
살림 계기 의료 분야 마케팅에 종사하던 직장인이었으나 직장생활하는 아내를 대신해 흔쾌히 회사를 그만두고 살림과 육아를 도맡았다.

chapter 1 살림하는 남자
살림하는 남자에 대해 당시 주변의 시선이 곱지 않았을 텐데요.
김국남 “정확히 말하면 살림 경력은 제 나이 만큼이라고 봐야 돼요. 어려서부터 가사 일을 접해 편하고 여자보다 더 잘하거든요. 제사 음식, 김장 200포기 담기, 잡채·돈가스 등 손 많이 가는 음식도 척척 해냅니다. 제겐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죠. 제 어머니와 장모님, 아내도 좋게 여겼어요. 그런데 주위에서는 남자가 집안일 한다며 긍정적으로 보진 않더군요.”
오성근 “아이를 업은 채 장바구니 옆에 끼고 기저귀 가방 메고 놀이터나 마트를 가는 게 주변에선 이상하게 보였던 모양이에요. 수군수군하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양가 부모님을 힘들게 했죠. 제 부모님은 장남이 살림한다고 어이없어하며 울기까지 했어요. 처가에서는 무능력하고 게을러서 귀한 딸 힘들게 한다고 속상해 하셨습니다. 하지만 아내와 1년 반 정도 연애하면서 결혼 후 어떻게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을까 함께 공부했고 둘이 행복하자고 결정한 일이었기에 남의 시선은 개의치 않았어요. 제 스스로도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장 보고 청소하는 걸 도우면서 남녀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경제권은 누가 갖고 있나요.
김국남 “지금까지 제가 가정경제를 관리한 적이 없어요. 100% 아내가 경제권을 갖고 있고 필요할 땐 당당하게 요구합니다. 남자든 여자든 경제관념이 있는 사람이 가정 살림살이를 맡는 게 낫지 않겠어요? 하하.”

자신만의 살림 및 육아 노하우가 있다면.
오성근 “싱싱한 재료로 건강밥상을 차리는 것이죠. 우리 가족은 흰쌀밥을 입에서 뗀 지 15년 정도 됐어요. 대신 건강잡곡밥을 지어먹어요. 쥐눈이콩 등 잡곡류와 칼슘이 풍부한 잔멸치, 비릿한 냄새를 잡고 치매 예방에도 좋은 강황가루를 넣으면 영양 만점입니다. 대파도 직접 심어서 먹습니다. 대파를 한 단 사서 이미 다 자란 겉 부분은 떼낸 후, 잘 썰어 냉동에 넣어둡니다. 그리고 뿌리가 실한 놈들은 잘 추려 화분에 심었죠. 일주일에 한 차례씩 물을 줬더니 대파가 쑥쑥 올라오네요. 파가 필요할 때마다 겉에서 하나씩 떼어 먹는데요. 땅속에 뿌리를 박고 있으니 늘 싱싱한 걸 먹게 됩니다. 탱탱하고 향이 진한 파를 톡 꺾으면 안에 맑고 진한 물이 가득 차 있어요. 우리식구의 경우 대파 한 단이면 한 달 보름을 먹는데요, 그것보다는 버리지 않고 끝까지 싱싱한 대파를 먹을 수 있다는 게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책을 열심히 보고 인터넷도 뒤져가며 수집한 정보와 공부한 내용들을 살림에 반영해요. 더 자세하게 알고 싶다면 제 블로그에 들어오세요.(웃음)”
김국남 “육아에 관한 공부를 지금도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더 어릴 때는 밖에 나가 다른 엄마들과 얘기하면서 정보 교환을 많이 했어요. 남자 아이지만 인간문화재 선생님에게 자수 교육을 받게 하고 씨름, 축구 등 운동도 열심히 하게 하고요. 다도도 배워주고 외국에서 다양한 경험도 쌓게 했어요. 따로 억지로 공부라는 걸 안 시켜도 이런 것들이 쌓여 다방면으로 지식과 감성이 풍부해지는 것 같아요. 아들을 한 인간으로서 대하고 우리 세 식구는 친구처럼 지내고 있죠. 아이에겐 아빠의 육아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살림하는 남편들의 남모를 고충은 무엇인가요.
오성근 “딸애를 업어주다 허리 아프면 안아주고…. 그러다 밤샌 날이 많아요. 아내는 밤에 한 번도 일어나지 않더라고요. 어느 날은 주부우울증도 오더군요. 매일같이 기저귀를 갈고 분유병을 만지면서 집안, 놀이터, 마트로 거주와 활동이 제한됐고 자유롭게 사람들도 못 만났죠. 친구들은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성장해 가는 것 같아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아내와 아이를 위해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이란 생각에는 변함없었으나 정신적·육체적으로 힘들 때는 참 괴로웠어요. 결국 아이가 커서 떠났을 때 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했고, 지금 운영하는 카페는 그 고민의 결과입니다. 우울증에서도 벗어났고 현재는 너무나 행복한 생활의 연속이에요.”

어려서부터 가사 일을 접해 편하고 여자보다 더 잘한다는 ‘살림의 달인’ 김국남씨. 아이에겐 아빠의 육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 김씨의 지론이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이미화기자]


남성 전업주부 1세대가 보는 ‘新 남자의 자격’은.
김국남 “아직까지 자발적이기 보다는 외부 상황에 떠밀려서 살림을 맡는 남자들이 더 많을 것이라 봅니다. 여성이 자신의 일을 활발하게 할 수 있도록, 행복한 가정경영을 위해 남자들이 여성의 역할, 주부의 영역을 분담해야 해요. 이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에요. 싱글남도 억지로라도 가사 일을 경험해 볼 것을 권합니다. 힘들더라도 최소 3~6개월, 3년 정도는 꾹 참고 도전해 보세요. 육아나 살림을 경험하고 잘 견뎌냈을 때 사회적으로 그 남자는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성근 “설거지나 빨래, 다림질 등 남자들이 오히려 여자보다 훌륭히 해닐 수 있어요. 군대를 다녀왔으니까요. 그런데 살림을 안 하는 이유는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쉬쉬 숨어서 살림하는 남자들도 보기 안타깝습니다. 가사와 육아 분담은 아내와 자녀의 행복을 위해 남자들에겐 필수에요. 가족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자격이 되기도 하고요. 남자들이 앞으로 나서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오랜 제 살림 경험담을 나누고자 인터넷 카페부터 시작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chapter 2 아이 키우는 남자

‘프렌디’(friendy). 친구를 뜻하는 프렌드(Friend)와 아빠를 뜻하는 대디(Daddy)가 합쳐져 ‘친구 같은 아빠’를 의미한다. 자녀에게 프렌디가 되는 것은 기본이다. 스스로 모임을 만들어 육아정보를 나누고 함께 공부하며 좋은 아빠 되기에 노력을 아끼지 않는 열혈 아빠들이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육아의 달인’으로 떠오른 아빠 블로거들의 육아 노하우를 들어봤다. 출산 장려 캠페인 ‘마더하세요(‘마음을 더하세요’와 ‘엄마 되세요’를 합친 조어)’를 펼치고 있는 보건복지부에서 추천을 받았다.

'육아철학' 쓰는 '굿 대디' 오재호씨
"함께 놀고 여행하는게 최고의 육아"

회사원 오재호(38)씨는 육아칼럼을 쓰는 아빠다. 첫 딸 봄희(9)부터 둘째와 세째아들 겸희(8), 율희(5)까지 삼남매를 키우며 겪은 경험담과 좋은 아빠 되기에 관한 철학을 일상의 생생한 사진과 곁들여 쓴다. 그 이야기들을 블로그 ‘아빠의 블로그(sky5891.blog.me)’에 올리고 있다. 인터넷에선 ‘굿 대디’(GoodDaddy)로 불린다. 역시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소망을 블로그 닉네임에도 담았다.

오씨는 일찌감치 육아에 눈을 떴다. “아이가 차례로 태어나면서 아내 혼자서는 육아를 감당하기 힘들었어요. 아내가 식사를 준비할 때, 청소할 때 저는 아이들의 숙제를 봐 주거나 같이 놀아주기 시작했어요.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게 재미있다 보니 육아에 제가 더 깊이 빠져들게 됐죠.” 그가 강조하는 육아법은 무조건 같이 놀아주는 것이다.

육아의 달인이 된 아빠 블로거 오재호씨가 가장 강조하는 육아법은 무조건 놀아주는 것이다.


밖에 나가 아이들과 뛰고 또 눈밭에서 뒹굴기도 하면서 친밀감이 높아진단다. 여행은 서로 가까워지는 매개체가 될뿐 아니라 자녀의 견문을 넓혀 줄 수 있는 교육이라고 했다. “함께 재미있게 놀고 나면 아이들의 얼굴이 무척 밝아지더라고요. 제가 돈만 벌어오는 사람이 아니구나, 아내보다 더 잘 놀아줄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이 들더군요. 게다가 바깥에서 쌓게 된 다채로운 경험들이 자녀의 창의력 향상에도 도움을 주는 것 같았죠.” 봄희, 겸희, 율희는 미술 교육 등에서 창의성이 뛰어나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오씨는 일주일에 3일 정도는 6시쯤 퇴근해 가족과 저녁식사를 하고 이후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려 노력한다. 월차를 써서 하루를 완전히 할애하기도 한다. 올해로 육아 경력 9년째. 그가 내린 결론은 엄마의 영역이라고 여겼던 육아에 분명 아빠의 영역과 역할이 존재하더라는 것. 자녀를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의 인격체로 받아들이며 독립된 자아로 인정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육아는 학습만으로 되는 게 아니며 양육의 개념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육아 고수인 오씨에게도 고충은 있단다. “아주 많죠. 아직도 잘 안 되는 부분인데, 가장 큰 어려움은 아이가 어리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잘 되지 않았어요. 밥 먹다가 음식을 흘릴 수 있고 길을 가다가 넘어질 수도 있는데 그게 짜증나기도, 싫기도 하더군요. 그래서 잔소리 하고 혼을 내고….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책을 읽고 이런 생각을 고쳐먹게 됐죠.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참회록’을 쓰기도 했답니다.”

오씨의 블로그는 미담만이 아니라 육아가 힘들고 눈물 나는 것이기도 하다는 적나라한 현실도 보여줘 누리꾼들로부터 큰 공감을 얻고 있다. 오씨는 “훌륭한 아빠가 되고 가정이 행복하려면 아빠들이 좋은 인격체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좋은 부모 연대 운동이다. 운동을 벌일 인터넷 카페 ‘함께 만드는 해피하우스(cafe.naver.com/ daddymommy)’도 개설했다. “나 혼자 잘 하는 것 보다는 좋은 아빠·엄마 모임을 만들어 함께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나가면 더 좋겠다 싶었어요. 자녀를 멸치 볶듯이 들들 볶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자연인으로서 자랄 수 있도록 ‘유기농법’으로 키워 보자는 겁니다.”

‘서울하늘 아래’ 심보현씨의 육아법
“3남매와 목욕놀이 최고아빠 됐죠”

“아이들이 아빠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즐겁고 행복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아빠라는 존재가 엄하고 거리감 있는 사람이 아니라 언제라도 손을 뻗으면 가까운 곳에 있는 그런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싶어요.”

블로그 ‘서울하늘 아래(blog.naver.com/drug74)’를 운영하는 심보현(38)씨. 목욕놀이, 놀이기구 만들어 주기 등 온몸으로 맞닥뜨리며 놀아주는 삼남매 채린과 채원·채우의 아빠다. “둘을 목욕시키는 날은 각각의 개인 욕조에 물을 가득 받아주고 장난감을 띄워준 후 물놀이를 즐길 시간을 주곤 합니다. 아이들을 씻기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노래에 맞춰 밀어주다 보면 목욕도 어느 새 놀이가 되죠. 아빠와 아이들이 한층 더 가까워지고 기쁨을 나누는 시간이라 생각합니다.”

놀이용 상자집도 만들어준다. 이런 공간을 마련해주면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즐거워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란다. 상자집에서 세 아이가 소꿉놀이를 하며, 형제애를 돈독히 하고 사색의 시간도 가질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된다는 것이다.

‘바텍보이’ 안종수씨의 ‘60일 아빠’ 프로젝트
“이젠 아기가 제 얼굴을 알아봐요”

“준수가 사람을 알아보고 자기 의사를 표현하기 시작하는데, 아빠한테는 잘 안 오고 엄마에게만 매달렸어요. 아기 엄마가 너무 힘들어 하더라고요. 아이에게도 좀 서운한 마음이 들었고 아빠로서 아들에게 각인될 필요성을 느꼈죠. 제가 아빠라는 걸 알게 해주고 싶었어요.”

준수아빠 안종수(35)씨가 60일 간의 육아휴직을 신청한 이유다. 현재 휴직을 마치고 직장으로 복귀한 그는 더 이상 예전의 자신이 아니란다. “60일 아빠 프로젝트가 남긴 것들이 많죠. 일단 애초에 목표했던 대로 준수에게 아빠로서 각인되는 데 성공했죠. 이제는 아빠, 아빠를 연발하며 언제든 제 품으로 쏙 들어옵니다. 여전히 엄마에게는 밀리지만요. 또 부부 공감대가 늘어나고 다시 친해졌어요. 인생에 있어 가장 소중하다고 여기는 것을 잃었다가 다시 찾은 거죠.”

안씨가 제안하는 아빠의 육아휴직 성공 방법은 ▲평일은 휴직 전과 같이 오전 6시 반에 기상 ▲바로 씻고 곧 출근할 것처럼 옷까지 입기 ▲오전부터 나들이 계획이 없는 한, 아이를 아파트 어린이집에 2시간 정도 맡기기 ▲나만의 ‘오전 2시간’은 미리 구입해 둔 육아 관련 책 읽기 및 복직 후의 업무에 대한 자유로운 상상의 시간으로 활용 ▲활동 계획은 틈틈이 달력에 표시해 두고, 주 단위로 중요한 일정을 체크하기 ▲뉴스를 꼭 보고 세상 돌아가는 것 파악하기 ▲복직했을 때 힘들지 않기 위해 휴직하지 않은 것처럼 생활 패턴 맞추기다.


100점 남편 되려면 ‘마더하세요’

기업과 사회, 정부가 여성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마음을 더하자’는 보건복지부의 저출산 극복 캠페인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여성들만의 몫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의 마음을 더해 함께 해야 하는 일이라는 취지의 온라인 모임이다. 100인의 아빠단은 500여명이 신청, 대학입시보다 치열한 5: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는 후문이다.
일과 가정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 복지부는 최근 10개 기업과의 맞춤형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참여 기업은 롯데백화점, NHN(주) 네이버, LG디스플레이, 오픈마켓 11번가, 남양유업, 매일유업, 일동후디스, 아가방앤컴퍼니, 보령메디앙스, 아벤트코리아 등이다. 이들 기업은 가족과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정시 퇴근을 독려하는 ‘패밀리 데이(Family Day)’를 시행하거나 각 기업 특성에 따른 다양한 협력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니 인터뷰 | 강학중 한국가정경영연구소장
“남성의 가사·육아 분담은 행복한 가정만들기 지름길”

최근 살림하는 남자들이 늘고 주부를 여성의 역할로 간주하던 시선이 많이 사라진 계기는.
“우선 맞벌이가 늘었다. 기혼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증가하고 자아성취 욕구가 높아지면서 여성은 물론 남성의 의식과 가치관이 ‘살림=공동부담’으로 많이 바뀌었다. 예전만 해도 아내를 돈벌이 하라고 밖으로 내보내는 건 못난 놈이나 하는 짓이라 여겼다. 또 ‘남자 주부’라고 커밍아웃하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했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드라마, 영화 등에 살림하는 남자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등장하면서 부끄러운 일이 아니란 인식이 자리 잡게 됐다.”

행복한 가정 만들기와 남성의 살림 및 육아 분담과의 관계는.
“맞벌이 증가로 인해 남자에 대한 기대치도 달라졌다. 돈을 같이 버는데 가사와 육아가 왜 여자만의 몫이냐는 데서 출발해 돈 벌기는 기본이요, 다정한 남편, 친구 같은 아빠를 요구하게 된 것이다. 남녀평등·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도 이유다. 실제로 일과 가정의 병행은 여성들에게 전쟁이나 다름없다. 몸이 피곤하고 마음도 무겁고 이는 스트레스, 갈등, 불만, 불화로 이어지고 극단적으로는 이혼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 남편이 아내와 가사 및 육아를 분담한다면 결혼과 부부 만족도가 높아지고 직장에서도 웃을 수 있다.”

남성도 똑같이 주부우울증을 겪을 수 있다고 한다. 대안이 있는가.
“열심히 해도 표 안 나고 안하면 금방 드러나는 게 집안일이다. 막상 해보니 만만치 않다는 걸 느끼게 되는 것이다. ‘저 못난 놈’이라고 집에서 살림만 하는 남자를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도 문제다. 친구들과의 술자리가 불편해지고 주부일은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기약없는 막막함과 전망의 부재로 자신만 희생하고 퇴보하는 듯한 생각이 들게 된다.
이것이 무기력감, 우울 증세를 불러 오고 신체적 증상으로까지 나타나게 된다. 자발적으로 주부 역할을 선택하는 경우도 그러한데 실직, 사업 실패 등 어쩔 수 없이 떠밀려 하게 됐다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 가장 좋은 해법은 아내가 남편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일에 대한 가치를 높이 평가해 주고 “고맙다”는 표현을 해야 한다. 가끔 휴가도 주고 기 안 죽게 용돈도 주면 좋지 않겠는가.“

향후 싱글남 또는 아빠들이 행복한 가정 경영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은.
“고정된 성 역할에서 탈피해 이제는 남성들도 적극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여성, 아내와 분담을 통해 일과 가정의 균형을 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식을 확 바꿔야 한다.”

아직도 살림하는 남자에 대한 편견이 존재한다. 이를 타파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은.
“성 역할에 대한 인식은 부모에 의해 결정된다. 사내는 부엌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교육받은 자녀는 성장해서도 이런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부모가 먼저 변해야 하며 학교와 대중매체, 기업문화·최고경영자의 인식 변화도 뒤따라야 한다. 외국처럼 아버지의 아이 돌봄 권리 보장 및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한 ‘파파쿼터제’(아버지 육아휴직 할당제)와 같은 의무규정을 둬야 한다.”

전희진 기자 hsmile@